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셰프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제 외국인 셰프들과 그들이 만드는 요리, 그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한국인 외식문화의 일부분이 되었다. 한국인들은 그들의 요리를 즐기기만 하면 될지 모르지만 그들에게도 희로애락이 없을 수 없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이방인의 밥상 스토리를 차례로 소개한다. 그 네 번째로 폴란드 셰프 토마스 치맥을 만났다.<편집자 주>

 

어린 시절 그는 힙합 문화에 빠졌다. 83년생인 그는 16살 되던 해에 TV를 보며 혼자 비보이 춤을 배웠다. 그리고 4년 뒤 그는 아지지 허스트라쯔(Azizi Hustlazz)라는 팀을 결성해 유럽 비보이 챔피언이 되었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그 팀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독일과 접한 폴란드 중부지방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토마스 치맥은 그러나 비보이에 만족할 수 없었다. 고향의 넓은 땅에서 온갖 채소를 직접 재배하고, 다양한 가축들을 기르며 할아버지와 할머니 사이에서 풍성한 요리 실습을 경험할 수 있었던 그의 마음 속에는 일류 요리사가 되어 폴란드를 널리 알려야겠다는 꿈이 있었다. 15세 때부터 그는 학교와 현장에서 제빵과 제과 기술을 배우고 익혀 파티시에(patissier) 자격증을 땄고, 이어서 사립학교에서 푸드 테크놀로지(food technology)를 배웠다. 그는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해외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2006년 그는 아일랜드로 향했다. 그는 아일랜드의 유명한 제과회사에서 일했는데 그 당시 그가 직접 레시피를 개발했던 스낵 제품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잘 팔리고 있다고 한다.

 

-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되었는가?

 

아일랜드에 있을 때 운명처럼 지금의 부인을 만났다.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아 나의 사랑이 나타났구나 하고 느꼈다. 그녀의 머리 위로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당시 아일랜드에 와서 공부하던 한국인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와이프를 따르던 후배가 먼저 한국에 돌아가서 경남 거제시에 레스토랑을 열고 싶은데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와이프와 함께 2015년에 한국에 오게 되었다.”

 

거제도 레스토랑은 장사가 잘 되었다. 당시만 해도 조선업이 아직 괜찮을 때였고, 거제도에는 조선업과 관련된 외국인들이 제법 많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업한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어서 1년이 못 되어 거제도를 떠나게 된다. 그리고 서울에서 장소를 물색해서 시작하게 된 것이 지금 경복궁 역 근처 서촌에 문을 연 롱 소시지 인 더 홀(long sausage in the hole)’이라는 테이크아웃 가게이다.

 

- 가게 이름이 재미있다.

 

바게트에 구멍을 내고 소스를 넣은 다음 길이가 긴 폴란드식 소시지를 넣어서 먹는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한국인들은 비교적 반응이 무덤덤한데, 외국인 관광객들이 와서 보고는 사진도 찍고 재미있어 한다. 그들은 아마도 이름에서 성적인 무언가를 상상하는가보다.”

 

폴란드에서는 이런 식의 핫도그를 우리나라로 치면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곳에서 거의 대부분 팔고 있고, 또 잘 팔린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폴란드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인 셈이다. 패스트푸드이긴 해도 폴란드 소시지는 독일이나 다른 나라의 소시지보다 고기 성분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맛이 깊고, 방부제나 여타 화학 성분을 섞지 않기 때문에 훨씬 건강한 식품이라고 토마스 셰프는 강조했다.

 

가게 이름뿐만 아니라 셰프의 이름도 재미있기는 마찬가지다. 치맥이라는 패밀리 네임이 그렇다. 치킨과 맥주라는 단어의 첫 글자를 합성해놓은 것 같은 그 이름을 듣는 한국 사람들은 모두 친근감을 가지고 웃지 않을 수 없다.

 

"평창동계올림픽 세계음식문화관 참여로 보람 느껴"

 

- 장사는 잘 되는 편인가?

 

가게를 연 지 1년 반가량 되었다. 지금은 사실 초창기에 비해 장사가 잘 되는 편은 아니다. 경기가 안 좋기는 안 좋은 모양이다. 특히 요즘같이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손님들이 뚝 떨어진다.”

 

▲평창동계올림픽 세계음식문화관 참여 당시 토마스와 그의 부인 ⓒ롱소시지인더홀

 

- 가게를 운영하면서 보람 있다고 생각한 적은?

 

작년 이맘때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는데, 당시 폴란드를 대표해서 평창 세계음식문화관에 참여했던 일이 보람 있는 일이었다. 평화를 바라는 세계인의 축제에 폴란드를 대표해서 참여한다는 것은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당시 많은 사람들이 와서 우리 음식을 즐겼다. 물론 기대했던 것만큼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 가게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불편한 점은?

