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식문화를 왜곡시키는 쪽이 공급자인지 수요자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공급자인 식품/외식업체가 소비자들의 입맛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음식들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소비자들이 갈수록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하니까 공급자 입장에서는 소비자 욕구에 맞출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이 있는 자체는 우리의 식문화가 바람직하지 않게 조성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사회에 바람직하지 못한 식문화는 지나치게 맵게 먹거나 달게, 그리고 짜게 먹는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달면서 동시에 짠, 이른바 ‘단짠’이 유행하고 있다. 어떤 경우든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니 국민건강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런 자극적인 식문화가 보편화된 이유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처럼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우선 공급자는 고객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만들어 내는 잘못된 고객지향적인 마케팅이 문제다. 소비자들이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는 소식이 있으면 음식의 본질은 무시하고 경쟁업체보다 더 매운 음식을 만드는데 혈안이 된다. 

 

우리나라 라면의 원조 삼양라면 창업자 전중윤 명예회장은 현역시절 회사 직원들이 매운 라면을 만들자고 건의를 했을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국민들이 매운 라면을 먹고 위장병에 걸린다면 누가 책임지나?”

그러면서 매운 라면을 만들지 못하게 했다. 

 

경쟁업체인 농심은 매운 라면인 ‘신라면’을 만들어 공전의 히트를 쳤다. 현재까지 가장 잘 팔리는 라면이 ‘신라면’이다. 삼양라면 전중윤 회장처럼 회사의 이익보다 국민의 건강을 더 걱정하는 철학을 가진 경영자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런 도덕군자적인 생각으로 경영을 했다가는 경쟁에서 밀릴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도 문제가 있다. 맵고, 달고, 짠 음식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도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몸에 해로울 정도로 지나치게 맵거나 달고, 짠 음식을 습관적으로 먹는다는 것은 문제다. 이처럼 왜곡된 식문화는 공급자와 수요자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불량 작품이다. 

 

이를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 정부나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의 몫이다. 적지 않은 노력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개선의 기미가 별로 없어 보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5월 21일, 기자는 두 건의 상반된 소식을 접했다. 하나는 식약처에서 22일 ‘나트륨과 당류 저감 제품 소비 확대 방안’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다는 소식이고, 하나는 어느 유통업체에서 자랑하듯 보내온 매운맛의 중국 향신료 '마라'로 만든 ‘마라족발’이 제일 잘 팔린다는 소식이다. 

 

식약처에서 주최하는 포럼에 업계 관계자들도 분명히 참석을 하겠지만 전문가들이 나트륨과 당류를 줄이는 방안을 발표하는 순간에도 식품/외식업체의 공장과 주방에서는 어떻게 하면 매력적인(?) ‘단짠’ 음식을 만들어 소비자들을 유혹할까를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음식은 대표적인 국가의 문화상품이다. 오랜 전통의 한식조차도 왜곡된 식문화로 인해 그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왜곡된 식문화를 바로 잡아야 하는 이유는 단지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를 지키고,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것은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기에 정부와 기업, 그리고 소비자까지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