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농림축산식품부를 상대로 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식품산업 진흥 정책과 관련돼 질의한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떤 국회의원은 흑염소를 정부가 수매토록 하라고 다그치기까지 했지만, 식품 분야 예산이 왜 계속 줄어들고 있느냐, 식품·외식업체들의 국산 식자재 사용 비중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이 무엇이냐를 따지는 의원은 없었다.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에서 한 명도 질의하지 않았다면 잘 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실은 잘 되고 있어서가 아니라 관심이 없기 때문이니 심각한 문제다. 이렇게 식품을 홀대할 바에는 차라리 농식품부에서 식품을 떼는 것이 맞다. 

 

정부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 농림부에 식품을 붙였다. 이유는 농업의 전방산업인 식품산업을 육성해야 죽어가는 농업도 살릴 수 있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래서 식품산업진흥법과 외식산업진흥법도 만들었다. 필자는 당시 어느 토론에서 이를 반대하는 보건복지부 공무원과 핏대를 세워가며 싸우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소관의 식품위생법에 의해 규제만 받던 식품산업을 육성해야 국내 농업도 동반성장을 할 수 있다는 농림부 공무원들의 주장에 순진하게 동의를 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 결과 어떻게 되어 있는가. 식품산업이 육성되었고, 그로 인해 농업이 회생하고 있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명색이 식품산업 주무 부처임에도 이름만 붙여놨지 철저하게 식품은 홀대하고 있다. 마치 서자(庶子) 취급을 하고 있다. 농식품부 전체 예산에서 식품 분야 예산은 5%도 되지 않는다. 국회에 제출돼있는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식품 분야 예산은 6900억 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4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식품업계 CEO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식품산업이 우리 농업의 미래이고 유일한 해답”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식품산업을 육성·발전시키는 것은 시대적 사명”이라고까지 말했다. 말은 잘한다. 장관이 식품산업을 진흥하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는 1년에 한 번 정도 CEO들과 아침밥을 먹으면서 립 서비스를 하는 것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자리에서 식품업계 CEO들은 정부가 식품산업을 육성하려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해달라고 하소연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뿐이다. 

 

장관은 말 잔치만 하고 있고, 하위 공무원들은 쥐꼬리 같은 예산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푸념만 하고 있는 꼴이다. 예산 배정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해당 상임위원회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농촌 지역 출신들이라 농민들의 표만 의식하지 식품산업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그러니 국정감사에서 식품 분야 질의는 한 건도 하지 않고 쌀값 인상이나 흑염소 수매 타령이나 하고 있다. 농림부에 식품을 붙이고, 식품산업 육성과 관련된 정책 개발에 일조해온 필자가 볼 때는 복장이 터지는 일이다. 

 

10년 동안 정부와 국회의원들은 식품산업 육성을 위해 나름 노력을 했다고 강변할 것이다. 그러나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결과는 아무것도 없다. 식품제조업에서 국산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비중은 고작 31% 수준으로 농림부에 식품을 붙이기 전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외식업체들도 원가절감을 위해 대부분의 식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식품산업의 시장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국내 농업과의 거리는 더욱 멀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농식품부는 2012년 대통령 주재 농식품 수출 확대전략 회의에서 2010년에 58억 8000만 달러였던 농식품 수출을 2020년에는 30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1억 달러 이상 수출품목을 2010년 10개에서 2020년에는 50개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2017년 수출실적은 91억 5800만 달러에 불과했다. 7년간 겨우 32억 7800만 달러 늘어났는데, 3년 만에 무슨 재주로 200억 달러 이상 늘려서 2020년에 300억 달러를 달성한다는 말인가. 

 

지난해 농식품 수출 91억 5800만 달러 중에 신선식품은 10억 9천만 달러, 가공식품은 57억 3천만 달러, 수산식품은 23억 3천만 달러로 가공식품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0년과 비교할 때의 신장률은 가공식품이 78.5%, 수산식품이 29.4%, 신선식품은 25.3%로 농식품 수출의 효자 노릇은 가공식품이 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가공식품이 곧 식품산업인데 식품 분야 예산은 4년 연속 줄어들고 있고 지원 정책은 사실상 전무하니 농림부에 식품을 계속 붙여 놓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