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국내 음료업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사람이 있었다. 웅진식품 조운호다. 그는 은행원 출신이다. 1990년 웅진식품에 입사해 기조실에서 근무를 하다가 1995년 마케팅부 부장이 되면서 국내 음료업계에 파란을 일으킨다. 

 

그가 내놓은 첫 작품은 ‘가을대추’라는 음료다. 국산 대추를 원료로 만든 음료다. 수입산 원료를 사용하거나 수입음료가 대부분이던 시절, 국산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한 한국적인 음료의 출시는 파격 그 자체였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조운호는 1999년 세계적인 히트 작품 ‘아침햇살’을 내놓는다. 쌀을 원료로 만든 세계 최초의 음료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후 그해 조운호는 웅진식품의 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그리고 2005년부터 2006년까지 웅진식품 부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웅진그룹이 어려워지고 그는 2006년 웅진그룹을 떠나 딴 짓을 했다. 2009년부터는 분말두유 전문 ‘얼쑤’라는 회사를 차려 직접 오너경영에 도전했지만 실적이 좋지 않았다. 

 

2017년 하이트진로음료 사장으로 그는 다시 음료업계에 복귀했다. 그리고 그가 내놓은 작품은 ‘블랙보리’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국산 검정보리를 활용해 만든 보리숭늉의 맛을 재현한 음료다. 

 

그가 하이트진로음료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회사의 매출은 늘었다. 2016년 693억원이던 매출은 2017년 674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에는 780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그가 대표를 맡기 전인 2016년 영업이익은 9억8천만원이었지만 2017년에는 40억원 적자, 지난해에는 61억원 적자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순이익도 2016년 15억원 흑자에서 2017년 25억원 적자, 지난해에는 5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늘었는데 이익은 적자를 내고 있다는 것은 ‘블랙보리’를 비롯한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판매관리비 과다지출 등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석수'라는 브랜드로 안정적이던 생수 위주의 사업에서 혼합음료 위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있는 영향도 있는 듯하다. 아직은 조운호 사장이 시험대에 올라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운호 사장이 1999년 ‘아침햇살’이라는 히트작품으로 인기 정상에 올랐을 때로부터 20년이라는 세월도 흘렀다. 소비자들의 음료 소비 트렌드가 그때와 비교할 때 어떠한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하이트진로음료 측은 최근에 불고 있는 뉴트로 소비 열풍에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있는 듯하다. 

 

보리로 만든 음료 ‘블랙보리’가 쌀로 만든 음료 ‘아침햇살’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