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무슨 짓을 해서 돈을 벌던 합법적이면 죄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돈을 버는 데도 ‘상도(商道)’가 있고, ‘기업윤리(企業倫理)’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고작 장사꾼 집단이지 기업이라 할 수가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전통주 전문 업체인 ‘국순당’이 외국의 유명한 와인을 수입해서 판매한다는 것은 전통주를 사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수긍하기 힘들다. 좀 심하게 말하면 배신행위나 마찬가지다. 

 

국순당이 와인을 수입해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다. 2003년 3월 해태그룹의 계열사였던 ‘해태&컴퍼니(전 해태산업)’를 인수하면서부터다. 해태&컴퍼니는 주로 와인과 코냑 등 외국산 술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회사였다. 주당들에게는 익숙한 ‘나폴레옹’ ‘런던 드라이진’ 같은 술도 이 회사에서 수입해 판매했었다. 그런 회사를 전통주 전문 업체 국순당이 인수했던 것이다. 

 

인수한 회사의 사업내용이 주류 수입·판매업이니 와인 등을 수입해 판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국순당이 이 회사를 인수한 심보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지적한다. 어차피 주류 판매의 대상은 똑같다. 자사가 만들어내는 전통주를 더 많이 먹게 해야 할 대상에게 전통주와는 경쟁관계에 있는 와인을 수입해 판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통주를 싫어하고 와인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하면 더욱더 나쁜 짓이다. 

 

 

 

해태&컴퍼니를 인수하던 2003년은 국순당이 가장 잘 나가던 시절이다. 1983년 2월 (주)배한산업으로 출발한 국순당(상호변경 1992년 12월)은 1992년 ‘백세주’가 출시되기 이전까지는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국내에도 웰빙 바람이 불면서 ‘백세주’가 엄청난 인기를 얻어 2003년에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인 매출 1319억원을 기록했다. 회사에 잉여자본금이 많으니 해태&컴퍼니를 인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회사의 사업내용을 보면 인수 의도 자체가 불순했다고 볼 수 있다.

 

만약에 국순당이 해태&컴퍼니를 인수할 때 회사의 정체성을 전통주 전문 업체가 아니라 종합주류회사로 정립하려고 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M&A였다. 국순당은 인수한 해태&컴퍼니를 계열사로 둔 것이 아니라 국순당과 합병을 해버렸다. 국순당의 정체성이 모호해져 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순당은 스스로 전통주 전문 업체임을 표방하고 있고, 소비자들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전통주와 관련된 정부 정책의 최대 수혜자의 지위도 누리고 있다. 이것이 옳은 일인가?

 

필자는 수입 주류를 무조건 배척하자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화된 식품시장에서 소비자가 원하면 어떤 주류라도 국내 시장에서 국산 주류와 경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회사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적어도 자타가 공인하는 전통주 전문 업체인 국순당의 몫은 아니라는 말이다. 국순당은 현재 약 300여 가지의 와인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가지 수로만 따지면 전통주보다 많다. 최근에 프랑스의 고급 와인 2종을 수입해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야단법석을 부리고 있다. 

 

수입 와인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벌써 20여 년이 되어 가지만 국순당은 회사 전체 매출에서 와인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전통주 업체가 와인을 많이 판매하는 것이 민망해서 숨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렇다면 와인 수입·판매업을 계속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 더구나 와인 수입·판매사업을 시작한 2003년 이후 국내 와인 시장이 엄청난 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미미하다면 실패한 사업인데도 회사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사업을 끌어안고 가야 하는 이유가 뭔지 묻고 싶다. 

 

국순당은 2003년 사상 최대의 매출 1319억원을 기록했다가 백세주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2009년에는 매출이 548억원까지 추락했었다. 그러다가 2009년 4월 생막걸리 출시와 더불어 국내 시장에 막걸리 붐이 일면서 2010년에는 매출이 1243억원까지 회복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막걸리 열풍이 시들해지면서 매출은 계속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527억원으로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프리미엄 막걸리 ‘1,000억 유산균 막걸리’를 출시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려고 했지만, 매출로 보면 재도약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국순당의 3월 22일 현재 주가(액면가 500원)는 4,000원이다. 호시절이던 2003년 12월의 사상 최고가 2만9,500원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해 관리종목으로 편입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국순당은 지난해 매출 527억원에 영업이익 28억원 적자를 기록했는데, 순이익은 152억원을 거뒀다. 알고 보니 회사 명의로 바이오 관련 회사의 주식에 투자했었는데 이 회사의 주가가 많이 올랐고, 지난해 그 주식을 팔아 차익을 많이 냈기 때문이었다. 

 

회사 이름으로 다른 회사의 주식에 투자한 것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그나마 그것이 국순당의 산소호흡기 역할을 하고 있는 꼴이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기업이 위험을 분산하거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 사업다각화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자사의 본질적인 사업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 쪽으로 해야 한다. 국순당이 와인 수입·판매라는 엉뚱한 짓을 하지 않고, 남의 회사 주식에 투자할 자본으로 전통주 업체로서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