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뚜기 홈페이지 캡쳐

 

오뚜기 창업자 故 함태호 회장이 지난해 9월 14일 작고하기 전까지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오뚜기는 대부분의 제품이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주력제품 중에 그렇지 못한 제품이 바로 라면이다. 우리나라의 라면시장은 1963년 9월 삼양라면이 일본 기술을 배워 처음으로 도입한 이후 1965년 농심(당시 롯데라면)에 이어 많은 업체들이 부침을 거듭했는데, 오뚜기는 1987년 11월 30일에 (주)오뚜기라면 이라는 자회사를 통해 진출했다. 선발 삼양라면과 농심에 비하면 20년 이상 늦게 진출한 셈이다. 

 

출발이 늦었으니 1위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일반적인 논리다. 라면사업을 시작한지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는데도 1위 농심과의 시장점유율이 2배나 차이가 나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농심의 신춘호 회장이 라면에 관한한 국내에서 최고의 실력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만 85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경영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춘호 회장의 벽을 故 함태호 회장이 생전에는 넘어서지 못했다는 평가다. 

 

ⓒ 오뚜기 홈페이지 캡쳐 

 

그런데 최근 라면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에서 농심의 점유율이 49.4%로 2012년 이후 5년 만에 50%대가 무너졌다. 반면 2위 오뚜기는 라면사업을 시작한지 28년 만인 지난 2015년 처음으로 20%대에 진입한 이후 지난 5월에는 25%까지 올랐다. 이유는 농심은 꾸준히 라면가격을 인상한 반면 오뚜기는 9년째 가격을 동결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진짬뽕’과 ‘콩국수라면’ 등 프리미엄 라면이 최근 크게 히트를 친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창업자 故 함태호 회장의 선행(善行)과 오뚜기의 착한기업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알려지면서 라면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뚜기 창업자 故 함태호 회장은 생전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대표적인 기업가로 알려져 있다. 1992년부터 작고하기 전까지 24년간 4,242명의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를 지원했고, 2015년 1월에는 장애인 복지재단에 315억 원 상당의 주식을 몰래 기부를 했으며, 세상을 떠나기 사흘 전에 1,000억 원의 규모의 주식을 사회에 기부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아들인 함영준 회장은 1500억 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투명하게 납부하고, 회사 직원 3,099명 중 비정규직은 36명(1.16%)에 불과할 정도로 고용문제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특히 서민의 먹거리인 라면가격을 9년째 올리지 않는 등 윤리적 경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라는 별명까지 붙여 이른바 ‘착한기업’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 달 문재인 대통령은 재계 서열 15위까지 초청하는 청와대 기업인과의 간담회 자리에 서열 100위가 넘는 오뚜기를 특별히 초청하기까지 했다. 그 후로 오뚜기에 대한 이미지는 더욱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대표적인 서민 식품인 라면의 시장점유율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오뚜기 홈페이지 캡쳐 

 

오뚜기는 우리나라 HMR 상품의 선두주자이다. HMR은 RTE(Ready-to-Eat, 즉시 먹을 수 있는 제품), RTH(Ready-to-Heat, 데운 후 먹을 수 있는 제품), RTC(Ready-to-Cook, 조리 후 먹을 수 있는 제품)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오뚜기는 RTH와 RTC에서 강점을 가진 제품이 많다. HMR 형태는 식품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입장에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식품 제조사가 자체의 판단으로 HMR 제품(자체 브랜드인 National Brand)을 생산하여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하는 형태가 있다. 오뚜기는 여기에 해당된다. 둘째, 유통업체가 자기 브랜드로 판매하기 위해 제조업체에게 HMR 제품을 납품 받는 형태(일종의 PB 제품)가 있다. 오뚜기는 오뚜기 브랜드(NB 브랜드)로 HMR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형태이다. 

 

오뚜기는 냉동식품 등에서 오랜 기술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어서 변화하는 HMR 시장의 추세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고, 점유율을 높일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최근에 내동제품인 <오뚜기 피자>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기존의 피자 전문점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각종 냉동밥의 인기도 냉동식품의 강자다운 면모가 보이는 대목이다. 반면, 오뚜기 자체 브랜드가 아닌 유통업체에게 납품하는 HMR 제품(일종의 PB 제품)은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출시가 어려울 수 있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오뚜기가 가진 강점으로는 ▲1인 가구 증가의 장기 수혜 ▲자체 브랜드가 있는 HMR(냉동피자, 냉동밥, 컵밥 등) 강자 ▲라면에서 확고한 2위 구축, 신제품 출시 예상, 마케팅 비용 축소 가능성 ▲B2C 조미식품(카레, 케찹, 마요네즈 등)의 높은 시장점유율과 가격 주도권 ▲시스템 개선, 제조원가 절감 노력, 마케팅 통제 능력을 갖추고 있어 불경기에도 안정적 이익 가능 ▲가격 인상 가능 품목 다수 존재(라면, 참치캔, 식용유, 마요네즈 등)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리스크 요인으로는 ▲기존 전략(가격 위주)으로는 라면 점유율 상승 한계에 도달 ▲마진 높은 카레, 케찹, 마요네즈 등 조미식품 시장 위축 ▲해외진출 미약 등을 꼽고 있다. 

 

증권가의 분석은 이러하지만 시장은 소비자들의 힘에 의해 크게 빗나갈 수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갑질’논란과 부도덕한 행동 등이 도마에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착한기업’이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오뚜기의 미래는 경제적 분석만으로는 예단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표적인 서민식품인 라면의 시장점유율 변화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