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의류, 가전 같은 기업은 물론이고 주말에 우리의 잠재적 고객을 흡인하는 야구장이나 놀이공원도 신세계그룹의 경쟁자이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 2015년 간부급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기존의 틀을 깨는 변신을 당부하면서 했던 말이다. 

 

정 부회장의 이와 같은 지적에 따라 이마트는 간편식 전문 브랜드인 <피코크>를 비롯해 분야별 전문 브랜드를 만들어 다른 업계의 영역에 침투하고 있다. 간편식 분야야 신세계푸드라는 계열사가 있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심지어는 의류사업에까지 진출했다. 예전에는 제조업체에서 만들어 놓은 것을 사와서 팔았는데 이제는 직접 만들어서 파는 것이다. 

 

특히 식품분야의 경우 이마트가 식품제조업은 물론 외식업계에도 무서운 적이 되고 있다. 현재 이마트는 <피코크>라는 자체 브랜드를 통해 수없이 많은 HMR(가정 간편식)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전문 음식점에나 가야 먹을 수 있었던 추어탕과 언양식 불고기, 춘천식 닭갈비, 안동식 찜닭, 베트남 쌀국수까지 판매를 하고 있다. 심지어는 속초 아바이마을에나 가야 제대로 된 맛을 즐길 수 있는 속초오징어순대까지 팔고 있다. 

 

앞서 정 부회장이 언급한 바와 같이 (외식업을 포함한) 식품 기업들은 이미 유통 공룡 신세계그룹의 경쟁자이다. 거꾸로 말하면 외식이나 식품업체들에게는 유통 공룡 신세계그룹이 적이라는 의미다. 같은 업종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업체가 적이 아니라 지금까지는 다른 분야로 취급해왔던 유통업체가 적인 것이다. 이처럼 적은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정용진 부회장이 야구장이나 놀이공원도 신세계그룹의 경쟁자로 봐야 한다고 한 말을 주목해야 한다. 야구경기가 치열한 선두 다툼으로 재미가 있거나 날씨가 좋아 놀이공원에 놀러 가는 사람이 많으면 백화점이나 마트에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이 적어진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태양의 후예’나 ‘도깨비’처럼 TV 드라마가 인기가 있을 때는 저녁에 회식 대신 집에서 TV를 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음식점이 장사가 잘 안되고 주류 매출이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필자는 거대 유통기업 신세계그룹이 식품이나 외식산업 영역을 침투하고 있는 것을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식품이나 외식기업들이 먹거리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인식하고 대책을 세우라고 주문하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먹거리산업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고 있는 사회적 현상은 1인가구의 급증이다. 1인가구는 27.2%로 전체 가구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을 공략하는 것이 바로 HMR 상품이다. 그리고 그것을 식품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HMR이 발달하면 할수록 외식업체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마트뿐만 아니라 또 다른 유통채널인 편의점도 외식업체들에게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김밥이나 도시락은 물론 머리고기와 닭발, 홍어회까지 팔고 있다. 심지어 GS25에서는 대표적인 외식메뉴인 치킨까지 시범 판매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웃 일본에서는 이미 먹거리 전용 편의점까지 생겼다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외식업을 하는 사업자들에게 유통업으로 진출하라고 권고해왔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메뉴를 상품화해서 홈쇼핑이나 유통매장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아니면 유통업체들이 도저히 흉내를 낼 수 없는 독보적인 맛으로 승부를 하든가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급변하는 먹거리 소비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우리나라는 인구절벽에 따른 소비절벽이 시작된다. 경기는 이미 5년 전부터 장기불황의 터널에 진입을 했다. 이런 가운데 내부가 아닌 외부의 적이 외식업계의 영토를 부지불식간에 잠식하고 있다.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외식업체들에게는 ‘희망이 나바롱(절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