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가던 ‘보리’가 어느 음료회사에 의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보릿고개’라는 말로 가난을 상징하는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건강한 식재료로 재탄생하고 있다. 

 

특히 농촌진흥청이 2012년 세계 최초로 프리미엄 보리 품종인 ‘검정보리’ 육종에 성공한 뒤 식품 소재로 각광을 받으면서 보리수매제 폐지로 위축되어온 국내 보리산업에 새로운 활로를 열고 있다. 

 

그 활로를 열어준 회사가 (주)하이트진로음료다. 정확히 말하면 곡물음료 개발에 특별한 열정을 가진 조운호 대표이사 때문이다. 

 

조운호 대표는 1999년 웅진식품에서 세계 최초로 쌀을 원료로 만든 ‘아침햇살’이라는 곡물음료를 만들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장본인이다. 

 

그랬던 그가 2017년 하이트진로음료 대표가 되면서부터는 ‘보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 12월에 검정보리로 만든 ‘블랙보리’라는 음료제품을 만들어냈다. ‘블랙보리’는 출시 1년 만인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판매량 4,200만 병을 기록했고, 9월 현재까지는 7,300만 병을 기록하고 있다. 

 

‘블랙보리’ 출시 이후 하이트진로음료의 전체 매출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30% 증가했다. 특히 음료부문 매출은 37% 성장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올해 추수한 검정보리 400톤 수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9월 5일 밝혔다. 이 회사가 수매 계약한 400톤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검정보리의 5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음료 외에 제빵 등 다른 분야의 수요를 감안해 50%만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검정보리는 현재 전라북도 고창군과 전라남도 해남군을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는데, 수요가 늘어나면 재배농가의 소득이 올라가고, 재배면적도 늘어나 농업의 새로운 활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산업의 성장이 농업을 살린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아무리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이를 팔아주는 소비자가 없으면, 즉 ‘소비 없는 생산’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식품산업과 농업 간 동반성장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농업의 선행산업인 식품산업이 농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사례는 제과 분야에도 있다. 1972년 출시한 농심의 ‘꿀꽈배기’가 좋은 사례다. 47년간 연평균 170톤의 국산 아카시아꿀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 양봉산업을 지탱하는 큰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중국산 농산물을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사례가 많았지만 국내 생산기반이 무너진 가운데 중국산 원료의 가격이 올라가면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국산원료의 사용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식품제조업체의 국산 원료 사용비중은 2019년 현재 약 31%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이 비중을 높일 수 있도록 생산자인 농업과 소비자인 식품산업, 그리고 관계기관의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