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텔레비전 프로가 인기다. 시골에서 자연인으로 혼자 사는 남자들의 이야기다. 소상공인이나 고참 직장인들의 로망이라는 것이다. 물어보면 사회와 가족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렇게 살기 위해서 직장을 다니면서 미리미리 준비를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내가 아는 사람만 해도 지금 ‘약초학교’에 다닌다. 우리가 잡초라고 쉽게 생각하는 많은 풀들의 이름뿐만 아니라 독성 유무도 알고 어디에 유용하게 쓰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여자들은 어떨까? 시골을 떠나 도시에 정착한 여자들 대부분에게 시골은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원래 도시 태생인 여자들은 시골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나같이 어떤 계기로 시골에 반한 여자도 있지만. 도시에서 70년 가까이 살았던 사람이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간다고 생각해 본다. 처음에는 그동안 꿈꾸었던 자연의 품에 안긴 벅찬 감격을 주체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온다. 그 두려움을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라고 부르자.

 

사실 시골은 도시에 비해 여러 모로 불편한 점이 많다. 전화 한통으로 해결되던 배달음식에의 향수가 가장 큰 사람도 있을 테고, 쇼핑이나 문화에의 향유가 단절되었다고 느껴 실망하는 사람도 있을 터이다. 하지만 결별이란 언제나 새로운 만남을 예비하고 있음에 다름 아니다.

 

1년 여 전, 남편의 고향인 경북 영천의 한 시골로 귀촌했다. 남편의 회사가 지방으로 옮겨 간 때문에 회사 근처의 시골서 2년을 살게 되었을 때 난 그만 시골이 좋아져버렸다. 대한민국의 서울에서 전 생애를 보낸 사람이, (그 동안 여행 차 외국을 나간 시간이 지방을 돌아본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조국의 시골에 반해버린 것이다.

 

이제 우리 부부는 농촌 표준설계도 중 하나를 선택해서 아담한 22평의 집을 짓고 남편의 고향인 영천에 내려왔다. 남편은 3500평의 땅도 물려받아 가지고 있다. 이 땅과 어떻게 함께 사느냐가 앞으로의 과제이다. 70이란 나이가 그대로 살다 죽을 나이가 아니게 되어버린 요즘, 용감하게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선택하고 마지막(?) 프로젝트와 조우하는 길에 도전해 본 것이다.

 

남편은 그 땅에 근사한 나무들을 많이 심고 싶어 한다. 나는 그 나무들과 어우러질 꽃을 심고 싶어 한다. 남편은 가을에 아름답게 단풍 들 나무들을 울타리로, 그 안으로는 온갖 종류의 과일나무들을 심고 싶어 한다. 나는 꽃 중에서도 허브 종류를 심고 싶어 한다. 남편은 나무 담당, 나는 꽃 담당이다. 

  

물론 우리의 이 대단한(?) 프로젝트는 나이와 비용의 벽에 막혀 있어 그리 수월히 진도가 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목표가 있다는 것이 우리를 기쁘게 만든다. 조용히 밀려오는 파도처럼 기쁨이 우리를 덮쳐온다. 그 누구처럼, 퇴직을 하면 인생이 끝난 줄 알고 고요히 죽음을 기다리다가 30년을 허송세월을 했다고 나중 후회하지 않기 위하여, 꼭 이 일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조상이 물려주신 땅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우리 나름의 목표가 생긴 것이다.

 

하늘과 땅과 나무와 숲과 싱그러운 공기, 시골이 주는 이점이다. 일이 많아 힘들고, 먹고 살기 어렵고 하는, 이제까지의 시골에 대한 통념은 그렇게 보는 사람들에게 맡겨 두자. 가족을 떠나지 않고도 자연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 동시대인들의 로망이 되게 하고 싶다. 시골의 이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 

 

<필진소개>

조은경님은

* 2015년 계간문예 소설부문 신인상 수상

* 소설 ‘메리 고 라운드’ ‘환산정’ ‘유적의 거리’ 등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