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3년부터 음식관광 활성화를 정책과제로 삼고 이를 위해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의 발간을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밥상머리뉴스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3년 6월 11일 ‘문체부-농식품부 협력을 통한 음식관광 활성화 추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에는 음식관광 활성화를 위한 음식관광 인프라 개선 차원에서 <미쉐린 가이드> 발간을 추진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 발간과 펨투어, 취재지원 및 광고 등을 양 부처가 공동으로 부담해 간접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와 같은 계획에 따라 양 부처의 산하기관인 한국관광공사와 한식진흥원(당시 한식재단)은 2015년 11월 27일 한국 음식관광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 발간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해각서에 명시된 양 기관의 협력내용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 발간 지원비용 분담(전체 소요경비의 각 50%)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 발간 관련 공동 홍보 마케팅 ▲기타 양 기관에서 상호협력이 필요한 사항 등으로 되어 있다. 

 

양해각서에는 또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 발간을 위한 계약은 한국관광공사가 대표 성격으로 미쉐린 가이드 측과 맺으나 제작비용을 공동으로 지급하는 한식재단도 모든 계약 조건에서 한국관광공사와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9

이런 양해각서를 근거로 한국관광공사는 2016년 2월 29일 미쉐린 코리아와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 발간 지원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밥상머리뉴스가 입수한 계약서에 따르면 미쉐린은 ▲2016년 말부터 5년간 한글과 영문판으로 매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을 발간하고 ▲미쉐린 가이드 B2C책자 내에 8페이지에 걸친 한국관광공사 광고를 게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미쉐린 코리아와 한국관광공사 계약서 서두

 

▲양측 대표 서명과 사인

계약서는 또 ▲미쉐린 가이드와 관련된 모바일 앱 내에 한국관광공사 광고 ▲미쉐린 가이드에서 수집한 레스토랑과 호텔 명단 제공 ▲미쉐린 가이드 유료 온라인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5개 온라인 계정 제공 ▲관광공사의 미쉐린 가이드 콘텐츠 사용권한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 5천부 제공 등도 규정하고 있다. 

 

이런 조건으로 한국관광공사는 5년간에 걸쳐 150만 유로(약 20억 원)를 미쉐린에 지급하는 것으로 계약했다. 또 한국관광공사는 미쉐린 측이 자신만의 평가기준에 따라 등재 대상 레스토랑을 독자적으로 선별하고 구별하며, 설문조사와 현장점검 등을 시행함에 있어서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동의했다. 아울러 미쉐린 가이드와 그 콘텐츠는 미쉐린 측이 전적으로 소유하며 관리한다는데 동의하고, 미쉐린 가이드에 관한 어떠한 모든 권리(지적재산권 포함)도 언제나 미쉐린 측에 귀속된다는 것에도 동의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9에 게재된 한국관광공사 광고 ⓒ밥상머리뉴스

이와 같은 일련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박근혜 정부는 한식세계화와 음식관광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정부의 예산을 투입해 가면서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미쉐린 측에 서울편 가이드를 발간하도록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민국 정부가 민간 기업에서 책자를 발간하는데 예산을 투입한 꼴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한식세계화와 음식관광 활성화를 위해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이 발간되도록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렇다고 미쉐린 측에 직접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어느 전문가는 “자녀를 명문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서는 부족한 과목에 대한 과외를 시킬 일이지 대학에 거액의 기부를 하고 기부입학을 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국내 식당들이 미쉐린 가이드의 별을 달 수 있도록 식당들을 대상으로 인프라를 지원하는 사업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더 바람직했었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다른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어느 전문가는 “이는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와 다를 바 없다”면서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수준을 높이게 자극을 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을 발간하는 과정에 정부가 관여를 했는지는 이런 저런 소문만 무성할 뿐 확인된 것이 없다. 그러나 민간기업에서 발간하는 레스토랑 안내 책자에 정부가 자발적으로 예산을 지원하며 발간을 요청한 사례는 국제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어 당시 정부가 정책과제로 추진했던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