재계순위 15위권의 대기업들이 참석하는 청와대의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기업인과의 대화’에 특별히 초대받은 중견기업 (주)오뚜기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비정규직 직원이 1.16%에 불과하고, 1500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성실히 납부하고, 라면가격을 9년째 동결했으며,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지원을 하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등 사회공헌에 앞장서 왔다는 이유로 이른바 ‘착한기업’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필자는 이미 2년 전에 ‘오뚜기 창업주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오뚜기를 극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리의 식문화에 오뚜기가 끼친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에 대해 언급하고, 오뚜기가 앞으로 해야할 일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우선 오뚜기가 우리의 식문화에 끼친 가장 큰 긍정적 영향은 저렴한 가격으로 쉽고 편리하게 한 끼를 해결하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주부들이 최소한 30~40분 걸려야 해내는 카레라이스를 3분 만에 먹을 수 있게 해주고, 달콤새콤한 토마토케첩은 어린 아이들이 먹는 거의 대부분의 음식에 사용되는 소스가 되었다. 최근에는 ‘진짬뽕’과 ‘콩국수라면’ 등의 라면 제품을 히트시켜 음식점에 가지 않아도 저렴하게 중화요리를 먹을 수 있게 해주었고, 심지어 ‘오뚜기피자’는 기존의 피자 전문 브랜드들을 위협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621개나 되는 오뚜기의 제품들은 맞벌이 세대의 증가와 1인 가구의 급증이라는 사회현상과 맞물려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미 20여 년 전부터 전 세계 식품소비의 메가트렌드 가운데 1위는 쉽고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편의성’이 꼽히고 있다. 오뚜기는 바로 그 트렌드의 중심에서 특혜 아닌 특혜를 누려왔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더 없이 고마우니 공(功)만 있고 과(過)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식문화 차원에서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뚜기는 우리 식탁 서구화의 ‘주범’이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오뚜기의 성장은 결과적으로 우리 식탁의 서구화를 촉진시켰다. 필자는 그것이 오뚜기의 책임이라고는 보지 않지만 적어도 도의적인 책임은 있다고 본다. 그래서 필자는 오뚜기에게 이제는 우리음식의 발전에도 신경을 좀 쓰라고 말하고 싶다. 1969년에 설립돼 지난해 매출 1조 9591억 원으로 국내 식품업계 3위 기업으로 성장한 오뚜기가 우리음식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라는 말이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공업을 발전시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든 박정희 전 대통령이 농업과 농촌을 의도적으로 피해자로 만든 책임은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농업·농촌이 피폐해진 것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국가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농업과 농촌은 우리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먹거리에 있어서 우리음식은 뿌리이다. 

 

오뚜기가 제공하는 각종 식품에 의해 식탁이 서구화되고 이로 인해 우리음식의 뿌리가 흔들렸다면 오뚜기 또한 그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제 ‘착한 기업’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오뚜기의 다음 단계 사회공천은 먹거리 주권 회복에 앞장서는 일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그것이 식품기업으로서 국민과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