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세종대왕을 꼽을 것이다. 우리말 훈민정음을 비롯해 남긴 업적도 많지만 특별히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사상(愛民思想), 백성과 더불어 일을 하는 여민정신(與民精神)은 훗날 정치의 본보기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성군(聖君)이라고 부른다. 

5월 15일은 세종대왕 탄신 621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리고 오는 8월 10일은 세종대왕이 왕으로 즉위한 지 600년이 된다. 여주까지 지하철이 생겨서 이제는 지하철을 타고 세종대왕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담백하고 시원한 여주의 대표 먹거리인 막국수도 맛볼 수 있는 건 호사로운 덤이다. 

 

경강선 개통으로 지하철로 쉽게 갈 수 있는 여주

얼마 전 문화재청에서 ‘민족의 성군 세종대왕 621주년을 기리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놓은 것을 접했다. 음력 4월 10일, 올해 양력으로는 5월 15일이 세종대왕의 탄신일인데, 이를 기념하는 숭모제전(崇慕祭典)을 봉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세종대왕릉에 가본 지 오래 되었고, 신륵사 강월헌(江月軒)에서 내려다보는 남한강의 아름다운 경관이 그리워서 여주에 지하철이 개통되었다는 소식에 조만간 한번 여주로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5월 13일(일) 배낭을 멨다. 

 

대중교통으로 여주에 가는 방법은 고속버스와 지하철이 있는데 지하철을 선택했다. 기자의 집이 서초구 양재동이라 양재시민의숲역에서 신분당선을 탔다. 판교에서 여주로 가는 경강선으로 갈아탔다. 정보검색 결과 여주역에 가면 세종대왕관광순환버스가 운영되고 있다고 해서 여주역까지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하철을 타고 노선을 보니 여주역 직전에 세종대왕릉역이 있었다. 그러면 굳이 여주역까지 갈 필요가 뭐 있겠나 싶어서 세종대왕릉역에서 내렸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세종대왕릉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버스를 타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처럼 생각하고 세종대왕릉역에서 내린 관광객이 꽤 있었다. 904번 버스를 타고 10분이나 달려 세종대왕릉에 도착했다. 

 

여주 여행은 민족의 성군 세종대왕릉 참배부터

세종대왕을 모신 릉은 영릉이라고 한다. 영릉은 조선 제4대 임금 세종과 비 소헌왕후의 합장릉이다. 조선왕릉 중 최초로 한 봉우리에 다른 방을 갖춘 합장릉이다. 영릉이 최초의 합장릉이 된 사연을 들어보면 세종대왕의 백성을 아끼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당시에는 능을 하나 만드는 데 6천명에서 1만명의 백성이 동원되고, 무거운 돌을 나르다가 죽어나가는 백성이 100여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세종대왕은 능을 하나만 만들어 왕과 왕비를 함께 묻으면 백성들이 덜 고생할 거라는 생각에서 합장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세종대왕과 소헌왕후를 함께 모신 영릉, 조선 최초의 합장릉이다. 밥상머리뉴스

 

영릉은 원래 지금의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아버지 태종과 어머니 원경왕후가 모셔져 있는 헌릉 서쪽에 있었다. 영릉이 이곳에 조성된 사연은 이렇다. 신하들이 그 지역은 터가 좋지 않다고 만류했음에도 세종대왕은 “좋은 터에 무덤을 쓰는 것은 후손이 복을 받으라고 하는 것인데, 부모님 옆 자리만큼 좋은 자리가 어디에 있겠느냐”며 고집을 부려 부모님 옆 자리에 능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1446년(세종 28년)에 소헌왕후가 승하하자 쌍실의 능을 만들었고, 오른쪽 석실은 비워두었다가 세종이 승하하자 합장했다. 

 

그러나 세종의 뒤를 이은 문종과 단종이 단명을 하는 등 불운해지자 세조대에 영릉의 터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천장(능을 옮기는 것)을 하자는 주장이 있었으나 실현되지 못하다가 1469년(예종 1년) 지금의 여주로 천장되었다. 조선 최고의 풍수지리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여주의 영릉 자리가 조선왕릉 중에서는 최고의 명당이라고 평가했다. 

 

점심은 천서리 막국수촌에서 7천원으로 해결

영릉을 참배하고 나니 낮 12시가 되었다. 이번 여주 여행 계획에는 신륵사와 명성황후 생가, 그리고 천서리 막국수촌을 찾는 것이 포함되어 있는데 어느 쪽을 먼저 갈까 고민이었다. 당초 여주역에서 타려고 했던 세종대왕관광순환버스를 영릉에서 탈 수 있는데 <가> 노선을 타면 바로 신륵사로 가고 명성황후 생가로도 가지만 <가> 노선은 막국수촌엘 가질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나> 노선은 명성황후 생가쪽으로는 가질 않는 노선이었다. 고민하는 중에 <나> 노선이 먼저 도착했기에 배도 고프고 일단 천서리로 가서 막국수부터 먹자는 마음에 버스를 탔다. 

