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찰 보림사

전라남도는 먹을거리 볼거리가 무척이나 풍성한 지역이다. 전남 장흥 가지산의 남쪽 기슭에 자리 잡은 보림사는 선종이 최초로 들어온 사찰로 구산선문 중 하나이며 원표대덕이 터를 잡을 당시인 759년에 창건한 신라시대의 거찰로 인도의 가지산 보림사, 중국의 가지산 보림사와 함께 동양의 3보림이다. 

보통 사찰(절)이라고 하면 산행을 거쳐서 만나는 경우가 보통이고 이런 경우 입장료도 내야 하는데 보림사 역시 가지산에 자리 잡고 있지만 산행이 아닌, 평지 같은 도로를 달리다 보면 만나게 되며 입장료는 없다. 가는 길이 편하다 보니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나 어린아이가 있는 분들에게는 더없는 여행지가 될 것이다. 

 

▲ 보림사 ⓒ 보림사 홈페이지

 

보림사의 문화유적

보림사는 천년 고찰답게 많은 문화유적을 가지고 있다. 일주문을 지나면 만나는 사천문, 목조사천왕상이 그중 하나인데 현재 남아 있는 목조사천왕상 중에 가장 오래된 보물 제1254호이다. 보림사의 사천완상은 여러 개의 나무를 잇대어 상을 만들었고 부분적으로 표면에 천을 붙이고 회를 칠한 뒤 채색을 하였다. 이 사천왕상은 중종10년(1515)에 처음 만들어졌고 1666년과 1772년에 고친 바 있으며 임진왜란 이전의 것으로 현재 남아 있는 목조 사천완상 가운데 가장 오래 된 것이다.

 

 

사천문을 지나면 바로 정면으로 국보 제44호 보림사 삼층석탑이 보이고 그 뒤로 보이는 것이 대적광전이다. 대적광전에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철불상인 국보 제117호 철로비로자나불상이 모셔져 있고, 멀리서 봐도 뚜렷하게 보이는 보림사 남·북 삼층석탑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것으로 불교의 상징적인 예배의 대상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있는 석등은 부처님의 빛이 사방을 비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적광전에서 오른쪽을 보면 대웅보전, 명부전, 미타전, 등이 있고, 특히 대웅보전은 특이하게 2층으로 보이는데 내부를 보면 통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림약수 또한 극심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기로 유명한데 늘 일정한 수량을 유지하며 우리나라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유명한 약수이다. 대웅전 옆으로는 ‘죄’에 대한 그림인 지옥도가 그려진 명부전이 있고 명부전 뒤쪽 계단으로 올라가면 이곳의 또 다른 문화재인 보물 제158호 보조선사 창성탑비가 있다. 보조선사 창성탑비는 통일신라에 만들어진 것으로 선의 경지와 보조국사의 행적, 창건 연기설화 등이 적어져 있다.

보림사를 주욱 둘러 보고나면 보림사를 둘러싼 비자림 숲과도 만나게 되는데 비자나무와 차밭이 가득한 길을 걸으며 사색에 잠겨도 볼 수 있다.

 

▲ 청태전 ⓒ 밥상머리뉴스

 

잊혀진 돈차 청태전을 만나다

구산선문 보림사 하면 신라시대 때부터 차 생산지로 유명한 도량이기도 한데 그 차가 바로 우리나라 전통 발효 떡차인 ‘청태전’이다. 청태전은 세계 유일의 한국차이다. 한국전통차 가운데 엽전모양의 푸른빛이 도는 차는 청태전이 유일하며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차를 아는 전문가들조차도 청태전을 잘 모른다. 조선 말기 이후 전남 장흥지방에서 주로 이용했지만 음다 풍습이 1950년대 이후 급격하게 사라졌고, 문헌상으로도 단편적인 내용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삼국시대부터 근세까지 장흥과 남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존재하던 우리나라 고유의 발효차인 돈차 청태전. 그 명맥이 끊긴 잊혀진 차의 존재는 2008년 일본 세계녹차콘테스트에서 김수희 대표가 돈차 청태전으로 최고 금상을 받으며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전통 방식으로 제다하여 음다 하던 보림사의 주지스님 덕분에 청태전을 맛 본 김수희 대표는 그 매력에 빠져 전차 제다법을 전수 받았다. 최고 금상은 청태전을 계승하며 십 수 년 간 복원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한 결실이었다. 수상 이후 장흥군의 청태전에 대한 관심과 지지로 지금은 장흥에 대 여섯 곳의 청태전 차농과 조합이 생겨났다. 오로지 야생차 잎만을 사용하여 수제로 생산하기에 생산량이 소량이나 우직하게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2014년 6월 국제슬로푸드 국제본부와  생명다양성재단은 청태전을 슬로푸드 프레지디아(맛 지킴이 두레)로 선정하였다. 비영리 국제기구인 슬로푸드 국제본부는 소멸 위기에 놓인 토종 종자와 음식 목록인 ‘맛의 방주’(A가 of taste)에 등재된 품목을 중심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전문가를 연계해 ‘프레지디아’로 선정해 집중적으로 보호 육성하고 있다. 앞서 청태전은 2013년 9월 맛의 방주로 등재되었다.

 

▲ 청태전 만들기 ⓒ 밥상머리뉴스

 

덩어리 차로 찻잎을 하루 동안 말려 찻잎의 양에 따라 5~7분 정도 쪄서 찧어 만들어 ‘떡차’라고도 하며 둥글게 빚어 가운데 구멍을 뜷어 말려 발효 시켜 ‘전차’ 또는 ‘돈차’라고도 불리운다. 청태전이라는 이름은 차를 발효하는 과정에서 푸른 이끼가 낀 것 같이 푸른색을 띄고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청태전은 야생녹차로만 만들며 보통 녹차와는 달리 덕는 과정 대신 말리고 쪄서 찧는 과정을 거쳐 엽전모양으로 성형하여 말리고 발효하는 과정을 거치는 발효차이다. 발효차인 중국의 보이차와 견줄만하다 하겠다.

 

팔팔 끓여 마시는 차

청태전은 예로부터 할머니의 배앓이 약차로 손주가 배 아프다 할 때 하나씩 꺼내어 불에 살짝 구워 팔팔 끓여 약 대신 마시게도 했다. 기산마을로 이동하여 청태전 복원 차농 중 한분인 청태전 지킴이 장내순 대표를 만났다. 다예원의 작은 다실에 모여 앉아 청태전이 우러나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홍차를 연상시키는 맑은 홍색의 차 빛깔이 곱다. 한 모금 마시니 호박 삶은 물 향이 번졌다. 부드러운 맛으로 끝에 떫은맛이 살짝 났다. 다예원에서는 직접 청태전을 만들어 보는 체험도 할 수 있었다. 다원마다 미묘한 맛과 향의 차이가 있다. 고유한 전통의 맛이 상품화로 현대화 되는 개발과정에서 생기는 건강한 개성들이다. 청태전 몇 잔을 마시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이래서 선인들은 차를 마시며 이렇게 읊었나보다.

 

 “고요히 앉은 곳 차 마시다 향 사르고

  묘한 작용이 일 때 물 흐르고 꽃이 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