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한 끼 식사 중에서 가장 저렴하면서도 대중적인 식품은 아마 라면일 것이다. 1963915<삼양라면>이 첫 선을 보인 이후 라면은 지난 53년간 국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대표적인 국민 먹거리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스턴트식품인 라면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16억 원 규모의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62.9kg이고,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8조원(물가협회 자료, 상품 20kg149,800원 기준) 규모이니까 주식 개념의 먹거리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삼양식품의 전중윤 명예회장이 남대문시장을 지나가다가 꿀꿀이죽을 먹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고 국민들에게 값싼 먹거리로 배고픔을 해결해 줘야겠다는 생각에서 탄생한 것이 라면이다. 그런데 지금은 먹거리가 풍부한데 왜 여전히 라면은 인기가 높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싸기 때문이다.

국내에 라면이 처음 등장했던 1963년에 라면 한 봉지 가격은 10원이었다. 당시 커피 한 잔 가격이 35원 정도 했으니까 커피 한 잔 값이면 라면 3개 반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했다. 요즘은 어떤가? 봉지라면 한 개의 가격이 800~900원이고, 커피(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보통 3000원 안팎이니 53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더 싸거나 더 비싼 제품들도 있지만 대중적인 제품의 경우 그렇다는 이야기다. 여전히 라면은 우리들에게는 값싼 식량이라는 의미다.

 

풍요의 시대에 값싼 식량이 잘 팔리고 있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중산층의 몰락이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면서 중산층이 급속도로 붕괴되었다. 말하자면 소득 양극화가 소비 양극화를 불러왔던 것이다. 있는 사람들이야 라면을 가끔 간식으로 먹는 기호식품에 불과하겠지만 없는 사람들에게 라면은 그야말로 전투식량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주식이었다. 국가경제의 규모가 커지고 평균 국민소득이 높아졌지만 서민들은 얼마나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지 라면소비가 대변해주고 있는 셈이다.

 

라면이 많이 팔리고 있는 데는 값이 싸다는 이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구 생태계의 변화로 인해 먹거리 소비 패턴이 바뀐 것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배고프던 시절에는, 또 육체노동을 많이 하던 시절에는 한 끼 식사를 많이 했지만 먹거리가 다양하고 육체노동이 많지 않은 요즘은 정작 식사는 조금만 해도 되니 과거엔 간식으로 먹던 라면이 이젠 한 끼 식사로 충분해졌다. 특히 최근에 크게 늘어난 맞벌이 세대와 독신가구에게 라면은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식품이기에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오랜 기간 대표적인 국민 먹거리로 사랑을 받고 있는 라면시장에 최근에는 프리미엄 제품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른바 짬뽕라면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까지의 봉지라면에 비하면 가격이 두 배 가까이나 되는 1500원대이지만 중국집 가서 사먹는 짬뽕 못지않은 맛이어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쯤 되면 라면이 단순히 싸구려 먹거리가 아니라는 인식까지 심어주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라면이 그동안 왜 국민 먹거리로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었는지 그 이유를 까먹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업체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비싼 가격의 프리미엄 제품 생산에 열을 올린다면 그 생명력이 결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먹거리산업에서, 특히 지금처럼 불경기에는 가격이 매우 중요한 구매 기준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마케팅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인기 있을 때 잘하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