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영주라고 하면 선비의 고장, 또는 소백산과 부석사 등을 연상하게 된다. 뭔가 품위가 있어 보이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 고장에는 먹거리도 명품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소백산 자락이 내린 명품 먹거리들이 있다. 바로 청국장과 한우, 그리고 사과와 인삼이다. 선비정신도 배우고, 품격 있는 먹거리도 즐기는 영주로의 고품격 여행을 떠나보자. 

 

부석사와 부석태

영주시청 관광과에 전화를 해서 영주를 상징하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소백산 한우, 풍기인삼, 그리고 청국장”이라고 말한다. 한우와 인삼은 많이 들어봤는데 영주에 청국장이 왜 유명한지 처음에는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 영주에서 생산되는 콩이 유명하다는 사실을 모를 때는 그렇다. 

 

부석사가 있는 영주시 부석면에는 ‘부석태’라는 재래콩이 유명하다.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콩보다 콩알의 크기가 두 배 정도나 크다. 그리고 당도도 높다. 그래서 영주에서는 오래전부터 부석태를 활용한 발효음식이 발달해 있다. 두부는 물론이고 청국장이 아주 유명하다. 

 

부석사 입구에 있는 음식점들은 대부분 부석태로 만든 청국장을 팔고 있다. 기자는 부석사 앞에 있는 <부석식당>에서 산채정식을 먹으면서 함께 나오는 청국장을 먹어봤는데 청국장에 무를 넣고 끓여서 아주 깊은 맛이 나는 명품요리였다. 8천원짜리 메뉴에 산채비빔밥과 청국장, 그리고 도토리묵까지 한 접시 나온다. 

 

 

▲부석사 입구에 있는 <부석식당>의 산채정식 메뉴

 

부석사 앞에 있는 식당들 외에도 청국장으로 유명한 식당이 있는데 바로 풍기역 앞에 있는 <한결청국장전문> 식당이다. 이곳은 3대째 성업 중인 대표적인 영주 맛집이다. 여기 청국장은 부석사 앞에 있는 <부석식당>처럼 무를 넣고 끓인 청국장은 아니지만 역시 맛은 최고다.

 

청국장전골 메뉴도 있는데 이 요리에는 토마토를 함께 넣어서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기자도 집에서 된장찌개나 청국장을 끓일 때 토마토를 썰어 넣는데 이 집도 그러고 있으니 왠지 더 친근감이 들었다. 

 

 ▲풍기역 앞에 위치한 <한결청국장전문> 식당의 청국장

 

밥을 먹고 구경을 하면 <선식후경>이 되고, 구경부터 하고 밥을 먹으면 <선경후식>이 된다. 무슨 사자성어가 아니라 기자의 잔머리로 지어낸 말이다. 부석사를 구경하기 전이든 후이든 반드시 지역 명물인 부석태로 만든 청국장을 먹어보라는 뜻이다. 

 

 

 ▲부석사 무량수준

 

부석사는 참 아기자기하게 아름다운 사찰이다. 신라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찰인데 부석에 얽힌 스토리가 재미나다. 부석사의 대웅전인 무량수전은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교과서에서 익히 배운 내용이지만 그밖에도 볼거리가 많다. 그 중에 조사당(祖師堂, 국보 제19호) 추녀 밑에 일명 선비화(選扉花)라고 불리는 골담초 1그루가 있다.

 

<택리지>에는 의상대사가 부석사를 창건한 후 도를 깨치고 서역 천축국(인도)으로 떠날 때 지팡이를 꽂으면서 '지팡이에 뿌리가 내리고 잎이 날 터이니 이 나무가 죽지 않으면 나도 죽지 않은 것으로 알라'고 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 나무가 바로 선비화라 한다. 그런데 이 선비화가 콩과의 낙엽관목이라는 사실을 부석사가 있는 부석면에 부석태라고 하는 콩이 유명한 것과 결부시키면 무리한 억측일까.  

 

 

 

소수서원·선비촌과 <순흥전통묵집>

부석사는 영주에서도 가장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다. 영주읍내와 부석면 중간에 순흥면이 있다. 소수서원과 선비촌이 있는 곳이다. 부석사를 구경하고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 구경하면 적절하다. 소수서원은 조선 중종 38년(1543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세워 서원의 효시이자 최초의 사액서원이다. 이 서원은 수많은 유학자들을 배출함은 물론 학문탐구의 소중한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다.

