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 쓴맛】 정의는 살아있고, 진실은 드러난다
전통주 갤러리 운영실태 취재를 마치며

지난 7월, 사상 유례가 없는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통주 갤러리와 관련해 비판적인 기사를 쓴 사람은 기자님밖에 없어서 제보를 하려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전화를 한 제보자는 전통주 갤러리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니 비판적인 기사는 지난해 기자가 쓴 ‘전통주 갤러리 운영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유일했다면서 전통주 갤러리 운영 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문제점을 털어놓았다. 제보와 추가 취재를 바탕으로 ‘전통주 갤러리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기획기사를 세 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문제점을 지적하는 첫 기사가 보도되자 또 다른 제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특히 전통주 갤러리에 근무했던 직원들의 용기 있는 제보는 전통주 갤러리 운영의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때로는 격분된 어조로, 때로는 떨리는 목소리로 기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 그들의 증언은 정의 그 자체였다. 그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기자는 ‘정의는 살아 있다.’ ‘진실은 언젠가 드러난다.’는 명언을 수없이 실감했다. 혹자는 ‘전통주 갤러리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야단법석이냐’라고 가볍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연간 예산이 5억 원 정도밖에 들어가지 않으니까? 아니면 자주 먹지도 않는 전통주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그러나 그렇게 가볍게 생각할 사안이 아니다.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은 그 사업의 규모가 크든 작든 모두 중요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큰 사업에서의 문제도 작은 규모의 사업에서 발생하는 비리 또는 부조리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중앙부처를 출입해본 기자들은 정부의 정책은 중앙부처 사무관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없어진다고들 말한다. 그만큼 주무 사무관의 영향력이 크다는 뜻이다. 이번 취재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전통주 정책 역시 예외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당 과장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 사무관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사무관이 최고의 전문가이니 전문성이 부족한 과장들은 사무관이 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밥상머리뉴스의 보도를 계기로 전통주 갤러리의 문제점이 백일하에 드러났는데도 예산을 집행하는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나 감독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아무런 가시적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두 기관은 밥상머리뉴스의 보도에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밥상머리뉴스의 기사를 무시하겠다는 뜻이거나 국정감사를 앞두고 긁어 부스럼을 내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그러나 밥상머리뉴스가 폐간을 하지 않는 이상 영원히 기록으로 남아 두 기관에게는 불명예의 흔적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관계 당국인 정부 기관과는 달리 독자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대체로 기사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관계 당사자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의 의도적인 저항도 만만찮았다. 제보에 의한 보도를 두고 어느 서울대 교수라는 사람은 SNS에서 “밥상머리뉴스가 이 사업을 하려다가 못하게 되자 억하심정에서 이런 기사를 보도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기까지 했다. 밥상머리뉴스는 그런 사업을 할 능력도 자격도 되지 않기에 대꾸할 가치조차 없지만 그런 유언비어가 본지의 명예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어 그간의 경위를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이번 기획보도는 100% 제보에 의한 것이며, 관련 제보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터무니 없는 유언비어로 보도의 순수성을 훼손하려는 세력보다 진실을 밝히는데 도움을 주려는 정의로운 독자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밥상머리뉴스는 전통주 갤러리에 관한한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하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판단한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어 보도하지 못한 내용들은 언론보다 훨씬 힘이 센 다른 기관의 몫으로 남긴다. 그러나 전통주와 관련된 비리와 부조리에 대한 후속 취재는 계속 될 것임을 밝힌다. 그리고 이번 보도를 계기로 꺼져가는 전통주 촛불이 다시 활활 타오르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곳곳에 남아있는 이른바 ‘관피아’가 척결되는 단초가 되길 소망해 본다. 끝으로 용기를 내어 제보를 해준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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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황교익과 백종원은 ‘황구’와 ‘백구’
김병조 (밥상머리뉴스 발행인)

