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셰프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제 외국인 셰프들과 그들이 만드는 요리, 그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한국인 외식문화의 일부분이 되었다. 한국인들은 그들의 요리를 즐기기만 하면 될지 모르지만 그들에게도 희로애락이 없을 수 없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이방인의 밥상 스토리를 차례로 소개한다. 그 일곱 번째로 태국 요리사 스리프라팁 파우피싯(Sriprateep Pawpisit)를 만났다. <편집자 주>

 

태국의 북동부 지역을 통칭 ‘이산 지역’이라고 부른다. 이산 지역은 북쪽과 동쪽에는 메콩강이 흐르면서 라오스와 접해 있고, 남쪽은 캄보디아와 접해 있다. 이 지역의 중심 도시는 ‘우돈타니’라는 곳이다. 이 지역은 우리나라로 치면 전라도와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한다. 그만큼 ‘이산 음식’은 풍부하고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는 뜻이다. 

 

이곳이 파우피싯(이하 파우) 셰프의 고향이다. 그의 고향이기는 하지만 그가 실제 태어난 곳은 엉뚱하게도 미국 뉴욕이다. 태국 육군의 장군이었던 그의 아버지를 따라 여러 외국을 돌아다녔던 그는 다섯 살 때부터 어머니 밑에서 요리를 보고 배우며 자랐다. 어머니는 사설 학원이기는 했지만 태국 왕실요리학원을 운영하는 원장이었다. 파우는 아버지를 따라 외국을 이리저리 전전하면서도 태국에 머무는 동안에는 어김없이 어머니 옆에서 부엌일을 도와야 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이 싫지 않았다. 그 모든 과정이 지금 그의 요리를 탄생하게 한 자양분이 되었다.

 

2012년경 그는 태국의 한 펍(pub) 레스토랑에서 가수 겸 요리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그는 태국 배낭여행 중이던 지금의 한국인 부인 곽선미 씨를 만났다. 2015년에 두 사람은 한국으로 온다. 한국으로 올 당시 곽선미 씨 뱃속에는 아들 ‘유원’이가 자라고 있었다. 

 

▲왼쪽부터 아들 유원, 부인 곽선미 씨, 셰프 파우 ⓒ밥상머리뉴스

 

파우 부부는 작년 5월 서울 용산구 신흥시장 안에 조그만 가게를 열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으로 유명해진 시장횟집 바로 옆이다. 신흥시장은 재래시장이지만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돼 새롭게 변모한 곳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시장 안은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여전히 담고 있다. 남산타워의 남쪽, 남산 밑의 언덕에 형성된 이른바 해방촌의 한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한때 근처의 이태원이나 경리단길처럼 활성화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지금은 이태원과 마찬가지로 유동인구가 많이 줄었다. 

 

파우 셰프의 한국말이 아직 서툴러 인터뷰에는 부인 곽선미 씨가 함께 거들었다.

 

- 어떻게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는가?

 

“사실 여기가 어떤 곳인지도 잘 모르고 문을 열었다. 작년 3월초쯤에 가게를 알아보려고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이곳에 들렀는데, 권리금도 없고 임대료도 저렴한 것 같아서 계약했다. 장사는 썩 잘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쁘지도 않은 편이다.”

 

- 가게 이름이 '팟카파우'다. 무슨 뜻인가?

 

“팟카파우(PAD KA PAW)라는 이름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우선 하나는 음식 이름이다. 팟은 태국어로 '볶다'라는 뜻이고 카파우는 향신료 '바질(basil)'을 뜻한다. 그래서 팟카파우는 '바질 볶음 덮밥'이라는 의미다. 다른 하나는 태국어로 '카'가 성조를 다르게 발음하면 '함께(영어의 with)'라는 뜻이고 파우는 내 이름이니 '파우와 함께하는 볶음요리'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만큼 이 가게의 요리에는 바질이라는 허브 향신료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바질은 두통이나 신경과민, 구내염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에 면역력 증대에도 효능이 있다고 한다.  

 

▲'팟카파우'(왼쪽)와 '팟타이'(오른쪽) ⓒ밥상머리뉴스

 

팟카파우는 음식 이름이자 셰프와 함께하는 요리라는 뜻

 

- 이 식당이 가장 자랑하는 메뉴는 무엇인가?

 

“가게 이름과 똑같이 팟카파우가 주된 메뉴다.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갈아서 바질과 소스를 넣어 함께 볶은 뒤 계란후라이를 얹은 흰쌀밥과 함께 제공한다. 한국으로 치면 제육덮밥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해산물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돼지고기를 많이 선호하고, 이 경우 ‘팟카파우 무쌉’이라고 부른다. 닭고기를 선택하면 ‘팟카파우 까이’가 된다. 즉 팟카파우에다가 선택한 고기나 해산물에 따라 뒤에 다른 명칭이 붙는 식이다.”

 

이밖에도 이 식당에서는 팟타이나 똠얌꿍과 같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태국의 대표적인 음식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쌀국수의 일종인 팟타이는 셰프가 직접 끓인 소스로 맛을 내 인기가 많다고 한다. 다른 태국 음식점보다 대체로 가격은 저렴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단골손님이 많다.

