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전문 업체 국순당이 17일 서울 강남 르메르디앙 서울 호텔에서 ‘2019 국순당 와인 갤러리’라는 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국순당의 우리 술 대표 브랜드와 국순당이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는 와인 브랜드를 소개하고 시음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다는 것이 국순당 측의 설명이다. 총 30여 브랜드 200여 가지의 우리 술과 와인의 시음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 외에 해외 와이너리 관계자가 직접 진행하는 와인 세미나도 개최된다고 국순당은 전했다.

 

전통주와 와인을 함께 홍보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행사 이름은 ‘국순당 와인 갤러리’인가? 그 이유는 행사 초청 대상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번 와인 갤러리에 초청된 사람들은 호텔과 레스토랑, 와인바, 와인샵 등 업계 관계자 250여명이 초청됐다. 누가 봐도 우리 술보다는 와인에 무게를 두고 있는 행사임이 분명하다. 국순당 측은 와인과 우리 술을 비교하며 시음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애써 의미부여를 했지만, 누가 봐도 와인 행사에 전통주를 끼워 넣기 식으로 구색을 갖추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다. 

 

차라리 노골적으로 와인 행사를 하든가, 아니면 행사명부터 ‘전통주와 와인의 만남’으로 하고, 세미나도 와인 관련 세미나만 할 것이 아니라 똑같은 비중으로 전통주에 대한 세미나도 하는 것이 옳다. 대외적으로 전통주 전문 업체임을 만천하에 표방해놓고, 그래서 전통주와 관련된 각종 혜택을 누리면서 와인도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 민망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 국순당은 떳떳하지 못하다. 

 

국순당은 2003년에 해태앤컴퍼니(구 해태산업)를 인수하며 와인 수입·판매사업을 시작했다. 와인사업을 통해 글로벌 주류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새로운 우리 술 제품 개발 시 아이디어 발굴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국순당이 내세우고 있는 그럴듯한 명분이다. 그러나 기자가 볼 때는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마음으로 문어발식의 사업 확장 욕심에서 비롯된 것에 불과하다. 

 

2003년 해태산업을 인수할 당시 국순당은 창사 이래 최대의 실적을 내던 때다. 백세주의 인기로 연간 매출이 사상 최대인 1319억원을 기록했다. 그때 ‘이참에 종합주류회사로 발돋움하자’는 속셈으로 와인사업에 손을 댄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만약에 그랬다면 국순당은 그때부터 전통주 전문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포기했어야 했다. 

 

국순당은 지난해 매출 527억원을 기록했다. 2000년 이후 최저 실적이다. 가정이지만 만약에 국순당이 2003년에 와인사업에 손을 대지 않고 국민들로부터 받은 백세주에 대한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전통주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해본다. 그러나 이미 버스는 지나갔다. 이제 국순당이 해야 할 일은 솔직해지는 일밖에 없는 듯하다. 

 

국순당은 현재 300종의 수입 와인과 샴페인을 판매하고 있다. 종류로만 따지면 전통주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순당은 이제라도 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스스로 전통주 전문 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고백하길 바란다. 기자가 국순당에 배신감을 느끼는 이유는 국순당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홍보 문구가 “소중한 우리 술과 우리 문화 국순당이 지켜나갑니다.”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통주와 경쟁관계인 와인을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