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마조마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결국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해 돼지 사육농가는 물론 외식업계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진원지가 아프리카인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아시아권에서 처음 발생한 것은 지난해 8월 중국에서다. 중국에 이어 몽골, 베트남, 라오스, 필리핀, 북한에서까지 발생함으로써 국내로의 유입은 사실상 시간문제였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처음으로 ASF가 발생한 이후 <밥상머리뉴스>가 약 1년간 보도한 ASF 관련 기사만 해도 50여 건에 이른다. 그만큼 우리정부도 ASF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특히 이낙연 국무총리는 ASF가 중국에 이어 몽골과 베트남 등으로 확산되자 지난 3월 12일 국무회의에서 철저한 대비를 지시한데 이어, 5월말 북한에서까지 발생하자 6월 3일 국무회의에서는 ASF 유입 차단을 위해 최고 수준의 방역을 지시한 바도 있다. 그러나 AI나 구제역 등 다른 가축질병에서도 그러했듯이 긴장이 풀리는 명절연휴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이제 관심은 국내에서 ASF가 어디까지 확산될 것이며, 이로 인해 국민 식생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있다. 우선, ASF는 확산속도가 매우 빠른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의 전국적인 확산은 방역당국의 강력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9월 16일 경기도 파주에서 처음 발생한지 하루 만에 경기도 연천에서도 발생해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불행하게도 경기도 일부 지역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될 경우 돼지 사육농가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될 가능성이 높다. ASF는 한 번 발생하면 완전히 해소하는데 적어도 4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발생 1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사육두수의 1/3인 1억3천만 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한 상태다. 

 

ASF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사육농가가 입지만 2차적인 피해는 소비자다. ASF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따라서 돼지고기를 섭취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경제적 부담이다. 돼지고기 수급 불균형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SF 발생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17일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16일에 비해 32.4%나 폭등했다. 심리적인 요인도 작용했겠지만 전국적으로 확산될 경우 돼지고기 가격 급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ASF가 국내에서만 발생했다면 부족분을 수입하면 되지만 세계적으로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세계 소비량의 50%) 중국에서 여전히 ASF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전 세계적인 수급 불균형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의 경우 ASF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난 현재 시점 돼지고기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46.7% 오른 상태다. 정부가 밝힌 통계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이 올랐다는 것이 언론의 보도다. 

 

돼지고기 가격의 급등은 다른 육류가격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은 대체제인 닭고기나 소고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닭고기와 소고기의 가격도 오르게 되어 있다. 이를 반영하듯 ASF 발생 소식이 전해지자 17일부터 주식시장에서는 닭고기 관련 회사들의 주가가 폭등을 하기 시작했다. ASF가 축산농가 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문제라는 뜻이다. 

 

일반가정이야 그래도 육류 소비를 좀 줄이면 된다고 하지만 육류를 주요 식재료로 영업을 하는 음식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음식점들은 이미 조류인플루엔자(AI)나 구제역 발생 등의 선행 경험이 있어서 더욱 긴장하는 분위기다. 구제역 파동 때는 비싼 돈을 주고도 돼지고기를 구하질 못해 삼겹살집은 개점휴업을 해야 했던 기억이 그리 오래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돼지 사육농가는 그나마 살처분에 대해서는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만 음식점들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이처럼 ASF는 돼지 사육농가는 물론 외식업체, 그리고 일반국민의 식생활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정부와 국민 모두가 ASF의 전국적인 확산을 막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