 

영릉에서 약 20분 걸려 도착한 천서리 막국수촌, 막국수 전문점이 이곳 저곳 눈에 띄었다. 사전에 검색해서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식당을 찾았다. 휴일 점심시간이어서 그런지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비빔막국수 한 그릇을 시켰더니 따뜻한 육수 주전자부터 등장했다. 육수를 한 컵 마시는데 깊은 맛이 났다. 이어서 등장한 비빔막국수를 한 젓가락 삼키는데 ‘참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서리 막국수촌에서 먹은 비빔막국수 밥상머리뉴스

 

여주는 이웃 이천과 마찬가지로 쌀로 유명한 지역이지 메밀로 유명한 곳은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막국수가 여주의 대표적인 먹거리가 되었을까 궁금할 것이다. 여주는 남한강을 끼고 있는데, 이 남한강에 조선시대 4대 나루 중의 하나인 조포나루가 있었다. 강원도에서 생산된 메밀이 조포나루와 마포나루를 거쳐 한양으로 운송되었다. 그러다보니 여주에서도 메밀을 활용한 막국수가 생겨났고, 천서리 쪽으로 사냥을 왔던 사람들이 천서리 주민들이 먹던 막국수 맛에 빠져 사냥을 올 때마다 “막국수 한 그릇 말아주소” 하던 것이 막국수촌 형성의 시발이 되었다. 

 

천년고찰 신륵사와 남한강변의 수려한 경관

7천 원짜리 막국수 한 그릇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순환버스를 타고 신륵사로 향했다. 14년 전인 2004년에 코카콜라 여주공장을 방문하는 길에 잠시 들렀던 신륵사, 남한강변이 내려다보이는 강월헌(江月軒)의 멋진 뷰가 늘 아련했는데 그곳부터 찾았다. 역시 아름다운 곳이다. 예전에는 없었던 ‘황포돛배’ 유람선까지 등장해 시원하게 남한강 물살을 가로질렀다. 강월헌은 고려말 왕사였던 나옹화상이 입적을 한 곳인데 그가 읊었던 ‘청산은 나를 보고’라는 시가 생각났다. 

나옹화상이 입적한 강월헌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남한강변 밥상머리뉴스

 

청산은 나를 보고 / 나옹화상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나옹화상(1320~1376,고려 공민왕의 왕사(王師)이며 무학대사의 스승)이 입적한 신륵사의 강월헌은 나옹화상의 호를 딴 6각 정자로 1972년 대홍수 때 떠내려가 원래 위치에서 오른쪽 아래 1974년 다시 세워졌다. 전망이 좋은 이곳은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일출은 물론 가을 단풍이나 겨울 설경 등 사시사철 아름다운 곳이다. 드라마 <추노>의 촬영 장소였다.

 

나옹화상이 이곳 남한강변에서 입적을 했는데 이를 기념해 그의 호를 따서 지은 '강월헌' 정자 밥상머리뉴스

 

신륵사 입구에서는 여주도자기축제로 시끌벅적

신륵사 관광을 마치고 세종대왕관광순환버스를 타려고 보니 차가 오려면 40분이나 남았다. 마침 여주도자기축제가 열리고 있어서 남은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신륵사 입구에 여주도자기유통센터가 생겨서 고즈넉한 옛 신륵사를 기대하면 실망이다. 그러나 도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일거양득의 관광지가 되기도 한다. 

▲여주도자기축제에서 도공이 물레를 돌리는 장면  밥상머리뉴스

 

당일치기 여행을 마치고 여주역에서 5시에 열차를 탔다. 갈 때는 보이지 않던 지하철 안의 풍경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벽에는 세종대왕의 초상화와 함께 성군의 금과옥조와 같은 사자성어 가르침이 설명되어 있고, 바닥에는 연대별로 세종대왕의 업적이 기록되어 있다. 판교까지 약 50분, 그리고 신분당선으로 갈아타서 양재시민의숲역에 내리니 오후 6시였다. 지하철 타고 1시간 거리, 들어간 비용이라고는 지하철 요금을 빼고 순환버스 요금 4천원과 막국수 7천원, 그리고 신륵사 입장료 2200원 등 모두 합쳐 1만3200원이 전부다. 

 

<세종대왕관광순환버스를 이용한 여주여행 Tip>

1. 여주역에서 출발하는 세종대왕관광순환버스를 활용할 경우 <가>노선과 <나>노선이 있는데, 노선별로 관광지가 다르니 어디를 관광할 것인지 사전에 결심을 하고 가는 게 좋다. <가>노선과 <나>노선의 관광지가 달라도 두 노선 모두 세종대왕릉과 신륵사는 거치는데, 이 두 곳에서는 <가>노선버스에서 <나>노선버스로 또는 그 반대로 환승도 가능하다. 

2. 세종대왕릉에만 갈 경우에는 굳이 여주역까지 순환버스를 타지 않고 세종대왕릉역에서 내려 904번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세종대왕릉에서 마음이 바뀌어 다른 곳도 관광하고 싶다면 그곳에서 순환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중간지점에서 타면 출발지인 여주역에서 탈 때보다 1천원이 할인된 4천원만 내면 된다. 

3. 순환버스를 이용할 경우 다음 버스가 몇 시에 오는지 시간표를 확인하고 관광을 하면 시간활용을 잘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