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외식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해외여행 자유화와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행사가 맞물려 자연스럽게 외식산업의 발전을 촉발시켰다. 여기에 산업화로 인한 바쁜 일상도 한몫을 했다. 

 

1983년 50세 이상의 국민을 대상으로 부분적으로 허용됐던 해외여행 자유화는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거친 뒤 1989년 전면 자유화가 되었다. 해외여행 자유화는 그동안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 주로 한식만 먹던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듣도 보도 못한 외국음식을 맛볼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같은 시기에 외국의 외식 브랜드들이 속속 국내로 도입되면서 음식문화의 서구화에 불을 지피기 시작한다. 국민들은 밥 대신에 빵을, 빈대떡 대신에 피자를 먹기 시작하고, 숭늉 대신에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다. 외국음식들은 대부분 외식을 통해서만 섭취가 가능했기에 외국음식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외식산업의 발달로 이어졌다. 

 

여기에 산업화로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은 나날이 이어지는 야근으로 인해 외식수요를 크게 증가시켰다. 1997년 IMF를 겪으면서 궁핍해진 가계는 부엌때기 전업주부들조차 일터로 몰아냈고, 맞벌이 세대의 증가는 또다시 외식수요를 증가시켰다. 여기에 1999년부터 일반음식점의 경우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되면서 IMF로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들의 식당 창업이 줄을 이어 외식산업의 양적 성장은 극에 달한다. 

 

이런 역사적 괘도를 갖고 있는 국내 외식산업의 발달사는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정점을 찍는다. 가구당 식료품비 지출액 중에서 외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우리 국민의 외식 의존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IMF 이후 실직자 구제 차원에서 실시한 생계형 음식점 창업지원과 월드컵 특수를 겨냥한 무분별한 창업으로 2004년에는 역사상 음식점 수가 최대치를 기록한 뒤 2008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국내 외식산업의 발달은 자연스런 측면도 있지만 인위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어떤 이유에서든 짧은 기간에 고도성장을 해온 외식산업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긍정적인 효과는 무엇이며, 부정적인 효과는 무엇일까?

 

우선 긍정적인 측면부터 살펴보자. 뭐니 해도 평소 집에서는 쉽게 해먹을 수 없는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가장 큰 긍정적 효과일 것이다. 베트남에 가지 않고도 베트남 쌀국수를 맛볼 수 있고, 이탈리아에 가지 않고도 건강식인 지중해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또 다른 긍정적 효과는 손쉽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특히 맞벌이 세대와 1인 가구에게 외식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그러나 부정적인 효과도 만만찮다. 무엇보다도 우리음식의 정체성이 상실되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외식업소들은 원가부담 때문에 저렴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뿐만 아니라 식재료를 충분히 사용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야 하니까 각종 조미료를 듬뿍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서구화된 소비자들의 입맛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갈수록 강한 양념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매운맛이나 짠맛을 감추기 위해 단맛을 사용하고, 단맛을 감추기 위해 매운맛이나 짠맛을 사용하는 꼴이다. 

 

이렇다보니 고유한 우리 전통음식의 맛을 외식업소에서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이런 가운데 집에서는 전통음식을 해먹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 고유한 전통음식은 이제 천연기념물이 될 지경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강한 양념을 사용한 국적불명의 음식들은 대부분 비만과 성인병의 주범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결과적으로는 외식업이 국민건강을 헤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외식산업이 가져다 준 폐해도 있다. 그것은 바로 외식산업이 실패자 양산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대비 음식점수가 너무 많은데도 누구나 음식점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창업과 폐업의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실패자를 양산하고 있고, 이는 곧 국가적 부담이 되는 사회악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가르침을 되새길 때이다. 음식점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요, 음식을 너무 맛있게 만들고자 하는 욕심도 문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