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분야에도 이른바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집단소송제도란 피해자 중 한 사람이나 일부가 가해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면, 동일한 피해를 입은 나머지 피해자들은 별도의 소송 없이 그 판결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예컨대 어떤 식품업체의 가공식품을 먹고 대규모 식중독 사태가 일어났다고 치자. 그로 인해 다수의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런데 각자가 입은 피해 액수는 그렇게 크지 않다. 게다가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자신의 생업에 바빠 소송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피해자가 다수일 경우 이들이 모두 뜻을 모아 소송을 진행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소비자들은 번거로울 필요 없이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즉 소액, 다수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소비자 집단소송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제조업은 물론 보험, 의료와 같은 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집단소송을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12월에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20051월부터 이 법이 시행되고 있다. , 현재 우리나라는 증권 분야에서만 집단소송제도가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것도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활용된 사례는 드물다. 2005년 도입 후 지금까지 제기된 소송은 11, 그중에서 실제 배상이 이뤄진 것은 3건뿐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난 9월 법무부는 집단소송제를 확대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을 개정해 단일 집단소송법으로 바꾸고 그 적용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개정안과 동일한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도입 분야별 소송절차의 통일성과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우선 제조물 책임 부당공동행위,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부당표시, 광고행위 개인정보 침해행위 식품 안전 금융소비자 보호 등 집단적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분야에 먼저 도입할 예정이다.

식품 안전과 관련해서 법안은 식품위생법2조에 따른 식품 등을 제조·가공·조리·수입하여 발생한 피해이거나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사실을 알면서도 식품 등을 판매하여 발생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집단소송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3조에 따른 건강기능식품을 제조·가공·조리·수입하여 발생한 피해이거나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사실을 알면서도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여 발생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도 집단소송의 대상으로 넣고 있다.

다만 집단소송제 도입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시행 후 최초로 이뤄진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부터 적용하고, 벤처·스타트업 등 중소기업에 대해선 시행 후 3년간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다.

이러한 입법 움직임의 배경에는 최근 잇따라 발생한 다양한 사건들이 깔려있다. 카드사나 대형유통회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건, BMW의 차량 화재 사건, KT 아현지사 화재 사건 등을 겪으며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제도 도입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집단소송제도의 확대 도입 필요성은 줄곧 강조되었으나 업계의 반발 등으로 미뤄져 왔던 게 사실이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권익 보호가 강화된다. 비용 부담이나 복잡한 절차로 인해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집단소송에 걸리지 않기 위해 사전에 주의를 철저히 할 것이기 때문에 불법 행위를 예방할 수 있고, 기업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고취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무분별한 소송과 재판이 많아짐에 따라 재판비용이 증가하고, 재판업무도 지연된다는 등의 단점을 지적하면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는 법 도입은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농림축수산특별위원회 간담회에서 한국식품산업협회 조일호 전무는 식품 분야를 집단소송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집단소송제와 식품 분야 특성을 고려할 때 도입 취지에 따른 효과보다 오히려 더 큰 문제점과 부작용이 우려돼 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식품에 대한 집단소송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의약품 등 다른 산업도 포함해서 집단소송법을 도입하자고 하면 이해되지만 식품 산업만 거론되었기 때문에 우려하는 것이라며 국민 먹거리 위생은 당연히 보장돼야 하지만, 지나친 범위로 집단소송제를 확대하면 모든 분야가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날 조전무가 지적한 내용 가운데는 법안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새겨들어야 할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예컨대 식품위생법 제2조와 제3조에 따른 식품 등의 개념 속에는 식품뿐만 아니라 기구, 용기·포장이 포함되는데, 만약 이렇게 되면 집단소송제도의 대상이 식품에만 한정되지 않고 식품과 관련된 공산품에까지 확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법 과정에서 보다 세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되면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식품 사업 분야는 프랜차이즈 업계일 수 있다. 같은 재료를 사용해 같은 품질의 음식을 제공하는 사업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가맹본부의 식품위생관리 소홀이 자칫 대규모 소송과 손해배상을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프랜차이즈 업계의 대응도 주목된다.

식품 전문 김태민 변호사는 그의 페이스북에서 식품산업의 특성은 온 국민이 매일 엄청 구매하고, 조리하고 섭취한다는 것입니다. 큰 틀에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은 산업계도 피하기 어려울 테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도 포함되어야 하고, 식품접객업소 제외, 집단소송 대상 위반 행위의 범위 지정에 대해서는 앞으로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로서는 시장 확대와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해서 찬성한다고 밝혔다.

큰 틀에서 보면 식품 분야에 대한 집단소송제도 도입은 필요하다. 높아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의식수준에 맞춰나가는 것이 식품업계로서도 기업에 대한 신뢰도 제고 등의 효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익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입법 과정에서 보다 실효성 있고 효과적인 제도가 될 수 있도록 보다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