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3월 2일 노무현 정부는 식품안전관리와 관련된 중대한 결정을 했다. 기존 식품의약품안전청을 해체하고, ‘식품안전처’라는 독립기구를 설치해 식품안전관리를 단일화하고, 의약품안전관리는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식품안전관리와 의약품안전관리를 분리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실세 총리’ 이해찬의 작품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은 2004년 6월에 발생한 ‘불량만두’ 사태 등에서 보여준 식약청의 미숙하고 무능한 식품안전관리가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내용의 정부조직법개정안은 결국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폐기되고 말았다. 엄밀하게 말하면 국회의 벽이라기보다는 약사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그해 7월 중으로 ‘식품안전처’를 신설한다는 목표였으나 약사출신 국회의원들과 약사회의 조직적인 반발로 무산되고 말았다. 약사회에서는 주요 일간지 1면에 식약청 해체와 식품안전처 신설을 반대하는 광고를 내기까지 했다. 식약청이 해체되고 의약품안전관리는 다시 보건복지부 산하로 편입되면 ‘약쟁이’들의 위상이 쪼그라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후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권인수위원회에서는 식품안전관리를 중장기적으로는 농식품부에서 관장한다는 원칙적인 로드맵만 제시했을 뿐 실제로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차관급인 식약청을 장관급인 식약처로 승격하기에 이른다. 식약청이 장관급인 식약처로 승격되었다는 것은 독립적인 인사권과 예산편성권을 확보했다는 것 외에 안전관리의 시스템에는 변화가 없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식품안전관리에 대응하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미숙하고 무능하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필자는 다시 식품과 의약품 안전관리의 분리를 주장한다. 10년 전 노무현 정부가 그런 시도를 했고, 지금 또 다시 필자가 그런 주장을 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식품안전관리의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는 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식약청의 식품 담당 공무원들의 학력이 대부분 고졸입니다. 게다가 고시 출신은 한두 명에 불과하고, 그들조차 어떻게 하면 식약청을 빠져나갈 것인가만 궁리하고 있습니다.”

 

식약청장을 지냈던 모 인사가 2004년도에 필자에게 푸념처럼 내뱉은 말이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사정이 좀 달라졌겠지만 크게 달라졌다고 보진 않는다. 현재 식약처의 뿌리는 보건복지부 산하의 식품의약품안전본부이고, 1998년 복지부 산하 ‘청’으로 독립했고, 2013년 ‘처’로 승격되었다. 보건복지부 행정의 무게중심은 식품보다는 의약품에 있었다. 쉽게 말하면 실력 모자라고, 힘없는 직원들이 식품을 담당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식약처 내에서도 상대적 홀대를 받았다. 

 

 

일반직원뿐만 아니라 간부들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역대 11명의 식약청장과 4명의 식약처장 가운데 절반 가까운 7명이 약학을 전공한 사람이고, 식품을 전공한 사람은 1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7명은 화학, 생물학, 수의학, 사회학, 무역학, 경제학, 보건학 등을 전공한 사람이었다. 식약처의 최고책임자를 지낸 사람 가운데 대부분이 약학을 전공한 사람이었다는 것만 봐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무게중심이 식품보다는 의약에 쏠려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즘 ‘살충제달걀’ 대응과 관련해 류영진 식약처장이 무능의 새로운 아이콘이 되고 있다. 유영진 식약처장 역시 약학을 전공한 약사 출신이다. 솔직히 식품에 대해서 뭘 알겠는가. 식품분야 공무원들이 써 주는 대로 읽고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 식품분야 공무원들부터 무능하고 전문성이 떨어진다면 더 이상 뭘 기대하겠는가. 식약처 자체가 무능하고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있어서 먹거리 안전관리는 더욱 고급인력과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부처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의약분야에 비해 열등한 직원들이 식품분야의 업무를 맡고 있다면 그 자체가 문제가 될 것이다. 차제에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관리를 분리하고 식품안전관리만을 전담하는 부처로 개편함은 물론 인력도 최고의 전문가로 육성할 것을 권고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동안 미숙하고 무능하다고 질타 받던 식품안전관리 문제를 선진화 시키는 길이 될 것이다. 마침 이낙연 국무총리도 24일 이번 파동이 수습되는 대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식품안전관리 체계를 갖추겠다는 뜻을 밝혔으니 정책변화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