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식품안전에 대한 문제가 또다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필자는 이런 식품안전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정부의 대응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미숙하다는 것이다. 우왕좌왕 허둥지둥 대다가 피해를 키우거나 부처 간에 손발이 맞지 않아 체계적인 해법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서 발생한 사건·사고들만 되돌아보자. 2004년에 발생한 ‘불량만두소’ 사건은 만두회사 사장 한 명이 한강에 몸을 던져 자살까지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업체들에게 시정명령이라는 경미한 행정처분으로 마무리됐다. 6월6일 현충일이자 일요일에 서울경찰청 특수수사대에서 마치 대단한 성과(?)를 거둔 것처럼 발표를 했지만 사실은 호들갑이었다. 어느 방송사에서 영상을 조작해 ‘쓰레기 만두’처럼 보이게 한 허위·과장 보도가 만들어낸 해프닝에 불과했다. 이때 식품안전관리의 주무부처인 식약처(당시는 식약청)는 뒷전에 있었다. 서울경찰청은 자기들이 볼 때 그런 중대한 사건을 발표하기 이전에 주무부처인 식약처와 협의조차 하지 않았었다. 서울경찰청 입장에서는 대단한 사건이 식약처 조사결과는 별게 아닌 사건이 되고 말았다. 

 

 

2005년에 발생한 ‘김치 기생충알 검출’ 파동은 또 어떠했는가? 당시 16개 회사의 배추김치에서 기생충알이 검출되었는데 언론보도 후 15개 회사가 부도가 났다. 청와대에 김치를 납품하던 회사의 김치에서도 기생충알이 검출되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것이 인체에는 해롭지 않으며 배추에 붙어있던 기생충알을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그 사건을 계기로 배추김치 공장에 대해서는 HACCP 인증을 의무화했다. HACCP 인증을 받지 않으면 학교급식 납품을 위한 견적에도 참여할 수 없었으니 중소 김치업체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2008년에 이명박 정권을 위기로 몰아갔던 ‘광우병 촛불집회’는 또 어떤가?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의 한 농가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지만 수입된 미국산 소고기는 안전하다고 밝혀도 믿어주질 않고 그렇게 난리를 쳤지만, 당시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조차 언제 그랬냐는 듯이 미국산 소고기를 맛있게 먹고 있지 않는가? 언제까지 이런 식의 비과학적인 대응과 국민적 불안과 불신이 되풀이 되어야 하는가? 그래서 필자는 차제에 식품문제에 대한 범국가적 대응전략을 세우자고 제의한다. 

 

우리나라의 식품문제는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식량안보적 측면에서는 높은 수입의존도(자급률 25%)에 비해 농어업 비중과 농지면적 감소 등 농어업 생산기반은 축소되고 있다. 국제적 식량파동이 일어날 경우 심각한 식량안보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식품안전 측면에서는 식품안전사고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식품안전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정부의 대응능력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셋째, 식품영양 관점에서 볼 때는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한 영양 불균형은 물론이고 계층 간의 영양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넷째, 식품공급체계의 경우 유통의 비효율로 가격 급등락과 높은 물류비용이 발생되고 저온유통 등 유통의 질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식품정책은 한마디로 말하면 중구난방이다. 관련 부처만 해도 10개나 된다. 컨트롤타워가 없어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정책에는 밥그릇 싸움이 일상사지만 힘든 일은 ‘네 떡 내 몰라’이다. 따라서 필자는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식품문제를 국가 의제로 격상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의 ‘(가칭)국가식품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식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통합적이고 시스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공급의 불안전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식생활 변화에 따라 식품안전과 영양 문제 등 식품과 관련된 새로운 문제가 복합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선진국은 식품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국의 푸드시스템 유지를 위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수상 직속의 ‘미래전략처’에서 식품정책을 국가 발전전략의 핵심요소로 인식해 ‘21세기 국가식품시스템 전략’이라는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식품안전위원회’에서 식품안전관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국내 생산을 기본으로 수입과 비축을 적절히 조합하고 있으며, 유사시 식량안전보장제도 수립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가장 먼저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었다. 저성장시대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한 국가적 의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먹는 문제는 국민 모두에게 해당되는 최고 수준의 국가적 의제라는 것도 틀림없다. 이제는 국가적 푸드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