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셰프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제 외국인 셰프들과 그들이 만드는 요리, 그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한국인 외식문화의 일부분이 되었다. 한국인들은 그들의 요리를 즐기기만 하면 될지 모르지만 그들에게도 희로애락이 없을 수 없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이방인의 밥상 스토리를 차례로 소개한다. 그 다섯 번째로 불가리아 셰프 미카엘을 만났다.<편집자 주>

 

그가 오너 셰프로 직접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이태원 해밀턴 호텔 뒷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가게 이름은 젤렌(Zelen). 불가리아어인 젤렌은 영어로 그린(Green)이라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식당 안의 색조는 온통 그린 물결이다. 한국에서 유일한 불가리안 레스토랑이다.

‘캡틴 불가리아, 여심을 사로잡는 꽃미남 셰프’. 그가 약 5년째 출연 중인 JTBC '냉장고를 부탁해‘ 프로그램의 소개 페이지에는 미카엘 셰프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그만큼 잘 생겼다는 뜻일 게다. 최근에는 tvN의 ’수미네 반찬‘에 출연하며 인기를 끄는 스타 셰프로 활약하고 있기도 하다. 

꽃미남에다 방송 출연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 셰프라면 레스토랑 운영도 자연스럽게 잘 되지 않을까? 그래서 처음부터 단도직입으로 물어봤다.

 

▲Zelen의 내부모습 ⓒ밥상머리뉴스

 

- 장사는 잘 되는가? 

 

“지금은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 2018년 매출은 2017년보다 50%가량 떨어졌다. 직원 수도 2017년에는 30명이었는데 작년에는 20명 수준으로 줄였다. 경기가 예전 같지 않다.”

 

- 왜 그렇게 안 된다고 생각하는가?

 

“글쎄. 내가 이태원에서 17년째 살고 있고 식당을 연 지는 12년이 되었다. 그 동안 이태원 상권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여기가 세계음식거리라고 하는데, 최근 2~3년 사이에 외국인이 운영하는 식당들이 많이 문을 닫고 한식당이나 포차, 주점 등으로 바뀌었다. 주차장이 없는 것도 불편하다. 아마도 미군부대가 용산에서 평택으로 이전한 것도 영향이 있을 것 같고.”

 

최근 이태원 가게 3곳의 문을 닫은 방송인 홍석천의 일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했다. 홍석천은 한 인터뷰에서 경리단길 등 이태원 상권이 어려워진 요인을, 사라지는 거리의 특색과 유동인구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 임대료 폭등, 최저임금 상승 등에 의한 비용 압박 등으로 분석한 바 있다.   

 

미카엘 아슈미노프(Michael Spasov Ashminov) 셰프가 한국에 온 것은 17년 전인 2002년이다. 불가리아 현지의 쉐라톤 호텔에서 일하고 있다가 한국의 웨스틴 조선 호텔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3년간의 계약기간을 끝낸 후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7년에 지금의 젤렌 레스토랑을 열었다.

 

▲인터뷰 중인 미카엘 ⓒ밥상머리뉴스

 

- 요리는 언제부터 배웠는가?

 

“부모님이 요리를 잘 하셨다. 어릴 때부터 나는 항상 주방에서 부모를 도와드렸다. 엄마가 ‘커서 뭐하고 싶냐’고 물으면 나는 늘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14세 때부터 요리직업학교를 가서 5년간 배우고, 군대 갔다 와서 호텔에 근무하다가 20살 때 한국으로 왔다.”

 

그의 아버지는 불가리아인이고, 어머니는 폴란드인이다. 아버지는 한국에 와서 같이 살면서 젤렌 근처에서 바를 운영하고 있다. 젤렌은 친형과 같이 경영하고 있다. 현재 폴란드에서 살고 있는 어머니를 올 3월경에 한국으로 모시고 올 계획을 갖고 있다.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젤렌의 메뉴 중에는 폴란드 음식도 5~6개 있고, 젤렌에서 한 달에 한 번씩 폴란드 음식 축제도 연다고 한다.