 

 

 ▲소수서원 입구 정자

 

소수서원은 건립 당시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으로 불렸는데 그 후 퇴계 이황이 풍기군수로 부임한 후 조정에 건의해서 소수서원으로 사액되었다. 사액서원이라 함은 나라로부터 책, 토지, 노비를 하사받아 면세, 면역의 특권을 가진 서원을 말한다. '소수(紹修)'라 함은 '이미 무너진 교학을 닦게 하였음'이란 뜻으로 학문 부흥에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당시 명종임금은 손수 '소수서원(紹修書院)'이라는 편액 글씨를 써서 하사하였다고 한다.

 

소수서원과 연결되어 있는 관광지가 바로 선비촌이다. 선비촌은 선비정신을 일깨워 주는 곳이다. 모름지기 선비정신이란 인격적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학문과 덕성을 키우며, 세속적 이익보다 대의와 의리를 위해 목숨까지도 버리는 정신을 말한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을 살면서 가끔은 여유를 갖고 선비정신을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은 힐링이 될 것이다. 

 

 

 ▲선비촌의 초가

 

선비촌은 유교문화 발생의 중심지로서 옛 선비정신을 계승하고, 선현들의 학문 탐구와 전통생활 모습의 재현을 통해 관광자원화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광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며, 우리 전통적 고유사상과 생활상의 체험 교육장으로 활용하고자 조성된 곳이다. 선비정신을 배움은 물론 옛 조상들의 생활상까지도 들여다 볼 수 있는 유익한 공간이다. 

 

소수서원과 선비촌이 있는 순흥면에는 오래된 전통음식점이 한 군데 있다. 바로 <순흥전통묵집>이다. 지금은 팔순이 넘으신 정옥분 할머니가 40여년 전부터 전통방식으로 장작불로 직접 쑨 100% 메밀묵을 내놓는 집이다. 메밀 주산지가 아닌 곳에서 40여년의 전통맛집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이유를 알만하다. 이 집은 메뉴가 묵밥과 두부밖에 없다. 묵도 맛있지만 두부 역시 부석태로 만든 것이라 정말 구수하고 맛있다. 포장도 된다. 

 

 

 ▲순흥면에 있는 <순흥전통묵집>의 묵밥과 두부

 

소백산과 한우, 그리고 온천

소백산을 빼고 영주를 말할 수가 없다. 영주의 상징이기도 하면서 영주시민들에게 주는 선물 또한 넉넉하다. 대표적인 선물이 소백산 한우다. 여행을 하다보면 저녁에는 소주 한잔 걸치는 것도 묘미다. 안주로는 한우고기가 최고다. 특별히 어느 식당이 맛있다, 좋다고 할 것도 없다. 영주 여행을 한다면 그래도 저녁에 소백산 한우를 안주로 소주 한잔 걸쳐 주는 것이 예의다. 

 

소백산이 내린 또 하나의 선물은 온천이다.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면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에 있는 온천에서 피로를 풀 수 있다. 기자는 리조트를 숙소로 잡았지만 소백산 자락에는 펜션들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저렴하게 펜션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풍기온천은 소백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특히 야외노천온천은 온천을 하면서 소백산을 구경할 수 있어 금상첨화다. 경상북도에는 울진 백암온천이 수질이 좋기로 유명한데, 기자의 경험으로는 풍기온천의 수질도 백암온천과 비슷했다. 

 

1박2일 코스로 여행을 갈 경우 소백산 자락에서 숙소를 잡는다면 희방사 계곡도 좋은 여행코스다. 특히 희방사 계곡은 여름에 여행을 갈 때는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다. 덩치 큰 소백산이 쏟아내는 엄청난 물줄기는 무서움을 느낄 정도로 장엄하다. 그 물줄기들이 동면을 취하는 겨울 또한 장관이다. 

 

 

 ▲국립산림치유원 <다스림>의 산책로에서 바라본 소백산의 절경

 

1박을 하고 이틀째는 역시 소백산 자락에 있는 국립산림치유원 <다스림>에 들러 각종 힐링 시설들을 체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바람직한 것은 2박3일 일정으로 여행을 한다면 1박은 일반 숙박시설을 활용하고 1박은 <다스림>에서 하는 것도 좋다. 

 

소백산은 드물게 산의 정상이 날카롭게 험하지 않고 엄마 품처럼 넉넉하다. 산은 모든 것을 품기도 하고 내어 놓기도 한다. 소백산으로 상징되는 영주여행은  그런 넉넉함과 배품을 배우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