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13일, 교촌치킨 창립 28주년 기념식장에서 권원강 회장이 전격적으로 경영일선에서 퇴진을 선언했다. 나이(1951년생)가 그렇게 많지 않고, 나이에 비해서도 굉장히 건강한 것으로 알려진 창업자의 전격 퇴진은 많은 추측이 난무하게 만들었다. 

 

그가 직접 밝힌 퇴임의 변을 요약해 보면 “급격한 대외 환경 변화에 따라 투명하고 전문화된 경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흔히 오너경영체제에서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할 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사실상의 최초여서 신선하게 들린다. 오너가 사고를 쳐서 어쩔 수 없이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한 경우는 있어도 스스로 퇴진의 용단을 내린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난해 불거진 6촌 동생 권순철 전 상무의 직원 폭행사건 때문에 실추된 오너경영의 문제가 주식시장 상장심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되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그런 분석도 나름 일리가 있다.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권회장의 퇴진은 이미 준비된 퇴진이라는 것이 회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권 회장은 기념사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대외 환경 속에서 경영 혁신 없이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교촌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하는 본사 직원·가맹점 모두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변화와 혁신에는 한 사람의 회장이 아닌 투명하고 전문화된 경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그 배경을 직접 밝혔다.

 

권원강 회장의 퇴진을 계기로 치킨업계 1위인 교촌치킨은 그동안 어떻게 성장해왔고, 지금 현재는 어떤 상황이며,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나갈지 분석해본다. 

 

권원강 회장의 ‘정도경영’ 뚝심이 만들어낸 업계 1위

 

창업자 권원강 회장이 치킨장사를 시작한 것은 1991년이다. 우리나라에서 치킨 브랜드가 처음 생긴 것은 1977년 <림스치킨>이 최초이니 빠른 것도 아니고, 이미 대중화된 브랜드들도 여럿이 존재하던 시점이다. 권원강 회장은 기존의 치킨 브랜드들이 대부분 외래어로 된 브랜드 명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자신은 먼 훗날이지만 세계시장에 진출하려면 가장 한국적인 브랜드 이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에게 한국적인 것은 ‘시골마을’이라고 생각했고, 그 중에서도 ‘향교’가 있는 마을이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탄생한 브랜드 이름이 ‘교촌(敎村, 향교가 있는 마을)’이다. 향교가 있는 마을을 ‘교동’ ‘교촌’ ‘교리’ 등으로 표기했는데, 실제 경주에 ‘교촌’이라는 마을이 있는 것을 알고 ‘교촌’이라고 했다고 한다. 

 

향교가 있는 마을은 그냥 시골마을보다는 교육적 요소가 가미돼 수준 높은 마을, 품격이 있는 마을 등의 이미지가 연상되듯이 권원강 회장은 치킨 브랜드 ‘교촌치킨’에서도 뭔가 다른 치킨과는 차별화된 품격 있는 치킨을 추구하고자 하는 염원도 담았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서 비롯된 경영철학이 바로 ‘정도경영’이다. 

 

권원강 회장은 고등학교를 중퇴할 정도로 가정 형편상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다. 그러나 갖가지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터득한 삶의 지혜가 곧 경영철학이 된 셈이다. 나이 마흔에 시작한 치킨장사, 그리고 이어지는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정도경영은 바로 ‘가맹점이 살아야 본사가 산다’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문율이다. 

 

권 회장은 그것을 실천했다. 매장 수는 다른 경쟁 브랜드에 비해 적은데도 본사의 매출은 훨씬 더 많고, 매출이 많은데도 본사의 영업이익은 다른 브랜드보다 적은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 본사보다는 가맹점이 더 많은 이익을 거두도록 해왔기 때문이다. 정도경영의 결과 교촌은 2014년에 매출기준 업계 1위를 차지한 이후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6촌 동생의 폭행사건과 배달료 유료화가 남긴 부담 적지 않아

 

잘나가던 교촌이 2018년에는 두 가지 큰 이슈로 곤욕을 치렀다. 하나는 권 회장의 6촌 동생인 권순철 전 상무의 직원 폭행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배달료를 유료로 전환한 것이다. 

 

전자는 이른바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병과 같은 ‘갑질’로써 정도경영을 표방해온 교촌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권 회장의 마음이 매우 아팠고, 부담도 많이 느꼈다고 한다. 전에부터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이 사건이 그 시기를 앞당겼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후자는 배달중심의 영업을 하는 모든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공통된 애로사항을 선두업체가 이른바 ‘총대’를 멨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배달앱의 발달로 가맹점들의 수수료 부담이 만만찮은 상황에서 가맹점의 수익을 어느 정도 보장해주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에 단기적으로는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쳤음에 틀림이 없다. 

 

여기에다가 권원강 회장은 30대 중반의 외동딸도 회사에서 내보냈다. 권 회장의 딸은 미국에서 생활하며 미국 현지 매장을 관리하다가 국내에 들어와 본사에서 해외진출 업무를 맡아왔지만 딸이기 때문에 통제가 어려운 부분도 있고, 업무와 관련해 약간의 실수도 있어서 과감하게 퇴사조치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표면상으로 보면 본인은 물론 외동딸, 6촌 동생 등 권씨 ‘로열패밀리’는 모두 그만둔 상태다. 

 

황학수 체제의 교촌, 순항할까?

 

권원강 회장은 창립기념식에서 퇴임을 전격 발표한 뒤 곧바로 대구로 내려갔다. 전화기조차 꺼버렸다고 한다. 이제 교촌치킨의 운명은 황학수 총괄사장에게 맡겨졌다. 3월 29일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된다. 

 

황학수 사장은 어떤 사람인가? 변호사 출신이다. 오래전부터 교촌의 고문변호사 역할을 해왔다. 그러다가 변호사를 그만두고 2012년에 경영전략본부장을 맡으면서 교촌 경영에 직접 관여하기 시작했다. 권 회장과는 성씨가 다르지만, 완전히 남은 아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권 회장이 회사에 피붙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홀연히 퇴임할 수 있는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문제는 황학수 사장이 책임지는 교촌치킨이 앞으로 순항을 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들은 권 회장 시절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권 회장은 ‘정도’를 기본적인 경영철학으로 삼았는데, 황 사장도 변호사 출신이라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 마인드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오너가 아니라서 오너가 가진 카리스마는 없겠지만 오히려 좋은 점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너 체제에서는 오너의 결심을 기다려야 하지만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오히려 의사결정의 속도가 빠르고, 융통성도 더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교촌치킨 권원강 회장의 전격 퇴임은 이유가 어디에 있든, 건강상의 문제가 없고, 또 경영상의 문제도 없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프랜차이즈 업계의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의 결단이 앞으로 교촌치킨은 물론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