 

- 굳이 요리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무엇인가?

 

“음식 만드는 게 재미있다. 그리고 사람 만나는 것도 재미있다. 나는 직장 생활은 못했을 것이다. 사무실 같은 데 앉아서 일하는 게 체질에 안 맞다. 계속 뭔가 해야 하고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요리랑 딱 맞다. 요리는 해야 할 게 많다. 시장에 가서 식재료를 사와야 하고, 가게 와서 준비해야 하고, 손님도 맞이해야 하고, 손님들과 대화하고, 하루 종일 바쁜 게 좋다.”

 

"레스토랑 컨셉은 불가리안 집밥과 전통음식을 선보이는 캐주얼 다이닝"

 

미카엘 셰프는 젤렌 레스토랑의 콘셉트에 대해 ‘불가리안 집밥과 전통음식을 선보이는 캐주얼 다이닝’이라고 설명했다. 불가리아는 발칸 반도의 작은 나라지만 그리스 및 터키와 인접해 있고 흑해를 끼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위도가 비슷해, 식재료가 풍부하면서 다국적 음식문화가 섞여 있는 게 특징이다. 특히 불가리아는 장수국가로 알려져 있으며, 요구르트의 원조국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젤렌의 메뉴 중에는 요구르트를 활용한 음식이 많다.

 

▲Zelen의 메뉴판 ⓒ밥상머리뉴스

 

- 메뉴가 너무 많은 것 아닌가? 

 

“불가리아 집밥을 다양하게 소개하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연어 스테이크나 소안심 스테이크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메뉴가 불가리안 전통 음식이다. 아무래도 대표적인 것은 요구르트를 곁들인 메뉴다. 소스, 샐러드, 수프 등에도 요구르트가 들어간다. 어떤 특정 메뉴가 잘 팔린다기보다는 골고루 다 잘 팔린다. 시금치가 들어가 있는 닭가슴살이 비교적 인기가 많다. 크림소스를 사용해서인지 여성 손님들이 좋아한다. 그밖에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 토끼고기, 생선 등 다양한 요리가 있다.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요리도 선보이고 있고, 파티용 요리도 따로 있다. 농어 한 마리가 통째로 나오기도 하고, 연어도 6kg짜리를 제공해 12~20명씩 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처음 식당을 열었을 때는 90%가 외국인이었지만, 지금은 90%가 한국인이다.”  

 

- 한국인의 입맛이 불가리아인과 다를 텐데 어떻게 대응하는가?

 

“처음에는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불가리아 음식은 향신료를 많이 쓰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조금 맞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한번은 손님이 ‘여기서 계속 장사하고 싶으면 고추장이나 된장 등 한국 식재료를 쓰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미안하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왜냐하면 여기는 불가리아 음식을 소개하는 식당이니까.”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셰프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자기 나라 음식에 대해 자부심이 강하고, 퓨전보다는 전통 방식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것은 아무래도 한국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기본 목적이 자국의 고유한 전통 요리를 선보이고 싶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이 보양식을 좋아하는 게 신기하다

 

- 한국과 불가리아의 음식문화에 어떤 점이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한국인들이 보양식을 먹는 것이 참 신기했다. 예컨대 무릎이 아플 땐 도가니를 먹는다든가, 스태미나 음식을 먹는다든가. 굳이 먹고 싶지 않은데도 우리 몸에 좋다고 하니까 일부러 먹는다는 개념이 특이했다. 불가리아에는 이런 게 없다. 물론 불가리아에는 herb medicine은 많지만 음식에는 그런 게 없다. 반면 비슷한 점도 많다. 한국에 계절 음식이 있는 것처럼 불가리아에도 그런 게 있다. 두 나라의 위도가 비슷해 4계절이 다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가게를 운영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직원이 거의 없었던 초창기 때 일이다. 한번은 손님이 미트볼을 주문했고 음식이 나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깜박 잊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야 나온 것을 알았지만, 미트볼은 이미 식은 상태였다. 할 수 없이 손님에게 식은 미트볼을 갖다 줬는데, 당연히 손님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나는 불가리아에서는 이렇게 미트볼을 차갑게 해서 먹는다고 짐짓 당당하게 말했다. 그랬더니 손님들이 매우 맛있게 먹었다. 나중에 계산할 때 그 손님이 ‘여기는 한국이니까 미트볼이 뜨거우면 더 맛있을 텐데’라고 해서 내가 사실을 고백하고 ‘손님 감사합니다. 꼭 기억하겠습니다.’라고 넘긴 적이 있다. 그 후로 그 손님은 단골이 되었다.”

