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에 식품안전사고가 잇따라 터지자 당시 정부는 식품산업 활성화 정책을 펼치려다가 안전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급선회한 적이 있다. 그래서 만들어진 법이 식품안전기본법이다.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은 식품안전을 위한 법적규제가 많이 강화된 편이다. 그러면 식품안전도 더 선진화되었는가? 

 

2004년 6월 6일 불량 만두소 사건이 터지자 7월 말경 국무총리실 주최로 식품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필자도 토론자의 한 사람으로 참석했다. 나는 그때 법을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형제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형수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과 같이 식품안전도 업체들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면 법은 무용지물이라는 논리였다. 그래서 규제를 강화하는 법만 만들 것이 아니라 식품산업을 육성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공청회 다음날 당시 농림부에서 식품산업을 담당하던 공무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날 공청회에 참석해 의견들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잖아도 농림부에서 식품산업육성법을 만들려고 하는데 세계적으로 선례가 없어서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난들 뭘 알겠냐마는 아무튼 그로 인해 2008년 이명박정부가 출범할 때 농림부가 농림수산식품부로 개편되면서 식품산업 주무부처가 되었다. 그리고 규제를 강화하는 식품안전기본법과 더불어 식품산업진흥법도 만들어졌다. 

 

식품안전과 관련해서는 규제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산업 진흥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간에 뚜렷한 시각차이가 존재한다. 규제부처에서는 소비자 눈높이에 맞게 규제를 강화하면 산업은 저절로 선진화된다는 논리고, 진흥부처에서는 영세한 산업구조를 선진화시키면 식품안전도 동시에 수반된다는 논리다. 그런 양극화된 시각차이 때문에 채찍과 당근정책이 투 트랙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났다. 산업을 육성하면 식품안전도 수반될 것이라는 사람들의 생각도 틀렸고, 규제를 강화하면 산업이 선진화될 것이라는 규제부처의 생각도 틀렸다. 전자에 의견을 같이 했던 내 생각도 틀렸다. 식품안전의 문제는 법과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지난 10여 년간 통감하고 있다. 사업자들의 의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그 어떤 법과 제도로도 식품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결국은 국민 의식의 문제다. 우리는 흔히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면 안 된다.’는 말을 한다.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먹거리에 관한 한 그 어떤 부정과 부패도 용납할 수 없다는 정서가 그 말 속에 담겨있다. 그런가 하면 음식점들은 ‘가족에게 먹인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다해 만든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하루가 멀다 하고 먹거리로 장난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이것이 규제하는 법을 강화하고, 식품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예산까지 투입한 결과다. 

 

최근 식약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마라탕’ 전문점에 대한 위생 점검을 한 결과 위생상태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위반 업소들을 보면 마라탕이 반짝 인기를 끌자 이참에 돈을 좀 벌어보겠다는 얄팍한 상술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단속하는 식약처를 보면 근원적인 문제해결 노력보다는 단속실적을 자랑하기에 급급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인간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은 내적 자질향상과 외적 동기부여다. 인간이 인지(feeling)는 하는데 행동(action)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은 자질이 부족하거나 동기부여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지금 대한민국 식품산업에 종사하면서 먹거리로 장난치는 사업자들의 경우는 어디에 해당하는지 파악하는 것부터가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