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뿌리는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이다. 현재의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아버지인 故 이맹희가 故 이병철의 장남이다. CJ그룹의 모기업인 CJ제일제당은 1953년 8월 삼성 최초의 제조업체로 설립됐다. 53년 11월에 국내 최초로 설탕을 생산했고, 5년 후인 58년에는 밀가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63년 ‘미풍’이라는 브랜드로 조미료 사업에 진출했지만 10년 넘게 선발 브랜드 ‘미원’을 따라잡지 못했다. ‘미풍’이 ‘미원’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이병철의 3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천하의 이병철도 자식을 자기 마음대로 다루지 못하고, 골프 실력이 늘지 않고, 그리고 미원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불가사의 한 일이라는 세평이 있었다. ‘미풍’은 1975년 이름을 ‘다시다’로 바꾸고 배우 김혜자를 모델로 활용하면서부터 이병철의 숙원을 풀어주었다. 1993년 6월 CJ는 삼성으로부터의 독립경영을 선언하고 나서 식품제조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하게 사업다각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 하나가 영화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대한 투자다. 1996년 12월에 CGV를 설립하고, 이어서 2000년 4월에는 CJ엔터테인먼트도 설립했다. 영화제작에 투자하고 방송사업까지 한다. 무슨 생각에 식품과는 거리가 먼 분야에 신규사업을 전개했을까?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이재현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이 담당을 했지만 CJ가 영화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투자를 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 그 자체가 비전이 있다는 판단이 뒷받침 되었겠지만 사실은 숨은 뜻이 있다. 엔터테인먼트는 젊은층이 주요 타깃 고객인데, 이들에게 CJ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어릴 때부터 각인시키자는 숨은 전략이 깔려있다. 이재현 회장의 그런 속셈은 학교급식 사업에도 스며들었다. 1994년 단체급식 사업에 진출했는데, 회사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은 학교급식에서는 절대 돈을 남기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CJ라는 브랜드를 좋게 심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2006년 학교급식을 운영하던 CJ푸드시스템(현 CJ프레시웨이)은 학교급식에서 대형 식중독사고를 내고 만다. 그러자 이재현 회장은 학교급식 사업 자체를 접어버렸다. 본연의 식품사업에서는 1996년 ‘햇반’이라는 공장밥을 만들어 밥을 짓는 것이 아니라 사먹게 만들며 전통적인 식문화를 크게 변화시켰다. 그리고 지금 현재는 먹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정간편식(HMR)이 CJ의 주요한 성장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 CJ그룹 67년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국민들에게 그다지 감동을 준 기억은 없다. 이재현 회장의 아버지 故 이맹희는 아버지 이병철이 시킨 대로 했겠지만, 1966년 이른바 ‘사카린 밀수사건’을 주도한 오명을 남겼고, 이재현 회장은 2014년에 배임·횡령·탈세 혐의로 구속돼 감옥살이를 하면서 오명을 남겼고, 아들 이선호는 지난해 마약을 밀반입하다가 공항에서 적발돼 오명을 남겼다. 대대로 오명의 연속이다. 그런 CJ가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투자회사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영화 중흥을 뒷받침한 일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또 이번 수상으로 CJ라는 브랜드 가치를 꽤 높였으리라 본다. 그러나 이제 CJ그룹의 주력사업인 식품사업에서도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을 많이 하길 바란다. 영화 ‘기생충’이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을 받았다고 해서 CJ그룹 자체가 인정을 받는 것은 아니고, 그동안의 오명이 씻기는 것은 더욱 아니다. 공장밥 ‘햇반’을 팔기 위해 전기밥솥 회수 이벤트나 벌이고 있는 한 CJ는 결코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가 없을 것이다. 바야흐로 시대는 소비자의 감동이 기업의 자산이 되는 ‘감성자본’시대라는 사실을 안다면, CJ도 이제 ‘갓CJ’가 되도록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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