 

불편하다기보다 불쾌했던 경험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처음부터 이 가게를 프랜차이즈로 만들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오는 손님들 중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친절하게 설명해주곤 한다. 한번은 대구에서 온 손님이 자기가 가맹점 1호가 될 의향이 있다면서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래서 가계약을 체결할 단계까지 도달했다. 그런데 계약금을 보내기로 한 어느 날 갑자기 소식이 끊기더라. 우리는 의사가 없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달 뒤 그 사람이 대구에서 우리 메뉴를 그대로 본떠서 자기 브랜드로 가게를 열었다. 우리의 아이디어와 레시피만 도용한 것이다.”

 

우리나라 외식업계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지는 모르겠지만, 이방인에게 한국인의 모습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될까봐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롱소시지인더홀의 메뉴 ⓒ롱소시지인더홀

 

- 폴란드 핫도그 외에 어떤 메뉴가 있는가?

 

사실 우리 가게는 내가 본격적으로 폴란드 레스토랑을 열기 전에 시험적으로 해본다는 성격이 크다. 그래서 이 가게에서 폴란드 요리를 선보일 수는 없고, 그때그때 몇 가지 폴란드 음식을 팔고는 있다. 예컨대 바게트에 양파와 치즈, 버섯 등을 넣어서 만드는 자피에칸카, 양배추와 고기를 넣고 끓인 다음 바게트와 함께 먹는 비고스 등이 그것이다.”

 

- 한국인의 입맛이 폴란드인과 다를 텐데 어떻게 대응하는가?

 

입맛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나도 처음에 한국 김치를 맛보았을 때 이상했다. 하지만 조금씩 자주 먹다보니 익숙해졌다. 그렇게 익숙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한국인들도 폴란드 음식에 익숙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한국인에게 내 입맛에 맞게 김치를 변형시켜 달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한국인들도 폴란드 음식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시켜 달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그 나라 고유의 음식 맛을 그 자체로 좋아할 필요가 있고,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퓨전이 필요할 때도 있기는 하겠지만.”

 

- 폴란드 음식의 특징은 무엇이고 한국 음식과 차이점은?

 

사실 한국인들은 베이글이 폴란드에서 비롯된 빵이라는 것도 모를 정도로 아직까지 폴란드 음식에 대해서는 생소할 것이다. 무엇보다 폴란드 음식은 자연친화적이고 건강에 좋은 식재료가 풍부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폴란드에서는 유전자변형(GMO) 식품을 사용하지도 팔지도 않는다. 또한 방부제라든가 화학 첨가물 사용을 극도로 제한한다. 폴란드 음식과 한국 음식에는 비슷한 점도 많다. 이를테면 한국에 김치가 있듯이 폴란드에도 양배추로 만드는 김치가 있다. 물론 폴란드 김치는 한국 김치처럼 그렇게 맵지 않다. 또 한국인들이 돼지고기를 좋아하듯이 폴란드인들도 돼지고기를 좋아한다. 한국의 삼겹살 식당을 폴란드에 수출하면 아마 잘 되지 않을까 싶다.”

 

"나의  요리원칙 - 신선한 식재료, 품질의 일관성, 주방 청결, 내 요리에 대한 자부심"

 

- 본인의 요리에 관한 철학이 있다면?

 

나에게는 요리를 함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다섯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신선하고 좋은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기준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셋째는 주방을 청결하게 해야 한다는 것, 넷째는 자신이 만드는 음식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아이나 가족들에게 줄 수 없는 음식을 팔거나 서비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터뷰 중인 토마스 ⓒ밥상머리뉴스

 

 - 좋은 셰프란 어떤 셰프라고 생각하는가?

 

열정을 갖고 자신이 요리한 음식을 사랑하고 즐기는 셰프가 좋은 셰프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TV를 보면 각종 먹방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이런 곳에 나와서 보여주기 식의 겉멋만 든 셰프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TV는 큰 영향력을 가지지만 그만큼 쇼에 그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셰프들은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시큼하고 매콤한 김치찌개를 좋아해"

 

- 가장 좋아하는 한식은?

 

한국 음식은 향도 풍부하고 매운 맛도 매력적이다. 내가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김치찌개다. 약간 시큼하고 매콤한 맛이 끌린다. 사실 폴란드에도 비슷한 음식이 있다. 폴란드 김치와 돼지고기를 넣고 끓이는 카푸시냐크가 그것이다.”

 

- 앞으로의 꿈과 목표는?

 

 

내 꿈과 목표는 한국에 롱 소시지 인 더 홀이라는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많이 늘리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한국에 없는 폴란드 정통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것이다. 마침 현재 주한 폴란드 대사관의 대사님이 우리를 적극 밀어주고 있다. 올해는 한국과 폴란드가 수교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올해 안에 레스토랑을 꼭 열어서 한국인들에게 정통 폴란드 요리를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롱소시지인더홀에서 토마스와 그의 부인 ⓒ밥상머리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