 

- 가게를 운영하면서 어떤 점이 어려운가?

 

“가장 어려운 점은 식재료다. 식재료 구하기가 쉽지 않다. 요리의 맛은 식재료가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애를 먹는다. 이를테면 팟카파우에 태국의 매운맛 고추를 넣어야 하는데 이것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 냉동으로 수입하는 게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청양고추를 섞어 비슷한 맛을 내려고 노력한다. 다른 하나는 가게 운영의 어려움이라기보다는 내가 더운 나라 출신이기 때문에 겨울이라는 계절이 힘들다.”

 

다른 음식과 다른 문화의 땅에 와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모든 이방인이 겪는 공통점이다.

 

▲'팟카파우'의 외관 ⓒ밥상머리뉴스

  

- 한국인의 입맛이 태국인과 다를 텐데 어떻게 대응하는가?

 

“나는 기본적으로 요리 방식이나 식재료에 있어서는 태국 전통 방식을 따른다. 즉,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일부러 맛을 변형시키는 퓨전을 지향하지 않는다. 그 대신 태국 음식 중에서 비교적 한국인의 입맛에 맞을 만한 메뉴를 선택한다. 사실 태국 음식을 먹어보려는 사람들은 새로운 맛을 시도해보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에도 삭힌 홍어처럼 일부 사람들이 잘 먹지 못하는 요리가 있는 것처럼 태국에도 그런 음식이 많다. 하지만 그런 요리도 손님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제공해 드릴 수 있다.” 

 

▲인터뷰 중인 셰프 파우 ⓒ밥상머리뉴스

 

태국 음식의 특징은 주변국의 다양성과 태국의 고유성의 융합 

 

- 태국 음식이나 요리의 특징 혹은 특별한 매력이 있다면?

 

“태국 음식의 매력은 단맛, 짠맛, 신맛, 매운맛(매운맛도 맛의 하나라고 치고) 등 4가지 맛이 하나의 음식 속에 조화롭게 잘 녹아있으면서도 음식마다 그 맛을 느끼는 순서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같은 재료라도 그것을 어떻게 요리하는가에 달려있다. 아마도 그것은 태국이 역사적으로 중국과 인도,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으로부터 다양한 식재료와 요리법을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을 태국 고유의 요리 방식과 잘 융합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파우 셰프의 말마따나 태국의 볶음 요리는 약 200년 전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태국식 커리라고도 불리는 ‘깽’은 인도로부터 들어왔지만 토착적인 음식문화와 결합해 새로운 맛으로 탄생했다. 

 

- 한국 정부나 기업들이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충고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이러쿵저러쿵 말할 처지가 못 된다. 다만 굳이 내 생각을 말한다면, 한식을 너무 바꾸거나 퓨전으로 나가지 말고 전통 맛과 방식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또 한식 세계화를 한다는 광고를 너무 과대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한국인들이 외국 음식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아직 잘 모르지만, 한국인들은 다른 사람이 리뷰한 것이라든가 아는 음식만 먹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잘 모르는 음식은 시도해보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 한식 중에서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순대국과 김치찌개를 좋아한다. 아마도 태국 요리 중에 비슷한 맛을 가진 게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요리하는 셰프 파우 ⓒ밥상머리뉴스

 

내 요리 철학은 청결, 신선, 정직, 그리고 자신감에서 우러나오는 여유

 

- 당신만의 요리에 관한 철학은 무엇인가?

 

“청결, 신선, 정직, 여유라고 말하고 싶다. 다른 것은 모든 요리사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을 테지만 여유는 내가 말하고 싶은 것 중 하나다. 여유는 자신감 같은 데서 나오는 것으로, 요리할 때 여유가 없으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없다. 마치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할 때 오랜 훈련을 통한 자신감이 없으면 여유롭게 노래를 부르거나 즐기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어떤 요리사가 좋은 요리사라고 생각하는가?

 

“앞에서 이야기한 요리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요리사가 되려면 다섯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 첫째 정직해야 하고, 둘째 위생적이어야 하며, 셋째 자신의 요리에 충실해야 하고, 넷째 열정을 가져야 하며, 마지막으로 유머가 있어야 한다. 유머는 자신감과 자존감 그리고 여유에서 우러나온다.”

 

- 꿈과 목표가 있다면?

 

“내 꿈은 좀 더 근사한 식당에서 내 요리를 좋아하는 손님들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식사 후에는 나의 기타 연주와 노래로 손님들이 편안하게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음식과 음악은 손님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두 수레바퀴다.”

 

부인 곽선미 씨가 옆에서 거들었다.

 “남편의 손은 요리와 기타 연주 외에는 ‘똥손’이에요. 다른 건 별로 할 줄 몰라요.”

 

파우 셰프에게 기타 연주를 부탁했다. 그는 기꺼이 여러 곡을 라이브로 연주해주었다.  

 

▲기타를 연주하는 파우 셰프 ⓒ밥상머리뉴스

 

<사진 및 정리: 백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