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서울 광화문광장에 탱크가 지나다니던 시절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은 파란 눈을 가진 유럽 청년이 있었다. 알프스산 아래 조그만 마을에서 태어나 목가적인 풍경에서 자라난 그에게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은 어떠했을까?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그의 생각은 어떠할까? 

 

밥상머리뉴스가 외국 출신 셰프들의 한국생활과 음식에 대한 생각들을 들어보는 【이방인의 밥상】, 그 여덟 번째 순서는 30여 년간 음식으로 한국인과 소통하고 있는 스위스 출신 셰프 ‘롤란드 히니’씨다. 

 

 롤란드 히니 셰프와의 인터뷰 동영상은 다음 링크(김병조TV,  Youtube  채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jduA9u1FMUw

 

‘알프스 청년’ 한국 땅을 밟다

 

롤란드 히니의 고향은 스위스의 상징인 알프스산 아래 조그만 마을이다. 부모님은 베른지방에서 호텔과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주방에서 일을 하는 어머니를 도와드리는 것을 좋아했고, 소를 돌보고 우유를 짜는 것을 도왔다. 그는 학교 공부 중에 특별히 지리 수업에 재미를 붙였고, 셰프가 되어 전 세계를 여행하는 꿈을 갖게 되었다. 

 

그의 요리경력은 1972년 스위스에 있는 어느 호텔에서부터 시작됐다. 1980년 초에 두바이의 컨트리클럽에서 일하고 있을 무렵, 좀 더 큰 호텔에서 경험을 쌓기를 원하고 있을 때 서울의 웨스틴조선호텔 구인광고를 접하게 됐다. 가방 2개 들고 서울로 향했다. 

 

 

▲롤란드 히니 셰프가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 Ⓒ밥상머리뉴스

 

한국에 첫 발을 디뎠을 때 첫 인상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서울에 왔을 때 1980년 봄은 광주민주화운동으로 탱크가 시청 옆을 지키고 있는 광경도 목격했다. 사실 많이 놀랐다.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모습도 봤다. 그것이 한국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다. 하지만 나는 호텔과 빌딩이 마음에 들었고 사람들도 곧 좋아하게 됐다.”

 

1994년 리츠칼튼호텔 총주방장 시절 그는 한국인 아내를 만났다. (해외 파견근무를 빼면) 한국에서 생활한지 30여 년이 된다. 그런 그에게 지금의 한국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1980년대 이후 엄청나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어떤 어려움이 닥치면 거기에 함께 몰두해서 고민하고 또 곧 거기에서 함께 벗어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 모두 함께’라는 공동체 의식이라고 할까. 아무튼 긍정적인 발전이 있었다. 환경, 식재료, 식품, 비즈니스 면에서 모두 매우 많이 발전했다.”

 

아내에게 그는 ‘재한 스위스교포’, 좋아하는 한식은 '파전'

 

롤란드 히니의 한국생활은 30년이나 되지만 그는 한국말을 잘 못한다. 그래서 그의 아내 김영심씨는 남편을 ‘재한 스위스교포’라고 말한다. 15년 전 연세어학당의 한국어 프로그램과 개인 교습까지 받았지만 문법은 좀 아는데 말하는 건 힘들단다. 한국어는 한자를 병행하고 있어서 한 단어에 여러 가지 뜻이 있고, 불규칙동사가 많아서 배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에 적응하기 쉽지 않은 사람인 것 같은데, 좋아하는 음식을 들어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파전이라고 하니 말이다. 

 

“전을 좋아한다. 예컨대 파전, 평평한 야채 팬케이크를 젓가락으로 집어 소스에 찍어먹으면 정말 맛있다. 그리고 가족들 간에 나누어 먹는 문화는 환상적이다. 좋은 애피타이저라고 생각한다.”

 

한국말이 서툴러서 그렇지, 그는 파전 외에도 한국적인 것을 꽤 좋아한다. 역동적인 한국인들의 모습, 아름다운 4계절도 좋아한단다. 그에게 음식은 과연 무엇이고 식당은 또 무엇일까?

 

“음식은 소통이고, 소통은 곧 음식이다”

 

 

▲롤란드 히니 셰프가 직접 만든 가스트로통의 시그니쳐 메뉴 '송아지 안심 스테이크' Ⓒ밥상머리뉴스

 

당신에게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한다. 

