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쉐린 가이드>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시점은 1990년대 초반이다. 어느 방송 뉴스에서 “프랑스에는 집집마다 빨간 색의 책이 한 권씩 있는데, 이것이 맛있는 레스토랑을 소개하는 책”이라고 했다. 그 뉴스를 보는 순간 나는 ‘언젠가는 한국판 미쉐린 가이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로부터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나는 ‘어떻게 하면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맛집을 선정할까’ 하는 고민만 했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맛집을 선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엄밀하게 말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도 있다. 음식은 그 자체가 문화이고, 문화는 향유하는 사람의 취향과 개성에 따라 천차만별 다르게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전제를 깔고 보면 100년이 넘도록 레스토랑 가이드북으로서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미쉐린 가이드>는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다.  

 

미쉐린 가이드가 오랜 세월 권위 있는 레스토랑 가이드북으로서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추천 레스토랑을 선정할 때 공정하면서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스타 레스토랑 선정 과정에서 거액의 금품을 요구했다는 어느 식당 주인의 폭로를 접하면서 미쉐린 가이드에 대한 필자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권위가 권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미쉐린 가이드의 권위가 높아지자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레스토랑이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가 되도록 하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했고, 미쉐린 가이드는 이를 악용해서 돈벌이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업자는 물론 정부까지 이 장삿속에 놀아났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미쉐린 가이드는 민간업자와 정부의 요청에 의해 2015년 말에 한국판을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한국에는 ‘별’을 달아줄 만한 수준이 있는 레스토랑이 없다는 핑계를 대고 1년을 질질 끌면서 컨설팅을 받기를 권했고, 그 컨설팅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요구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필자가 후속으로 취재한 바에 따르면 미쉐린 가이드는 그렇게 컨설팅 명목으로 돈을 버는 것 외에도 H자동차를 비롯해 국내 굴지의 12개 회사로부터 수십억원의 광고 스폰서를 받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와 관계가 있는 어느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미쉐린 가이드는 절대 손해 보는 짓은 하지 않는다.”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필자는 이 칼럼을 1년 만에 탈고한다. 지난해 11월 <윤가명가> 윤경숙 대표의 용기 있는 결단을 바탕으로 “미쉐린 별3개 대가로 거액 요구”라는 제목으로 윤경숙 대표와의 단독 인터뷰를 보도한 지 꼭 1년 만에 이 칼럼을 완성한다. 사실은 <밥상머리뉴스>가 미쉐린 가이드 관련 보도를 처음 했을 때 독자와 관계자들은 놀라면서도 밥상머리뉴스 보도의 진실성을 믿기 보다는 “미쉐린 가이드가 그럴 리 있겠냐”라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칼럼을 쓰다 만 것이었다. 

 

다행히 공영방송 KBS가 후속 취재를 충실히 해서 밥상머리뉴스 보도 이후 1년 만인 11월 12일에 보도를 함으로써 미쉐린 가이드의 비리를 다시 공론화시켰다. 밥상머리뉴스보다는 취재력이 몇 배나 뛰어난 언론사니까 밥상머리뉴스의 보도를 보고 긴가 민가 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미쉐린 가이드의 실체를 알게 되리라 믿는다. 누가 먼저 보도를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권력이 된 미쉐린 가이드 권위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밝혀지길 기대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칼럼을 탈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