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舟欲解滿江月(허주욕해만강월) 욕심을 버리니 빈 배에 江月이 가득하고

(중략)

與誰吾歸江自流(여수오귀강자류) 강물은 스스로 흘러가니 나는 누구와 같이 돌아갈까?

(중략)

斗酒全空歸婦謀(두주전공귀부모) 술통은 다 비었으니 돌아가 부녀자나 꾀해보세

(중략)

浮雲萬里浪跡通(부운만리낭적통) 뜬구름 만리에 물결 자취만 두루 미치니

明月千年虛影留(명월천년허영류) 명월은 천년동안 빈 그림자만 머무르네. 

 

방랑시인 김삿갓이 ‘화순적벽’을 보고 지은 ‘將遊赤壁 歎有客 無酒’(장유적벽 탄유객 무주)라는 시의 일부분이다. 전라남도 화순은 김삿갓(본명 김병연)이 영원한 안식처로 선택한 곳이다. 김삿갓은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났지만 전국을 방랑하다가 ‘화순적벽’의 절경에 반해 화순을 세 차례나 방문을 했다. 1863년  3월 29일 57세를 일기로 동복면 구암리 창원정씨댁 사랑채에서 한 많은 이 세상과 하직하고 영원한 안식의 길로 들어섰다. 방랑시인 김삿갓이 반한 전남 화순으로 여행을 떠나 보자.

▲겨울에 보는 '화순적벽'

 

화순군 동복천 상류인 창랑천에는 약 7km에 걸쳐 크고 작은 수많은 수려한 절벽경관이 발달해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동복댐 상류에 있는 적벽(노루목 적벽)과 보산리, 창랑리, 물염적벽 등 4개의 적벽이 유명하다. 이를 통틀어서 ‘화순적벽’이라고 부른다. 1985년 동복댐이 건설되면서 15개 마을이 수몰되고 상수원보호구역이 되면서 출입이 금지되었다가 2013년 다시 일반인에게 개방이 되었지만 수, 토, 일요일에 미리 예약을 한 관광객들에게 버스투어만 허용하고 있다. 인원도 요일별로 36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화순군은 방랑시인 김삿갓도 반한 ‘화순적벽’을 화순제1경으로 꼽고 있다. 

 

화순군에는 유명한 사찰이 6개나 있다. 그 중에 특히 유명한 사찰이 ‘운주사’다. 운주사는 천개의 불상과 천개의 석탑, 즉 ‘천불천탑’이 있었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는 사찰이다. 운주사의 창건과 천불천탑의 건립은 통일신라말 도선국사에 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도선국사가 풍수지리설에 의거해 이곳 지형이 배형으로 되어 있어 배의 돛대와 사공을 상징하는 천불과 천탑을 세웠다 하여 흔히 ‘천불천탑’이라 부른다. 

 

▲운주사의 석불

 

사찰경내의 많은 석불과 석탑은 그 조각수법이 정교하지 못하고 투박하게 만들어진 것들이다. 조성연대는 고려중기인 12세기 정도로 평가되며, 일시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을 두고 계속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사찰경내에는 석탑 21기, 석불 93구가 보존되어 있다. 

 

 

▲운주사의 석탑

 

사찰의 뒷산 꼭대기에는 ‘불사바위’라는 바위가 있는데, 도선국사가 이 바위에 앉아 천불과 천탑을 조각하는 불사를 감시감독 했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자비가 상징인 불교 사찰에서 노동을 감시감독 했다는 것이 아이러니라는 생각이 드는 바위다. 

 

이밖에도 화순에는 볼거리가 많다. 길이 66m나 되는 하늘 위를 걷는 듯 짜릿한 스릴을 느낄 수 있는 백아산하늘다리를 제3경으로 꼽고 있는데, 등산객들에게 심신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그리고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고인돌유적지를 제4경으로 꼽고 있다. 화순 고인돌 유적지는 도곡면 효산리~춘양면 대신리 일대 3km 거리에 596기가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인돌 유적지 가운데 유일하게 채석장을 갖추고 있다. 

 

▲길이 66미터나 되는 아찔한 백아산 하늘다리

 

봄에는 만연산 철쭉공원(제5경)이 장관이다. 화순읍 수만리서 큰 재를 지나 안양산까지 이어지는 철쭉공원은 한국의 알프스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봄철 철쭉이 만개할 땐 도로변에서 산 정상까지 마치 융단을 깔아놓은 듯 다양한 철쭉 꽃잎이 온 산을 뒤덮어 별 천지에 다다른 환상을 선사한다. 

 

화순군 이서면 영평리에 있는 규봉암(제6경)은 화순출신 진각국사 혜심(1178~1234)이 이곳에서 수도하며 득도하였다고 한다. 규봉암 인근에는 광석대, 설법대, 은신대, 풍혈대, 삼존석, 송하대 등 바위 생김에 따라 이름 붙여진 바위들이 사찰 주변을 감싸고 있어 신비로운 경관을 뽐내고 있다. 화순군 동복면 연둔리에 자리한 숲정이는 동복천을 따라 물가에 심어진 아름드리 수양버들 나뭇가지가 동복호수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장관을 연출한다. 이 같은 명성으로 지난 2002년 ‘아름다운 마을 숲’에 선정되었다. 

 

▲CNN이 한국에서 가봐야 할 곳으로 선정한 화순 세량지

 

끝으로 미국의 유명한 뉴스 채널 CNN이 2012년에 ‘한국에서 가봐야 할 곳 50곳’에 선정할 정도로 빼어난 경치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 있는데 세량지(제8경)다. 세량지는 산 벚꽃이 만발하는 봄철에 찾아야 진가를 만끽할 수 있다.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면서 햇빛이 비추기 시작하면 호수에 비친 벚꽃이 수면 위로 솟아오르는 모습은 사람의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전국의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위해 매년 봄 화순을 찾고 있다. 

 

화순은 산이 많은 지역이다. 전라남도에서 면적이 세 번째로 넓은 지역이지만 임야면적만 따지면 순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곳이다. 전체 면적에서 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74%에 이른다. 이렇게 산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산을 좋아하는 가축인 흑염소를 많이 사육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흑염소 요리도 발달하게 됐다. 

 

▲화순의 대표 먹거리 흑염소 수육

 

화순에는 흑염소탕과 흑염소전골 요리가 유명하다. 지역 주민들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기자는 화순읍에 있는 <외갓집>이라는 흑염소 요리 전문점에서 전골과 탕을 먹어봤다. 태어나서 염소고기는 처음 먹어봤는데, 수육의 경우 담백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이 식당은 직접 500마리의 흑염소를 사육하고 있는데 유황을 먹여서 키우고 있어서 수육이 더욱 쫄깃하다는 것이 주인장의 설명이다. 

 

▲흑염소 뼈를 48시간 우려낸 육수로 만든 흑염소탕

 

화순군은 오랜 역사유적과 빼어난 절경을 겸비한 대표적으로 아름다운 고장이다. 게다가 건강한 먹거리도 유명하다. 그래서 화순으로의 여행은 곧 힐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