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곤충이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음에도 아직까지는 일부의 매니아층만 형성된 상태다.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혐오스럽다는 선입견 때문에 먹지 않는 사람이 많지만 한번 먹어보면 그 매력에 푹 빠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진입장벽만 낮춘다면 이색적이면서도 영양가가 높은 음식으로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많다. 

일찌감치 그런 전망을 하고 식용곤충 산업 발전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더블버그’ 류시두 대표다. 그를 만나 식용곤충의 A에서 Z까지 스토리를 들어본다. 

 

 

“맛있고, 영양도 좋은데?”

 

류시두 대표와 식용곤충의 첫 만남은 ‘귀뚜라미 단백질 바’였다. 그는 2013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낸 ‘식용곤충 활용을 통한 식량 및 사료안보 전망’ 보고서를 통해 식용곤충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 본격적으로 식용곤충을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귀뚜라미 바’가 클라우드 펀딩 후, 회사 런칭에 성공했다는 기사를 보고 나서다. 

해외에서 직접 구매한 귀뚜라미바를 먹고 식용곤충에 대한 선입견이 깨졌다. 이후 곤충자체를 먹어보고 싶어서 국내 농장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식용곤충 농장은 없었고, 동물의 먹이용 곤충을 기르는 농장들만 있었다. 류대표는 먹이용 곤충도 서슴없이 먹어봤다고 했다. 

식용곤충의 매력에 빠지게 된 그는 취미삼아 블로그에 식용곤충 제품 시식후기를 포스팅하고, 해외 제품들을 소개했다. 그러다가 재미삼아 만든 곤충 에너지바를 블로그에 방문하는 이들에게 나눠줬다. 곤충 에너지바를 먹어본 이들의 반응은 무척 좋았다. 사업 시작을 생각만 하던 차에 갈색거저리유충이 식품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류 대표는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식용곤충의 맛은 어떨까?

 

현재 우리나라에서 식용이 가능한 곤충은 7종이다. 민간에서 간식으로 먹던 메뚜기와 백강잠 누에부터 안주로도 가끔씩 먹는 누에번데기는 익숙한 종류다. 

2016년 3월에는 고소애(갈색거저리 유충)와 쌍별이(쌍별귀뚜라미)가, 12월에는 꽃벵이(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장수애(장수풍뎅이 유충)가 일반 식품원료로 인정됐다.

식용곤충들의 이름만 들어서는 맛이 상상되지 않는다. 류시두 대표는 식용곤충들의 특징을 제조자의 입장에서 쉽게 설명했다. 

 

“누에는 뽕잎을 먹기 때문에 풀냄새가 많이 나요. 먹어보면 녹차와 같은 맛이 나요.” 

 

누에를 키우기 위해선 뽕나무 농사를 같이 지어야 하기 때문에 기르기가 까다롭다. 하지만 건강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장수풍뎅이 유충과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그러니까 굼벵이라고 부르는 곤충들은 토양에서 산다. 때문에 흙냄새가 남아 있어 아무래도 선호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냄새를 잡지 못하면 먹기가 어려울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보통은 식용보다는 약용으로 쓰이고 있다. 

식용으로는 고소애와 귀뚜라미가 맛과 가격 면에서 제일 괜찮다고 평가된다. 두 곤충은  밀기울, 즉 곡물이 주 먹이원이다. 고소한 맛은 곡물 덕분이기도 하지만 불포화지방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불포화지방이 많은 견과류와 맛이 비슷하다. 

 

 

고소애, 이더블버그의 대표주자는 나야, 나!

 

고소애 300마리를 갈아넣은 '고소애300' 셰이크  ⓒ밥상머리뉴스

 

회사 페이스북에는 이더블버그가 자체 선정한 해외 식용곤충 기업 TOP3를 소개하는 영상이 있다. 영상을 보면 전부 귀뚜라미 프로틴 바를 주요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류 대표는 해외의 식용곤충 기업들이 귀뚜라미를 선호하는 이유가 경제성에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실제로 귀뚜라미는 키우면서 크게 신경 쓸 부분이 없기 때문에 경제성이 높다. 

이더블버그를 대표하는 곤충은 무엇인지 물었더니 류 대표는 바로 고소애라고 답했다. 귀뚜라미 판매처가 좋지 않았던 탓도 있으나 고소애는 귀뚜라미 못지않게 맛도 좋고 경제성도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소애를 사용해 만든 제품들이 꾸준히 나오게 됐다. 

 

 

“단순하게, 곧은 의지로 밀어붙여야 한다.”

 

곤충의 외형만 보고 거부감을 갖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도 류시두 대표는 ‘몬스터 쿠키’에 고소애 세 마리를 눈에 띄게 올려두었다. 곤충식품이라는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제품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곤충의 외형을 보고 먹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고객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봤다. 

 

류 대표는 초밥이 처음 등장했을 때엔 식용곤충과 비슷한 처지였을 거라고 말했다. 

