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대한민국 국민의 주식이다. 그러나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가파르게 줄고 있다. 2017년 기준 61.8kg에 불과하다. 1980년에 132.4kg이던 것과 비교하면 반 토막 이상 줄었고, 2010년(72.8kg)과 비교해도 15.32%나 줄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와 국회 사이에 쌀값 조정을 두고 첨예한 대립각이 생겼다. 쌀값을 내려야 한다는 정부와 쌀값을 올려야 한다는 국회의원들의 다툼이다. 

 

정부는 11월 14일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입을 통해 최근 급등한 쌀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재고미(묵은 쌀)  5만톤을 방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이 기자회견까지 열며 반대하고 나섰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가 농촌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다. 이들이 재고미 방출을 반대하는 이유는 지금은 올해 생산한 쌀을 출하하는 시기인데 정부가 재고미를 방출해버리면 쌀값이 떨어져 농가의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당연히 농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다. 

 

이런 국회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농식품부는 다음달 재고미를 방출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가 쌀값 조정을 위해 재고미를 방출하겠다는 이유는 최근 쌀값 급등으로 서민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0월 25일 기준 시중 쌀값은 평균 19만 3,656원(80kg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가격이 가장 쌌던 2016년의 13만 4076원과 비교하면 무려 44.44%나 급등했다. 일반 가정에서야 쌀값이 좀 비싸도 어차피 소비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니 크게 부담이 가질 않지만 저소득층이나 쌀을 많이 사용하는 김밥집을 비롯한 외식업소 입장에서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논리다. 정부는 서민과 자영업자를 대변하는 입장이다. 

 

그런가 하면 쌀 목표가격 책정을 두고도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쌀 목표가격을 19만 6천원으로 하겠다며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해놓고 국회가 승인해주길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농촌출신 국회의원들은 적어도 24만원은 되어야 한다며 목표가격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게 올려도 밥 한 공기에 300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는 정부가 재정투입을 요구하면 국회가 깎는 것이 상식인데 쌀값의 경우는 비상식적이다. 

 

이 문제에 대해 밥상머리뉴스는 어느 쪽의 논리가 맞거나 틀리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다만, 궁극적으로 누구를 위한 정책을 펴는 것이 옳은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쌀값이 오르면 소비가 줄어든다. 외식업소는 물론 가정에서까지 쌀 소비를 줄이면 가뜩이나 줄어들고 있는 쌀 소비의 절벽은 불가피하다.  그렇게 되면 재고미는 더욱 늘어나 국가가 부담해야 할 몫은 커지게 된다. 

 

또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생긴다. 만약에 국회의원들의 주장대로 쌀 목표가격을 24만원으로 올리면 농민들은 소득보전이 되니 계속해서 쌀농사를 짓게 된다. 정부는 쌀 과잉생산을 막기 위해 쌀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할 경우 지원을 해주고 있다. 그런데 쌀값이 비싸면 농민들이 다른 작물을 재배하지 않아 지금도 과잉생산인 쌀의 과잉생산이 이어져 궁극적으로는 시중 쌀 가격의 폭락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권은 농업문제는 경제논리만으로 따질 수 없는 경제외적인 가치가 높다는 논리로 농업에 무조건적인 퍼주기를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논리가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지나치면 안하는 것보다 못하다. 또 그들의 주장이 국가적 난제인 쌀 소비 증진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지역 유권자들을 위한 것인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그것이 농민들을 위한 것인지는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소비 없는 생산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