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대한민국 ‘경제 시계’가 고장난 상태다. 자본주의는 자전거와 같아서 멈춰서는 순간 넘어지는데, 이미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음식점을 비롯한 외식업계는 치명상을 입었다. 

 

‘경제 시계’가 멈췄으니 물가가 내릴 것 같지만 3월의 소비자물가는 1.0% 상승했다. 이유는 이른바 ‘집밥’ 영향으로 수요가 늘어난 농수축산물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달걀은 무려 20%나 올랐고, 돼지고기도 9.9% 올랐다. 채소와 수산물 물가도 크게 올랐다. 

 

대한민국 국민이 외식을 하는 대신 집밥을 먹더라도 먹는 양은 거의 비슷할  테고, 가계의 주머니 사정은 더 어려워져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더 잘 먹는 것도 아닐 텐데, 농수축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이유는 뭘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국산 식재료 사용 때문이다. 집밥은 가족의 건강을 생각해 형편이 된다면 우수한 국산 식재료를 사용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국산 농수축산물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먹는 양은 같은데, 게다가 음식점의 대부분은 장사가 되지 않아 휴업을 했거나 문을 열어도 개점휴업 상태라 식재료 소비가 거의 없는데, 국산 농수축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것은 음식점에서는 그동안 국산 식재료를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국내 음식점들이 얼마나 많은 수입 식재료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우리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집밥이 국내 농업을 살린다는 것이다. 또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메뉴 중에 상당수가 서구화된 식단이어서 신선한 국산 식재료를 필요로 하지 않거나 저급한 가공 식재료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그동안 국내 농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전방산업인 식품·외식산업을 진흥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식품산업진흥법과 외식산업진흥법까지 만들어 전방산업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식품제조업에서 국내 농수축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비중은 30% 내외로 정부가 전방산업을 지원하기 이전과 크게 변화가 없다. 외식산업의 진흥도 지원했지만 농업을 살리는 것은 외식업이 아니라 집밥이라는 것이 이번에 여실히 드러났다. 

 

필자는 그러니 외식을 하지 말고 집밥을 먹어서 농업을 살리자는 계몽을 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전방산업인 식품제조업과 외식업을 진흥하더라도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는지 핵심을 놓치지 말자는 뜻이다. 

 

아울러 국민들도 이번 기회에 먹는 문제에 대해 성찰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지불해온 외식비용이 국내 농업과 자신의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해 우리 국민의 연간 쌀 소비량이 59.2kg에 불과하다. 30년 전인 1989년의 121.4kg과 비교하면 반토막 이상 줄었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의 당뇨병 인구는 크게 늘었다. 이것이 서구화된 식단, 잘못된 식습관 때문이라는 주장에 반박할 사람이 있는가? 집밥이 농업을 살릴 뿐만 아니라 건강도 지킨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