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둘 때 패배의 원인이 되는 결정적인 악수(惡手)를 ‘패착(敗着)’이라고 한다. 실패한 대통령의 경우도 한 판의 바둑과 같이 임기 중에 ‘패착’에 해당하는 악수를 둔다.

 

대표적으로 실패한 대통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패착’은 뭘까? 필자는 2015년 6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배신의 정치’라고 본다. 2015년 4월 8일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연설을 통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고 주장하자 같은 당의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 후 유승민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항을 인용한 퇴임사를 남기고 원내대표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당선이 되어 1차적으로는 대통령과의 싸움에서 이겼다. 나아가 탄핵정국에서 유승민 의원과 그의 추종세력들은 당시 야당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동조함으로써 (박근혜 입장에서는)진짜 배신자가 되었다. 자기편 유승민과 적대적 관계가 된 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패착이라고 본다.

 

임기가 절반이나 남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성공과 실패를 언급하기는 시기상조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실패한 대통령이 된다면 나는 자기편 윤석열을 적으로 만든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패착’이 될 것으로 본다. 윤석열만 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국민들까지 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30일 청와대에서 조국 법무부장관으로부터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검찰총장에게도 지시합니다.”라면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검찰개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할 것”을 지시했다.

 

임명하는 자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살아있는 권력에도 성역 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독려해놓고 당사자가 아닌, 수사의 대상인 조국 법무부 장관을 앞에 두고 방송으로 업무지시를 한 셈이다. 지시를 받는 당사자의 심정이 어떨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를 지켜본 많은 국민들이 ‘이대로 두면 윤석열이 위험하겠다’는 생각으로 10월 3일 개천절에 광화문에 모여 ‘조국사퇴’를 주장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악수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광화문과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의 ‘조국사퇴’와 ‘조국수호’를 외치는 대규모 군중집회가 되풀이 되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국론분열이 아니다”라고 말해 많은 국민들에게 불통(不通)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불통은 국민들과 대화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생각과 의견에 화답(和答)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조국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해서 불통이었고, 대다수 국민들이 지금 극도로 국론이 분열되었다고 보는데 국론분열이 아니라고 말함으로써 불통의 이미지에 쇄기를 박았다.

 

그래도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아직 임기가 절반이나 남아 있어 기회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불통의 이미지를 벗고 본인이 취임사에서 말한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거듭 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