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햄버거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얼마 전 미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백악관 만찬 담당 직원들이 강제 휴가 중일 때, 백악관으로 초청한 대학 풋볼팀 선수들에게 햄버거를 비롯한 패스트푸드로 만찬을 제공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는 패스트푸드로 장식된 만찬장에서 “이것은 위대한 미국 음식”이라고 찬사를 날렸다. “미국 음식이라면 다 좋다. 이것은 모두 미국적인 것”이라고 말해 박수까지 받았다. 

 

그는 지난 2016년 대선 기간 중 유세 때는 “만약 김정은을 워싱턴으로 초청한다면 공식만찬은 하지 않고 회의 테이블에서 햄버거를 먹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 김정은을 미치광이라고 부르던 시절의 유머이긴 했지만, 그만큼 그의 식습관 속에 햄버거가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평양냉면은 각별한 음식이다. 지난해 4월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들이 만났을 때 그는 평양냉면 이야기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는 “오늘 저녁 만찬 얘기 많이 하는데, 저 멀리 평양에서부터 냉면을 가져 왔는데”라고 말하다가 “멀다고 말하면 안 되갔구나”라고 농담을 던져 좌중을 웃겼다. 그 후로 “멀다고 말하면 안 되갔구나”라는 말은 그 특유의 억양과 함께 여기저기서 패러디화 됐다.

 

그 후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평양냉면은 분위기 메이커의 키워드였다. 두 정상은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 회동에서 자리에 앉자마자 평양냉면을 주제로 대화를 꽃피웠다. 특히 김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는 “지난 4월 판문점 회담 덕분에 평양에서도 평양냉면이 더 유명해졌다”면서 “그 후로 외국 손님들이 다 ‘냉면 냉면’ 하면서 평양냉면을 찾는다”고 말해 평양냉면에 대한 자부심을 은근히 드러냈다. 김위원장은 “오늘 많이 드시고 평가해달라”고 하는 등 자부심 섞인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미 우리에게도 친숙한 베트남 쌀국수는 베트남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포(pho)'라고 불리는 이 쌀국수는 베트남 사람들이 간단한 아침 식사로 또는 출출할 때 먹는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다. 들어가는 식재료에 따라서, 또는 육수 종류에 따라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고, 낮은 칼로리와 담백한 맛 등이 어우러져 인기를 끌고 있다.

 

베트남 쌀국수의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19세기 말 하루 일과를 마친 노동자들이 고기국물에 국수를 말아먹던 것이 쌀국수의 시초라는 것이 그 하나다. 또 다른 하나는 19세기 초 프랑스군의 식사였던 ‘포토프(pot au feu: 고기와 야채를 삶은 스튜)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1880년대 중반 베트남을 점령한 프랑스군이 쇠고기 요리법을 전해주면서 하노이를 중심으로 쇠고기와 민속음식인 쌀국수가 섞이면서 지금의 쌀국수로 변형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5월 베트남을 방문했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하노이 서민들이 자주 찾는 분짜(쌀국수) 가게에서 맥주를 곁들여 쌀국수를 먹는 소탈한 행보를 보여 화제를 낳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3월 베트남 하노이를 국빈 방문했을 때 유명한 쌀국수집인 포 텐 리꾸옥수(pho 10 Ly Quoc Su)를 찾았다. 그곳에서 그는 우리 돈으로 약 3,800원 정도인 쇠고기 쌀국수를 시켰다.

 

오늘(2월 27일)부터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의 길을 여는 역사적인 2차 ‘핵 담판’을 벌인다. 전세계의 이목이 이곳에 집중되어 있다.

 

베트남의 한 언론이 하노이 시민들에게 두 정상이 꼭 먹어야 할 음식을 추천해 달라고 했을 때 가장 많은 시민들은 쌀국수를 꼽았다. 한 하노이 시민은 “김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 쌀국수를 먹으면 좋은 분위기가 나올 것”이라며 기대를 내비쳤다고 한다.

 

과연 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결과가 나올지 우리는 우리대로 비빔밥을 먹으며 지켜볼 일이다. 한데 어우러졌을 때 더 맛이 나고 완성도가 높아지는 비빔밥의 철학을 떠올리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