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마지막 날 식약처에서 보도자료를 하나 내놓았다. 제목이 “과학적 근거 있다면, 일반식품도 기능성 표시 가능해요”였다.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제에 대한 행정예고였다. 그런데 내용을 보니 일반식품에 기능성 표시를 사실상 하지 못하도록 장애물을 설치해놓은 걸로 읽혔다. 식품산업 활성을 위해서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되어온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제 도입을 하긴 해야겠는데, 뭔가 눈치를 많이 본 듯한, 그래서 떳떳하지 못해 경계심이 느슨한 연말연시에 슬쩍 내미는 모양새였다. 

 

핵심 내용은 이렇다.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데, 1단계로는 홍삼이나 EPA, DHA 함유 유지 등 이미 기능성이 검증된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30종을 사용해 제조한 일반식품은 고시 제정과 동시에 기능성을 즉시 표시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좀 더 노력해서 아예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를 받지 어느 바보가 일반식품으로 허가를 받겠는가. 

 

2단계로 새로운 원료에 대해 기능성을 표시하고자 할 경우에는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로 새롭게 인정받은 후 일반식품에 사용하고 기능성 표시를 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또한 새롭게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는다면 차라리 건강기능식품을 만들지 굳이 일반식품으로 만들 이유가 없어 있으나마나한 정책이다. 

 

3단계로 장기적으로는 법 개정을 통해 과학적 근거자료를 식약처가 사전에 검토할 수 있도록 하여 기능성 표시식품의 사전신고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식약처의 권환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지금부터다. 문헌 등을 활용해 표시할 수 있었던 “숙취해소” 등의 표현은 5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고 했다. 이는 현재는 표현이 가능했던 것도 5년 후에는 과학적 근거를 밝혀야만 한다는 뜻으로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안전성 확보를 위해 ‘기능성 표시식품’은 HACCP 인증 업체에서 제조되어야 하고, 건강기능식품 우수제조기준(GMP) 적용 업체가 생산한 기능성 원료만을 사용하도록 했다. 장애물을 첩첩산중으로 쳤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소비자 선택권 보장과 피해예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소비자가 ‘기능성 표시식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 또는 혼동하지 않도록 “이 제품은 식약처가 인증한 건강기능식품이 아닙니다”라는 주의표시를 제품 주표시면에 표시하도록 했다, 이는 부자가 아닌 사람에게 “나는 부자가 아닙니다”라는 목걸이를 달고 다니라는 거나 다를 바가 없다. 

 

전반적으로 보면, 식약처 공무원들이 건강기능식품업계와 소비자단체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한마디로 말하면 일반식품에 기능성을 표시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반식품에 기능성을 표시하도록 하자는 주장은 농식품부에서 했으니 부처이기주의도 작용한 듯하다. 

 

2002년 8월 26일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건기법)’이 만들어졌을 때 어느 일반식품업체 CEO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폐기대상 1호 법률이 건기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적이 있다. 식약처가 제약회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건강기능식품의 제조 및 허가기준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만들었다는 주장이었다. 

 

건강기능식품 우수제조기준(GMP)이라는 것이 하나의 상징인데, 이는 제약회사가 약을 만드는 것과 같은 기준으로 건강기능식품을 만들라는 요구였다. 그런데 일반식품에 기능성을 표시하려면 이 GMP 적용 업체가 생산한 원료만을 사용하라니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건강기능식품법’을 만들 때는 제약업계 눈치를 보고, ‘기능성 표시식품’ 제도 도입에는 건강기능식품업계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식약처 공무원들은 이에 자신있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일반식품에 기능성을 표시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식품산업을 활성화시키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식품산업이 미래의 국가 전략산업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정부 스스로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식약처가 내놓은 행정예고 대로 된다면 용두사미가 되는 꼴이다. 의견수렴 과정에서 장애물이 거두어져서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