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언론에 의해 밝혀진 <기후변화가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미국 국방부 비밀보고서에는 “자연재해가 핵 위기나 테러보다 국가안보에 더 큰 위협이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기후변화가 농업에 타격을 입혀 날씨가 경제적 재앙이 될 것이라는 예고였다. 특히 중국의 엄청난 인구와 식량수요는 세계적 식량위기를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자는 최근 과일 판매업자로부터 들은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다. 중국이 수입과일을 싹쓸이 하는 바람에 오렌지나 자몽 등 수입과일의 물량을 확보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거래해왔는데도 중국이 더 비싼 가격으로 사겠다니 한국으로 팔 물량이 없어 요청한 물량의 20~30%밖에 주질 않는다는 이야기다. 중국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과일을 많이 먹어서 수요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부 비밀보고서가 현실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 

 

식량을 포함한 식품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식품안보가 국토안보에 못지않은 중대한 국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농경지 면적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그렇다고 해서 해외농업개발이 활발한 것도 아니고, 식문화의 서구화는 심화되고 있으니 말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우리의 주곡인 쌀도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2040년에는 생산성이 지금에 비해 13.6% 떨어지고, 2060년에는 22.2%, 2090년에는 무려 40.1%가 떨어지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겨우 26% 수준으로 OECD 국가 중에서는 최하위권이다. 그것도 쌀을 빼고 나면 5% 수준이다. 그런데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1985년 128.1kg에서 30년이 지난 2015년에는 62.9kg으로 반 토막이 났다. 쌀 소비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식문화가 서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식문회의 서구화는 우리 땅에서 나지 않는 원료를 이용해 만든 음식과 식품을 먹는다는 것이기에 원료 값이 오르면 먹는 문제에 비용지출이 많아짐을 의미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정부가 농업의 전방산업인 식품·외식산업을 육성시키면 농업과 식품산업의 동반성장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생각에 식품산업진흥법과 외식산업진흥법을 만들어 전방산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가공식품에서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비중이 2012년 29.7%에서 2013년 31.2%, 2014년에 31.3%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식품제조업의 신장 폭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식품제조업에 비하면 규모가 영세한 외식업에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식품제조업체나 외식업소에서 사용하는 식재료의 상당 부분을 중국과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미국은 앞서 언급한 국방부 비밀보고서에서 “향후 세계는 기상이변과 인구증가로 인해 식량이 급격히 부족할 것이 예상되기에 미국은 식량으로 주도권을 장악해야 한다”면서 식량을 무기화 할 태세이고, 중국도 2006년부터는 식량 수입국가가 되면서 식량안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돈을 주고도 먹을거리를 구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 2007~2008년에 우리는 국제곡물가격의 급등으로 전 세계가 식품위기를 경험한 바가 있다. 식량자급률이 낮은 저개발국가에서는 치솟는 식품가격 때문에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고, 냉전시대 미국의 밀수출 중단으로 해체가 된 구(舊) 소비에트연방공화국 소속 국가들은 자국의 식품가격 안정을 위해 밀수출을 규제하면서 국수주의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지금 먹을거리가 지천에 깔려있지만 그것이 우리의 것이 아니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우리의 것만 먹고 살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만 한다. 그래야 먹거리의 주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