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시대의 유산, ‘빨리빨리’

짧은 기간에 이뤄진 고도성장은 우리에게 경쟁심과 욕심을 유발시켰고,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 또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빨리빨리 서둘러야 했다. 그것이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경제대국이 된 대한민국 국민의 슬픈 자화상이다. 농경민족으로서 씨를 뿌리고 수확할 때까지 인고의 세월을 기다릴 줄 알았고, 비가 오는데 그 비를 맞는 한이 있어도 경박하게 뜀박질을 하지 않던 여유로움이 있던 민족이었는데, 물질만능의 급속성장이 우리의 국민성마저 바꿔버렸다. 

 

지금은 속도가 곧 경쟁력인 스피드 시대이니 느긋함을 굳이 미덕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또는 불필요하게 속도를 강조하는 ‘빨리빨리’ 문화는 개선되어야 할 우리사회의 고질병인 것 또한 사실이다. 그로 인한 부작용이 너무도 많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음식과 관련된 ‘빨리빨리’ 문화다. 

 

시대와 가치 바뀌어도 음식배달에는 여전히 ‘빨리빨리’

개발시대에는 고도성장으로 인해 먹는 시간 자체가 아까울 정도였다. 심지어 식당에 가는 시간조차 아까워서 사무실이나 근로현장까지 음식을 가져다주기를 희망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배달’ 문화다. ‘빨리빨리’와 ‘배달’ 문화는 이처럼 개발시대의 주역인 50~60세대들의 상징이자 ‘영광된 역사’의 ‘슬픈 유산’이기도 하다. 그런데 시대가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화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음식문화는 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음식을 배달시킬 때의 경우다. 물론 아직도 배달을 시키는 사람들 중에서는 여전히 식당에 갈 시간조차 아까울 정도로 일이 바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귀찮아서’ 또는 ‘몸이 불편해서’ 배달을 시키는 편이다. 또 이런 고객들을 위한 공급자(음식점)의 과잉 마케팅 전략도 음식배달에서 ‘빨리빨리’ 문화를 부추기는 경향도 없지 않다. ‘30분 내에 배달’ 등의 마케팅 전략이 바로 그런 경우다. 

 

 

어떤 연유에서든 음식배달에 있어서의 ‘빨리빨리’ 문화는 적지 않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청산해야 할 적폐임에는 틀림없다.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이 배달 과정에서의 교통사고다. 헬멧도 쓰지 않은 채 한손에는 ‘철가방’을 들고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교통법규를 무시하면서 곡예운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아찔하다. 사고는 예고된 것이고, 사고가 나면 목숨을 위협하는 대형사고가 될 것은 자명하다. 

 

주문고객, 주인장, 배달직원 3자 모두 인식 전환해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배달사고와 관련된 주체는 3자다. 배달을 주문하는 고객이 첫째 주체고, 음식점을 경영하는 주인이 둘째 주체며, 배달을 하는 사람이 셋째 주체다. 주체별로 각자가 인식의 전환을 할 때만이 잘못된 ‘배달’ 문화와 그로 인한 ‘배달’ 사고로부터 우리는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첫째 주체인 고객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식당에 가지 않고서 가만히 앉아서도 음식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하기에 주문을 할 때는 식당에 가서 먹는 것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음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빨리빨리’를 외쳐대면 자신이 제대로 조리된 음식을 먹지 못함은 물론이요 독촉한 자신 때문에 아까운 생명도 잃을 수 있다는 책임의식도 가져야 한다. 

 

둘째, 식당 주인은 배달영업에 대한 개념부터 재정립을 해야 한다. 음식점에서의 배달은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영업수단이다. 제한된 공간(매장)에서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수 없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배달영업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배달은 그야말로 부가적인 영업이어야 한다. 때문에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배달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무리한 욕심이 화를 자초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은 매장을 두지 않고 배달영업만을 하는 업소들도 있다. 이 경우는 특히 영업의 핵심이 ‘배달’이다. 영업의 핵심이 ‘배달’이라는 것은 빨리 배달하는 것만이 경쟁력이라는 뜻은 아니다. 정확하게, 그리고 쉽게 찾아가기 어려운 먼 거리에 있음에도 그 식당의 음식을 맛보게 해주는 깊은 의미도 있다. 이와 같은 본질적 가치를 무시하고 무조건 빨리빨리 만을 추구하다가 사고가 날 경우에는 영업이익보다 치료비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이른바 배보다 배꼽이 큰 꼴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끝으로 세 번째 주체인 배달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5분 빨리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는 말이 있다.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캠페인 문구다. 배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주문한 고객과 음식점 주인장의 등살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도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생명을 지켜야 할 첫째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 사실을 안다면 기본을 갖추어야 한다. 내 생명을 스스로 지키기 위한 기본을 갖추어야 한다. 오토바이를 타는 기술을 습득함은 물론이고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 개인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산은 자신의 건강한 몸과 아름다운 영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