 

“나에게 음식이란 주어진 현재의 시장에서 가장 신선하고 청결하고 좋은 식재료를 뜻한다. 또한 올바른 방법으로 음식을 준비하고 식탁에 올리는 모든 과정이 음식이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통해 영양을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식당은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즐거움을 주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고객들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장소이고, 그런 일이 우리의 직업이다.”

 

이쯤 되면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선 가게 이름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궁금했다. 셰프는 이렇게 설명한다. 

 

“‘가스트로’는 미식(구어메이), 좋은 음식, 좋은 와인을 뜻한다. ‘통’은 우선 한국말로 소통을 뜻한다. 그리고 음식은 소통이고 소통이 곧 음식이다. 또 우리 가게 위치가 통의동이다. 그래서 가게 이름이 ‘가스트로통’이다.

 

 

▲롤란드 히니 셰프씨가 운영하는 음식점 외관, '도심 속의 작은 스위스'를 표방한다. Ⓒ밥상머리뉴스

 

가게 이름에 통(通)자를 붙이고, 그 의미까지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을 보니 파란 눈을 가진 ‘스위스 사위’에게 더욱 정감이 든다. 한국인들이 ‘밥 한 번 먹자’고 하는 말이 상대와 소통하고자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그는 현재 레스토랑 ‘가스트로통’과 베이커리 ‘쁘띠통’, 비스트로 ‘라스위스’ 등 3개의 스위스풍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장사가 잘 되느냐는 질문에 “한국에서는 음식점을 개업하면 3년 만에 30%가 문을 닫고, 7년 만에 70%가 문을 닫는데 나는 9년째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스위스풍이 느껴지게 하는 레스토랑 '가스트로통'의 내부 인테리어 Ⓒ밥상머리뉴스

 

“훌륭한 셰프는 자신이 가진 기술과 지식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것”

 

40여년간 셰프 생활을 했으니 어떤 셰프가 훌륭한 셰프인지에 대한 그의 생각도 분명할 듯해서 물어봤다. 

 

“좋은 셰프로서 성공하려면 우선 요리와 서비스, 주방 관리가 항상 계획적이고 정돈되어야 한다. 그리고 좋은 팀웍이 필요하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젊은 요리사에게 기술을 지속해서 가르쳐야 한다. 이것이 좋은 셰프의 본질적 요소라고 본다. 궁극적으로 모든 일을 자신이 다 할 수 없다. 다른 사람과 함께해야 한다.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한다.”

 

 

▲밥상머리뉴스와 인터뷰 중인 롤란드 히니 셰프 Ⓒ밥상머리뉴스

 

기술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말이 귀에 꽂혔다. 그래서 한국 요리사들은 자신만의 요리기술을 비밀로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비밀로 간직해야 할 기술은 없다고 본다. 기술은 다음 세대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내 생각에 기술을 숨기면 안 된다. 왜냐하면 훈련과 훈련을 통해서만 기술은 전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짧은 시간에 획득할 수 있는 기술은 없다. 물론 옛날에 일부 나이든 셰프들이 심지어 스위스에서조차 자기 요리 비결을 숨겨둔 적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세프는 없다고 본다.”

 

롤란드 히니는 한국인들이 외국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개방적이고 경험하기를 좋아하지만 연말이나 특별한 날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식세계화도 K-POP을 비롯한 문화적 요소와 결합되어 잘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터뷰 말미에 앞으로의 계획과 꿈을 물었는데 대답이 퍽 인상적이었다. 

 

“나의 꿈은 내가 전 세계에서 획득한 모든 지식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주는 것이다. 그래야 다음 세대도 적응하고 선택하고 새롭게 발전시켜 또 그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줄 수 있다. 가장 신선하고 균형 잡혔으며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식재료로 요리할 수 있는 지식을 말이다. 우리가 시장에 가서 새롭고 신선하고 가장 좋은 식재료를 찾아다니는 까닭이 그것이다.”

 

그의 말에서 진정성 있는 장인정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롤란드 히니 셰프와의 인터뷰 동영상은 다음 링크(김병조TV,  Youtube  채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jduA9u1FMU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