 

“200년 전에는 일본 사람들이 살아있는 생선을 밥 위에 얹어 먹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정말 미개하다고 말했죠. 그렇다고 해서 그런 눈길을 피하기 위해 생선을 꼭 구워서만 먹어야 하는가? 저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그 자체가 특별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고, 인정을 받게 된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지금은 고급호텔에 스시바가 있을 정도니까요.”

 

무조건 벌레의 외형이 보이지 않는 제품을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더블커피에는 곤충의 형태가 보이지 않게 갈아서 넣은 제품들이 많다. 그런데 그걸 먹을 바에는 시판되는 과자를 먹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큰 차이가 없다면 대기업에서 만든 깨끗하고 가격도 싼 제품을 먹겠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차별점을 드러내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식용곤충을 사용한다는 정체성은 가지고 있되 차별점을 둬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소애가 보이는 몬스터 쿠키를 만들게 된 것이다. 

 

▲몬스터 오트밀쿠키와 넛츠앤벅스 치즈맛  ⓒ밥상머리뉴스

 

정체성을 지키고 싶다는 것은 혐오감을 줄이겠다는 이야기와 상충되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더블버그라는 브랜드 네임에서도 느껴지듯이 류 대표와 직원들은 소비자들이 혐오감을 느끼는 것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좋아하면 먹는 거지만 안 좋아하는 이들까지 강제로 먹이게 할 수 없는 거니까요. 저희는 이더블버그를 접하게 하는 것 자체가 거부감을 줄이는 시도라고 생각해요.” 

 

식용곤충을 즐기는 이들의 반응은 상상 이상이다. ‘몬스터 쿠키’를 보고 “곤충쿠키인데 세 마리뿐이라니. 열다섯 마리 정도는 있어야 곤충 쿠키지”라고 반응한 이도 있었다.   

또, 이더블버그 제품 중에는 견과류와 고소애가 들어간 ‘넛츠앤벅스’라는 제품이 있는데, “곤충 먹으려고 샀는데 견과류가 왜 이렇게 많냐”는 구매평도 꽤 많았다고 했다. 

 

 

새로운 시도, FUTURE FOOD LAB 

 

▲미래에서 온 슈퍼 뮤즐리 '퓨처리얼'   ⓒ밥상머리뉴스

 

2014년부터 이더블버그라는 브랜드로 식용곤충 제품을 판매했다. 사람들이 식용곤충도 우리가 먹는 음식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거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애초에 먹어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류 대표와 직원들은 이더블버그라는 브랜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작년부터 고민했다. 

 

“좀 더 사람들이 먹어봐야겠다고 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퓨처푸드랩(FUTURE FOOD LAB)’이라는 뮤즐리 제품을 판매하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퓨처리얼’이라는 뮤즐리 제품은 식용곤충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었다. 제품 디자인을 예쁘게 하고, 너무 곤충의 외형을 드러내거나 곤충이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았다.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식용곤충의 가치는 전달해보자는 게 목표였다.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지난해 이더블버그는 엔젤투자도 새로 받고, 유명한 디자인팀과 협업해서 제품을 디자인했다. 

류 대표는 혐오감이 생각만큼 줄어들었는지는 모르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예전 이더블버그 제품보다는 혐오감을 덜 느끼고, 많은 사람들이 먹어보려고 시도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판매량만 보더라도 이더블버그 쿠키들은 3년 동안 10만개가 판매된 데에 비해 퓨처리얼은 한 달 만에 2만 개가 판매됐다. 확실히 예전보다는 수요가 있는 셈이다. 

 

그는 식용곤충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 힘든 과정들을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기에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는 중이다. 

 

 

 

고객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브랜드

 

▲양재동 이더블커피 외관    ⓒ밥상머리뉴스

 

이더블버그의 장점은 다른 판매처들에 비해 다루고 있는 곤충 수도 많고, 결과물로 나오는 제품도 다양하다는 것이다. 서울에 식용곤충 판매 매장을 갖고 있는 곳은 이더블버그밖에 없다. 대부분 농장을 하면서 자신이 생산한 곤충으로 가공식품을 만들다 보니 서울외곽이나 지방에 위치한 곳들이 많기 때문이다. 

카페를 운영한다는 점에서 고객들과의 만남도 훨씬 많다. 고객과의 접촉이 많을수록 경쟁력은 높아진다. 

이더블버그는 매장에서 테스트한 제품을 일주일정도 판매해보기도 한다. 고객의 평가나 반응을 직접 보면서 제품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장점이다. 이더블버그는 고객과 스킨십을 할 수 있어서 좋고, 고객들은 이더블커피를 통해 식용곤충을 쉽게 접할 기회가 생기게 된다. 

 

 

류시두 대표는 고객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더블버그로 식용곤충 제품을 제공하고, 이더블카페를 운영하는 것. 지금 당장 사람들이 식용곤충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선입견과 거부감이 깨지는 날이 올 거라고 믿는 것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