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벼랑에 선 자영업자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등을 떠밀고 있어 세밑에 자영업자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올라 경영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시지가 상승으로 인해 임대료까지 오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나마 간신히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마지막 경영의지마저 꺾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무슨 정책을 내놓을 때는 해당 정부가 내건 국정목표에 부합해야 한다. 그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주요 정책들이 스스로 내건 국정목표에 부합하는지 한번 따져보자. 문재인 정부가 내건 5대 국정목표는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등이다. 

 

이 가운데 필자가 가장 의아해 했던 것은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국정목표다. ‘국가가 어떻게 내 삶을 책임지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정부의 정책을 지켜봤다. 공산주의도 아닌 자본주의 국가에서 국가가 내 삶을 책임지겠다는 생각 자체가 말이 되지 않으니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부의 정책은 국정목표와는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아직 임기가 남았으니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면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가 아니라 내 삶을 포기시키는 국가가 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왜 그럴까?

 

정부는 5대 국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대 국정전략을 세웠다.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국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5개의 국정전략을 제시했는데, 그 가운데 첫 번째가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다. 아마 정부가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이유도 이 전략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힘들어진 자영업자들의 복지는 더욱 나빠졌다. 결론적으로는 모두가 누리는 복지가 아닌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무급가족종사자를 포함한 677만 자영업자들에게 대한민국은 복지후진국가로 되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두 번째 국정목표인 ‘더불어 잘사는 경제’도 헛구호가 되고 있다. 이 국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5개의 국정전략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에 첫째가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다. 그리고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민생경제’도 ‘더불어 잘사는 경제’라는 국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국정전략에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최저임금과 공시지가 인상이 과연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민생경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 677만 자영업자가 곧 서민이고 중산층인데, 이들이 힘들어지고 있는 경제상황인데 무슨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민생경제’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특히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공시지가 인상은 자가 건물이 없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 공시지가를 인상하려고 하겠지만 세금을 많이 내는 건물주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임대료를 올리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건물주들은 이 참에 떳떳하게 인상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될 것이 뻔하다. 

 

필자의 지인 중에 음식장사를 크게 하는 친구가 있다. 11개의 음식점 가운데 5개는 임대매장인데, 임대매장은 벌써 두 개나 정리를 했고, 나머지도 모두 정리를 하려고 한다. 임대매장에서는 인건비와 임대료 주고 나면 남는 게 없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자기 건물에 입주해 있는 세입자들에게는 임대료를 올해 올렸는데 내년에 또 올리겠단다. 이것이 현재의 대한민국 바닥경제의 현실이다. 이 친구는 그래도 연간매출이 수백억이나 되는 외식업자로서는 알부자이니 선택의 여지라도 있지만, 생계형 외식업자들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그야말로 ‘빼박’이 처지다. 

 

공시지가가 오르면 임대료가 오르고, 임대료가 오르면 자영업자의 서비스 가격이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지갑을 닫으면 장사가 안돼서 자영업자는 문을 닫고, 자영업자의 폐업이 늘어나면 건물주는 임대수입이 줄고, 건물주의 수입이 줄면 세수가 줄어들어 국가 재정이 위태로워지는 악순환이 예견된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필자는 그렇다고 자영업자들을 무조건 보호하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자영업자가 너무 많아 문제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자영업자의 퇴로를 만들어 주지도 않고 자영업자의 목을 조이는 것은 가혹하다. 정부는 나름대로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는 등 자영업 보호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이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보인다. 

 

이런 저런 이유로 연말연시가 뒤숭숭하다. 주변에는 “이민이나 가야겠다”고 자조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내건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비전이 실현될 수 있을지 심히 의문시 된다.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들의 등을 떠밀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희망의 끈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