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음식점에서 삼겹살을 팔지 못한 적도 있었다. 소비자들이 돼지고기를 기피해서가 아니라 돼지고기를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없어서 못 팔았던 것이다. 지금 축산농가와 외식업계는 그때의 악몽이 재현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바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공포 때문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현재 치료제나 예방백신이 없어서 발병을 하면 치사율이 100%다.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가축질병이지만 아시아권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발병해 이미 전국적으로 133건이나 발생했고, 베트남과 몽골, 캄보디아에서도 발병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발병하지 않았지만 관계부처가 국내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돼지고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실제 시장에서도 다소 오름세를 보이자 축산농가가 울상을 짓고 있다. 돼지고기 값이 오르면 축산농가가 웃어야 할 텐데 이게 웬일인가? 알고 보니 소매가격은 다소 올랐지만 도매가격은 지난해보다 낮았기 때문이란다. 결국은 ASF 공포 때문에 유통업자만 득을 보고 있는 꼴이다. 

 

수입상을 비롯한 유통업자들은 어쩌면 지금 표정관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국내 수요 이상으로 수입을 많이 하는 가수요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유는 중국이 ASF 확산으로 돼지고기 수입을 많이 하면서 국제 돼지고기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수입상들의 관측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만약에 국내에서도 발병을 한다면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하면 육가공 회사들이 닭고기를 마구 사들여 냉동시켜 놓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구제역이나 ASF도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런 기회가 흔하지 않으니 이럴 때 큰 이익을 내보려는 심리가 작용할 것이다. 그것이 법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가수요가 시장을 왜곡시킬 것만은 분명하다. 

 

돼지고기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면 시중에 물량을 적게 내놓을 것이고, 그러면 공급 부족으로 가격은 더욱 올라가 결국 일반소비자와 음식점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어 있다. 또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의 돼지고기 기피 현상이 벌어져 국내 축산농가는 돼지고기를 팔지 못해 손해를 본다. 특히 다행히 국내에 ASF가 발생하지 않고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도 진정세를 보인다면, 가수요로 수입했던 돼지고기가 공급과잉이 되어 돼지고기 가격 폭락을 초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ASF가 발생하든 안하든 축산농가는 힘든 상황이 예상된다. 

 

정부는 ASF의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지만, 이 때문에 아무런 죄가 없는 축산농가가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