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통장 찍어보는 재미로 살제"
[창간특별기획]먹거리 주권을 회복하자(2)- 행복 1번지 전북 완주!
2016-07-04 10:11:00
우리나라에는 예부터 신토불이의 정신이 있었다. 몸과 태어난 땅은 하나라는 뜻으로 제 땅에서 산출된 것이라야 체질에 잘 맞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온갖 수입 농산물과 유전자 변형 식품들로 인해 이 신토불이의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이 신토불이 정신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전라북도 완주다. 로컬푸드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이곳에서 취재진은 먹거리 주권회복의 가능성을 봤다.
로컬푸드의 메카, 전라북도 완주!
6월 중순부터 시작된 장맛비를 뚫고 취재팀이 찾아간 곳은 전라북도 완주. 서울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해서 완주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비는 어느덧 그쳐 있었다. 취재팀이 완주를 찾은 것은 로컬푸드의 메카라 불리는 이곳에서 실제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행복 도시', '행복 정거장', '행복 오작교'라는 닉네임이 붙고 있는 완주, 인구 9만명의 작은 도농복합도시인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 현장을 찾아가봤다.
농민들이 직접 소포장 후 가격 책정해서 진열
완주로컬푸드직매장안 ⓒ 밥상머리뉴스 완주에 도착해서 처음 찾은 곳은 효자동에 위치한 로컬푸드 직매장이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2012년 4월 첫 문을 연 용진점을 시작으로 현재 완주와 전주에 총 11개의 매장이 있다. 효자점은 2012년에 개장했다. 직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깔끔하게 정리된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물건을 사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매장 안에는 총 500여 가지의 농산물과 가공품이 진열되어 있다. 아침 일찍 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소포장해서 가격을 책정한 다음 진열대에 전시한다. 가격은 농민들이 직접 정하는데 조합에서 배포한 시세에 맞춰서 책정한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곳
소비자들이 로컬푸드 직매장을 찾는 이유가 궁금했다. 전주에서 온 임숙자씨는 로컬푸드 직매장에 온 이유를 한마디로 "믿을 수 있어서요"라고 답했다. 실제로 포장된 농산물에는 생산자의 이름과 연락처까지 적혀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판매를 하는 것이다. 그만큼 농산물의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고, 이것은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었으며, 그 결과 작년 매출 200억원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로 농민이 직접 음식을 만드는 레스토랑
레스토랑 음식들 ⓒ 밥상머리뉴스 직매장이 있는 건물 2층에는 농가레스토랑이 운영되고 있다. 완주 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파는 한식 뷔페다. 총 30여가지의 음식이 마련된 이곳 레스토랑의 음식은 모두 완주 주민들이 직접 조리한다. 일체의 조미료와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 한마디로 건강밥상이다. 효자 2동에서 온 김은혜씨는 “음식이 짜지 않고 담백하다. 엄마의 손맛이 그리울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매장 직원은 몸이 안 좋은 분들이 많이 찾는다고 귀뜸했다.
일자리 창출의 일등 공신, 농민가공센터
완주 로컬푸드 가공센터 ⓒ 밥상머리뉴스
로컬푸드 직매장에는 고추, 깻잎, 가지 등의 농산물 외에 장아찌, 절인깻잎 등의 가공품도 판매하는데 그것 또한 직접 농민들이 가공해낸 식품이다. 그 가공품은 고산면과 구이면에 위치한 농민가공센터에서 생산된다. 이곳은 철저하게 완주 농민들이 생산해낸 농산물로만 만들 수 있다. 물론 완주 농민들이 직접 만든다. 완주군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일정기간 교육받은 농민들에게 24시간 개방되는데 가공센터 안에서 세척부터 포장까지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가공센터에서는 화학첨가제, 색소, 유통기한 보존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잼류, 장아찌, 제빵류 등 총 150여 가지의 가공품이 생산되며 수익의 77%가 농가에 환원된다. 고산면과 구이면 두 곳 가공센터에서 일하는 농민이 200여명으로 60%정도가 40-50대 여성이다. 농촌에서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여성들에게 최고의 일자리가 아닐 수 없다.
농산물을 팔 곳이 생겼으니 걱정거리가 줄었다!
임병목씨 ⓒ 밥상머리뉴스
농민가공센터를 취재하고 나오는 길에 취재진은 한 농민을 만날 수 있었다.구이면에서 마늘 농사를 하고 있는 임병목씨였다. 로컬푸드에 대한 농민들의 진솔한 얘기를 듣고 싶었던 취재진은 임병목씨가 일하고 있는 밭으로 가봤다. 밭에서는 임병목씨의 어머니 이순자씨가 일을 하고 있었다. 20년째 마늘농사를 하고 있는 임병목씨는 자신의 인생은 로컬푸드 직매장이 생기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했다. 전에는 농사를 지어도 팔 곳이 마땅치 않아 항상 근심거리였는데 로컬푸드 직매장이 생긴 후부터는 농산물을 팔 곳이 있으니 걱정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로컬푸드 직매장이 생기면서 농사짓는 방법부터 모든 생활이 계획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절적인 수입이 궁금했다. 이순자할머니 ⓒ 밥상머리뉴스
임병목씨는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연간 3천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린다. 전에는 천만원 벌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로컬푸드 직매장 매출액의 90%가 농민들에게 돌아가는데 매주 목요일에 돈이 들어온다고 한다. 그때 옆에 있던 이순자 할머니는 "통장 찍어보는 재미로 살제"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서로 함께 하겠다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
그렇다면 농민들이 바라는 점은 없을까. 임병목씨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만큼만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농민들이 좀 더 공동체 의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췄다. 임병목씨는 "로컬푸드 직매장이 잘 되다보니 간혹 자기 혼자 잘나서 일이 잘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자기 농산물을 좀 더 팔아달라고 떼쓰는 사람도 있고 자신만 좀 더 싼 가격을 책정해서 더 팔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임병목씨는 "한 농민의 잘못으로 전체의 로컬푸드 직매장의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며 공동체 의식을 강조했다. 짝퉁 로컬푸드 직매장의 출현, 앞으로 로컬푸드 협동조합이 나아갈 길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농산물을 팔려면 일년에 6번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교육을 이수 받지 못하면 출하를 할 수 없다. 처음에는 한창 농사일을 해야 하는데 교육을 받으러 가야 한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농민들이 많았다. 그래서 조합에서 애를 먹기도 했다. 하지만 로컬푸드 직매장은 생산자와 소비자, 농민과 농민이 다 함께 잘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이를 잘 이해해야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데 완주로컬푸드 직매장이 잘되자 이를 모방한, 일명 짝퉁 로컬푸드 직매장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짝퉁 로컬푸드 직매장은 로컬푸드 직매장 본래의 취지는 생각하지 않고 겉포장만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농민과 매장과 소비자가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나 하나만 잘되겠다는 생각을 갖는 순간 그 의미는 퇴색되고 모두 무너질 수 있다. 본연의 의미를 잘 살릴 때 로컬푸드 직매장을 포함한 로컬푸드 협동조합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행복한 오작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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