 

- 한국인이 외국 음식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얼마 전 괌으로 3일간 해외 촬영을 나간 적이 있다. 그런데 3일 동안 세끼를 모두 한식으로 먹는 게 아닌가. 물론 여러 명이 갔고 한국인 스태프들이 많았으니까 그렇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한국 음식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모든 나라 사람들이 자국의 음식을 좋아하고 최고라고 생각하겠지만, 한국인은 그게 더 심한 것 같다. 나와 내 친구들의 경우를 보면, 여행을 가면 자국 음식보다는 그 나라 음식을 더 경험하고 싶어 한다.”

 

▲인터뷰 중인 미카엘 ⓒ밥상머리뉴스

 

"요리의 기본은 ’, ‘단순함’, ‘긍정적인 마음’"

 

- 본인의 요리에 관한 철학이 있다면?

 

“그 질문을 엄청 많이 들었는데, 답하기 쉬우면서도 어려운 질문이다. 다만 적어도 지금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레스토랑의 경우, 불가리안 집밥이기 때문에 데커레이션이 약하다. 그러니 예쁘게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맛을 중시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단순함’이다. 식재료 고유의 맛을 살리려면 재료 가공을 최소화하는 단순함이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항상 ‘긍정적’인 마음. 주방에서 항상 즐겁게 일하려고 한다.”  

 

- 좋은 셰프란 어떤 셰프라고 생각하는가?

 

“요리의 기본 철학과 맞닿아 있는 질문인데, ‘정직함’과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 셰프가 좋은 셰프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에 정직하지 않은 셰프들도 너무 많다. 싸구려 재료를 고급 재료인양 속이고 요리하는 그런 요리사들도 많은 게 사실이다.”

 

"찌개와 탕과 같은 국물 요리 좋아해"

 

- 가장 좋아하는 한식은?

 

“찌개라든가 탕과 같은 국물 요리를 좋아한다. 사실 매운 음식은 최근에 조금씩 시도하고 있다. 매운 음식을 매일 먹을 수는 없지만, 잘 먹는 편이다. 백숙 같은 것도 엄청 좋아한다.”

 

사실 미카엘 셰프는 젤렌을 오픈한 2007년부터 음식 관련 방송 활동을 해오고 있다. 처음에 시작한 MBC의 ‘찾아라 맛있는 TV 황금밥상’에서는 우리나라의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은 ‘수미네 반찬’에서 한국 반찬과 한식을 배우고 있다. 그만큼 그에게 한식은 그렇게 어색하지 않은 셈이다.

 

요즘 그는 오토바이로 여행을 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쉬는 날이면 국도를 달리면서 중간 중간에 맛집을 찾거나 이것저것 구경을 한다. 그런 그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었을 때 조금은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제 곧 40대가 되는데, 꿈은 계속 바뀐다. 지금 현재로서의 내 꿈은 조용히 살고 싶은 것이다. 앞으로 10년간은 열심히 사업을 해서 돈을 벌어야겠지만, 50대가 되면 사업보다 가족들과 함께 여행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재미있고 조용하게 살고 싶다. 적어도 나는 물질 만능주의자는 아니다.”

 

▲Zelen 입구에서 ⓒ밥상머리뉴스

 

 

<사진 및 정리: 백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