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대의명분에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우리의 전통주는 왜 여전히 부활하지 못하고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을까? 맛이 없어서? 가격이 비싸서? 아니다. 문제는 접근성 때문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주는 대부분이 지역을 기반으로 다양하게 발전해왔다. 우리나라는 비록 땅덩어리는 좁지만 4계절이 뚜렷하고 지역마다 풍토와 문화가 달라 전통주도 뚜렷한 지역별 색채를 띄어왔다. 다시 말하면 고유의 우리 전통주는 그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활용해서 만들어 그 지역에서 소비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교통수단의 발달로 푸드 마일리지가 길어지면서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전통주 브랜드는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일본의 우리문화 말살 정책으로 인해 전통주가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는 사이 급성장을 한 맥주와 소주가 대중적인 술이 되면서 전통주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져 버린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전통주는 다시 부활할 수 없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부활이 가능하다. 필자는 그 가능성을 서울탁주연합회에서 만들고 있는 ‘서울 장수막걸리’에서 엿보고 있다. ‘서울 장수막걸리’가 다른 막걸리에 비해서 특별히 맛이 좋은 것도 아닌데도 ‘서울 장수막걸리’가 마치 막걸리의 대명사처럼 대중적인 술로 인식되고 있는 이유를 알면 다른 전통주도 부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서울탁주연합회의 역사는 1962년 서울전역 51개 막걸리 제조장을 연합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서울탁주연합회는 현재 전국에 200여 개의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에서 출고된 막걸리 중 95% 이상은 동네 소매점 냉장고 안으로 배송된다. 그리고 나머지는 유명한 등산로 입구에 있는 음식점 냉장고로 배송된다. 수도권의 경우 등산을 하고 내려온 사람들이 하산주로 마실 수 있는 막걸 리가 바로 ‘서울 장수막걸리’다. 그리고 집에서 막걸리 한 잔 생각나서 동네 슈퍼마켓에 가서 “막걸리 한 병 주세요”라고 하면 내놓는 술이 ‘서울 장수막걸리’다. 

 

결론적으로 ‘서울 장수막걸리’의 성공 요인은 자체 물류시스템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소비자가 어디에서든 구입할 수 있게 접근성을 높였다는 것이 성공비결이다. 다른 전통주들도 자체 물류시스템을 갖추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영세한 전통주 제조업체들이 자체 물류시스템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데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런 제안을 한다. 전통주 제조업체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하거나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통주 전문 유통회사를 설립하라는 것이다. 제조업체들이 주주로 참여하는 유통회사를 만들고, 유통회사에서는 주주로 참여한 회사의 술을 전국으로 유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유통회사는 전문 마케터를 채용해서 전통주를 대량으로 소비할 수 있는 외식업체 등을 대상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역할까지 수행을 하게 한다. 

 

<밥상머리뉴스>가 전통주 부활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독자 2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1%가 ‘전통주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전통주와 관련해 바라는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판매처와 주종의 다양성 확보’가 25%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은 앞서 제안한 전통주 전문 유통회사를 설립하는 길 외에는 없어 보인다. 

 

서울 압구정동에 <백곰 막걸리&양조장>이라는 전통주 전문 주점이 있는데, 이곳에서 취급하는 전통주는 무려 160여 가지나 된다. 이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에게 전통주 주점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뭐냐고 물었을 때 그는 “가장 먼저 배송문제”라고 대답했다. 전통주의 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유통문제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통문제가 해결되면 전국에 <백곰 막걸리&양조장>과 같은 전통주 전문 주점이 곳곳에 생겨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분명 전통주는 살아날 수 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