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느 방송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백발의 연세 지긋한 여성 한식 전문가는 자신의 뒤를 잇고 있는 딸에게 어떤 음식에 자꾸 뭘 더 넣으라고 주문을 한다. 딸은 그러면 원가가 높아진다며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음식은 맛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요리장인과 ‘맛도 중요하지만 원가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딸의 의견 차이다. 

 

심지어 엄마는 딸을 비롯한 수제자들에게 ‘음식으로 돈을 벌려고 하지 마라’고 가르친다. 그런 어머니에게 음식은 ‘장사’의 수단이 아니다. ‘정성’이고 ‘사랑’이다. 가족에게 먹인다는 생각으로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내놓으면 그 맛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감사한 마음을 담아 보답을 하고, 어머니는 그 돈으로 또 다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보답하는 선순환의 연결고리로 생각한다. 그것이 장인정신이다. 

 

딸인들 그렇게 하고 싶지 않겠는가? 엄마와 딸의 차이는 뭔가? 

 

어머니는 음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식재료를 자급자족하던 시대의 요리사고, 딸은 식재료의 상당수를 수입 식재료에 의존해야 하는 글로벌 시대의 요리사다. 어머니는 ‘경영’이라는 개념도 잘 모르고 그저 최고의 음식만 만들면 된다는 생각을 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딸은 딸린 직원들 월급도 줘야 하니 장사를 해서 남겨야 한다. 그래서 원가를 따질 수밖에 없고, 음식 값을 얼마 받을지도 고민해야 한다. 

 

외식업계에 이런 실화도 있다. 장모님과 젊은 사위 이야기다. 장모님이 운영하는 음식점이 장사가 잘되는 걸 본 사위가 장모님 음식점을 모델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다만, 음식점을 운영하는 스타일은 장모님과 달랐다. 철저하게 원가를 따졌다. 그런데 사위가 새로 낸 가게는 장모님 가게처럼 장사가 잘 되질 않아서 장모님에게 어떡하면 좋으냐고 자문을 구했다. 그때 장모님은 사위에게 “마구 퍼주라”고 말했다. 

 

사례로 든 어머니와 장모님의 음식점 운영 철학이 정답은 아니지만 모범답안임에는 틀림없다. 실제로 예전에는 그랬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혼자 주방에서 열심히 맛있는 음식만 만들면 됐다. 특히 가게 하나만 운영하는 경우는 더욱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른바 ‘경영’이라는 개념을 무시할 수가 없다. 내 노력과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음식점 수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5월 15일 종가기준 원-달러 환율은 1,189원으로 1,200원을 눈앞두고 있다. 

 

인건비와 임대료, 식재료비 등이 그러한 것이지만 외식업자들이 잘 모르고 있는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그것이 바로 환율이다. 환율은 음식점에 필요한 대부분의 식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외식업의 현실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환율이 올라가면 수입업자들은 가만히 앉아서 환차손(수입 계약 시점과 결제 시점의 환율 차이로 인한 손해)을 입기 때문에 음식점에 납품하는 식재료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음식 가격을 올릴 수가 없으니 문제다.  

 

가령, 짜장면 한 그릇을 만드는 데 필요한 주요 식재료는 밀가루와 설탕 등 거의 대부분이 수입 식재료인데, 이들 식재료 가격이 오르면 당연히 짜장면 한 그릇에 들어가는 원가가 상승되지만 음식점에서는 원가가 오른 만큼 짜장면 가격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불경기에는 더욱 그렇다. 불경기에는 소비자들이 외식비를 제일 먼저 줄이는데, 음식가격이 인상되면 더욱 지갑을 닫기 때문이다. 음식점 사장은 밑지는 장사를 하거나 원가절감을 위한 다른 대안을 찾아야만 한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장기화하고 있고, 국내 경제사정도 어려운 실정이다 보니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선을 육박할 정도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인한 손해를 식재료 수입업체들이 일정 부분 감내하면서 음식점에 공급하는 식재료 납품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식재료 납품가격의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음식점 사장들의 어깨에 또 하나의 짐이 지워지는 셈이다. 외식업계의 세밀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