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진흥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발의한 한식진흥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3월 13일 국회에서 열림에 따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식진흥법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은 법적 뒷받침이 있으면 한식이 진흥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법률 제정을 추진했을 것이다. 필자도 ‘한식 장려정책을 펼치자’(본지 2016년 7월 29일 칼럼)고 주장해온 사람으로서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책 입안자들에게 이걸 묻고 싶다. 그동안 법이 없어서 한식진흥을 못했는가?, 또 법을 만들면 한식진흥이 가능한가?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2008년 식품산업이 농림부의 소관 업무가 된 이후 농림축산식품부가 관장하는 식품산업과 관련된 진흥법은 무려 10개나 된다. 식품산업진흥법, 외식산업진흥법, 소금산업진흥법, 김치산업진흥법, 전통주진흥법, 차산업 및 차문화 진흥법, 낙농진흥법, 쌀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인삼산업법, 식생활교육지원법 등이 그런 것이다. 

 

식품산업진흥법이나 외식산업진흥법이 있어서 농업의 전방산업인 식품산업과 외식산업의 진흥이 되었는가? 소금산업진흥법이 만들어져서 국산 천일염산업이 활성화되고 천일염이 세계적인 명품소금이 되었는가? 김치산업진흥법 때문에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이 강화되었는가? 전통주진흥법이 있어서 쪼그라들었던 전통주가 부활하고 있는가? 아니올시다. 

 

그럼 갖가지 진흥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산업은 왜 발전하지 못하고 있을까? 있으나 마나 한 진흥법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진흥법은 법률 조문이 ‘~를 해야 한다’가 아니라 ‘~를 할 수도 있다.’로 되어 있다. ‘~를 해야 한다.’는 의무 사항이지만, ‘~를 할 수도 있다.’는 선택 사항이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를 할 수도 있다.’고 규정한 것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기준은 대체로 예산과 관련이 있다. ‘할 수도 있다’고 되어 있는데 ‘왜 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공무원들은 “예산이 없어서”라고 대답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다시 말하면 진흥법을 아무리 만들어 놓아도 예산이 없으면 있으나 마나 한 진흥법이 되고 만다는 이야기다. 

 

13일 공청회에서 농식품부 이재식 외식산업진흥과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2019년도 한식과 관련된 예산은 100억5,800만원이다. 지난해의 124억600만원보다 무려 18.9%나 줄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농식품부의 전체 예산에서 식품산업 부문 예산이 지난해보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전체 예산에서 식품산업 관련 예산은 2015년에 8,39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가 올해까지 4년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다. 올해는 약 7천억원 수준으로 농식품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도 되지 않는다. 이름만 농림부에 식품을 붙여놓았지 사실상 식품은 ‘서자’ 취급을 받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처럼 식품산업 관련 예산이 4년 연속 감소하고, 한식진흥과 관련된 예산도 줄었는데 한식진흥법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예산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하지도 않는데 법만 만들면 뭐 하겠나. 대부분의 진흥법에 몇 개 되지 않지만 ‘~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5년마다 ~진흥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식진흥법이 제정되더라도 5년 뒤에 관련 공무원들이 영혼 없는 기본계획을 만드느라 애를 쓸 모습이 훤히 보인다. 

 

한식진흥을 위한 접근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발의된 한식진흥법(안)의 내용을 보면 ▲한식진흥의 기반 조성을 위해 한식 관련 실태조사와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한식의 국내외 확산을 위해 국제교류와 협력을 촉진하며, ▲한식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문 인력의 양성과 한식체험 활성화, 우수 한식당의 지정 등이 담겨있다. 모두 뜬구름 잡는 원론적인 내용들이다. 특히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내용은 더욱 그렇다. 

 

한식진흥법을 만들면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고 했는데, 수천 년 한식을 만들고 먹어온 우리나라는 엄마들이 전부 한식 전문 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무슨 전문 인력이 또 필요하다는 말인가. 한식당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말하는 것이라면 수요 없는 인력 공급을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요리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한식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한식당은 대부분 영세해서 월급을 많이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전문 인력을 양성한단 말인가. 국가가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필자가 볼 때 한식진흥은 인력이든 식재료든 공급자 측면에서 볼 것이 아니라 수요자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고, 수요자 측면에서 어려운 점을 해결해주면 한식은 저절로 진흥이 된다. 외식업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구동성으로 ‘한식으로 장사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예산이 없으면 있으나 마나 한 법을 만들 것이 아니라, 왜 한식으로 장사하기 힘든지 그 이유를 들어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한식진흥 전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