요즘 황교익과 백종원이 술상의 안주거리다. 황교익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비판하면서 불거진 갑론을박이다. 무엇 때문인지는 거론할 가치조차 없어서 생략한다. 문제는 그 두 사람이 서로 비판할만한 위치에 있는가에 있다. 내가 볼 때 황교익과 백종원은 그저 ‘황구(黃狗)’와 ‘백구(白狗)’의 차이일 뿐이기 때문이다. 황교익의 공식 직업은 맛 칼럼리스트이다. 농민신문 기자 출신이다. 백종원은 자칭 요리연구가이자 더본코리아 라는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기업가이다. 그런데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방송인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둘 다 음식과 관련해서는 방송이 만들어낸 ‘스타’다. 한 사람은 회당 강의료가 500만 원이나 된다고 하고, 또 한 사람은 방송 출연 이전에 775억 원(2013년)이었던 회사 매출규모가 방송 출연 이후 1740억 원(2017년)으로 급신장했다. 둘 다 ‘음식’이라는 멍석 위에서 ‘광대’ 노릇하고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사실은 광대끼리는 서로 삿대질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위로하고 보듬어줘야 할 동병상련의 관계다. 광대에 대한 평가는 관객이 하는 것이다. 칭찬도 관객의 몫이요, 비판도 관객의 몫이다. 관객들의 목소리를 모아서 언론이 평가를 대신해준다. 광대는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소화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잘났다, 네가 못났다고 말할 위치에 있지도 않고 자격도 없다. 같은 무대에 서온 스타 ‘광대’들의 관계를 되짚어 보자. 70년대 최고의 라이벌이었던 남진과 나훈아는 열성팬들에 의해 칼부림이 나기도 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서로 비방한 적이 없다. 천하를 호령하던 이만기가 강호동에게 천하장사 타이틀을 내어주고 쓸쓸히 모래판을 떠났지만 한 번도 그들은 서로를 비난하지 않았다. 지금도 강호동은 이만기를 하늘같은 선배로 깍듯이 모신다. 어디 그뿐인가. 한국 바둑계의 거물 조훈현은 심지어 집에서 먹이고 재워가며 키운 제자 이창호에게 연거푸 패배를 하고도 도전자의 위치에서 제자에게 한 수 배우기까지 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음식’이라는 멍석에서 같은 ‘광대’ 역할을 하는 사람끼의 싸움은 먼저 시비를 건 황교익의 잘못이다. 그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런데도 상대적으로 초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백종원이 돋보인다. 기자 출신의 칼럼리스트이다 보니 뭔가를 비판하던 습성이 있어서 그러했으리라는 짐작에 황교익의 비판이 일면 이해도 가지만 그러나 같은 방송이라는 무대에서 돈을 버는 출연자라는 점에서는 부적절했다. 백종원 역시 황교익 본인처럼 제작진에 의해 조정되는 ‘광대’이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부르는 노래 스타일이 달라도 남진과 나훈아는 같은 가수이고, 기술의 장단점이 있어도 이만기와 강호동은 같은 씨름선수이고, 사제지간이지만 조훈현과 이창호는 영원한 바둑기사다. 마찬가지로 황교익과 백종원은 음식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성(姓)을 따서 우스개로 표현하자면 황구(黃狗)와 백구(白狗)의 차이일 뿐이다. 색깔이 누런 강아지나 흰색 강아지나 강아지는 강아지다. 강아지끼리 싸우면 진짜 개가 될 뿐이다. 백종원은 1966년생이고, 황교익은 1962년생이다. 그리고 필자는 1960년생이다. 형이 아우님들에게 한마디 하겠다. “남 탓 말고 그대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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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 칼럼】 자영업이 성공하려면?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밥상을 집에서 받지 못하면 밖에서 받아야 한다. 밖에서 밥상 차려주는 곳을 식당이라 하고 업태구분으로는 음식업이라 한다. 역시 자영업의 한 영역이다. 우리나라의 비임금 근로자는 686만명으로 그 중 568만명이 자영업자이다. 나머지 118만명은 자영업자의 가족들로 임금없이 거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경제는 반도체, 자동차, 가전 등 몇몇 선진화된 산업으로 인해 매우 좋은 모습으로 착시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자영업의 모습이 한국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자영업자 비중이 7-10% 수준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6%로 그 수가 너무 많다. 경제가 어려운 그리스(35.4%), 터키(34%), 멕시코(32.1%)를 따르고 있다. 노후의 대비나 보장이 안된 상태로 일터에서 밀려나면 전문지식, 정보획득력, 혁신적 아이디어 없이도 약간의 자본을 긁어 모아 시작할 수 있을 만큼 자영업은 진입장벽이 낮은 것이다. 그만큼 위험요소도 많이 안고 있다. 외식업체의 82.5%가 매장을 임대해 사업하고 있으며, 5년 생존율이 17.9% 밖에 되지 않는다. 10곳 중 8곳이 5년내 폐업 한다는 얘기다. 전체 산업 폐업율의 1.5배에 달한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점포 임대계약 갱신 청구권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제도 어려운데 자영업자는 넘쳐나고 대기업의 프랜차이즈도 범람하는데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으로 자영업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자영업자의 대출 또한 600조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1130조원의 52%에 달하고 있으며 그 증가율 또한 전체 일반 가계 대출의 2배가 넘는다. 2017년에는 자영업자가 1.8% 정도 늘었는데 그 중 26%가 음식·숙박업이고 특히 60대 이상에서는 6.3%가 늘었다고 한다. 일자리에서 밀려나면 자본도 부족하고, 사업장도 없고, 전문지식이나 혁신성도 없으면서 당장의 소득을 바라고 자영업을 손쉽게 시작하는 형국인 것이다. 그러다 자본이 잠식되고 버티지 못하면 폐업하고 빚쟁이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청년이든 노년이든 정부가 나서 창업을 권장하는 건 심사숙고해야 한다. 아무리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이 필요하다지만 자본, 전문성, 정보, 혁신성 없이 일자리를 찾는 대신 창업을 하는 것은 더 큰 수렁에 빠질 수 있다. 국가적으로도 잠재적 리스크를 키우는 일이다. 정말 창업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시장에서 평가 받고 시장에서 투자 받아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도 파라다임의 변화로 경제 체질을 바꾸려면 저소득 근로자들의 일자리와 임금만 늘려 주는 정책이 아니라 자영업자를 적정한 규모로 줄일 수 있는 정책을 먼저 마련했어야 한다. 자영업자가 어려운 것이 최저임금의 영향이 아니라 구조적인 원인이라고 하지만 자영업자는 안 그래도 힘든데 약간 만이라도 더 힘들게 하면 폭발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자영업자 특히 음식업자 스스로도 살아남으려면 혁신해야 한다. 혁신은 음식의 품질과 서비스의 향상, 그리고 비용의 절감에 있다. 임대료를 부당하게 올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에 매달리겠지만 스스로도 공간을 조금이라도 작게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본적인 최소한의 공간이 필요하겠지만 객장의 크기는 회전율을 높여야 줄일 수 있다. 손님이 기다리고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문, 서빙, 계산 어느 하나라도 등한시 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이 많아야지 손님이 앉아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성공하지 못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약간의 기술도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표준 프로세스도 마련해야 한다. 재료는 줄이고 질은 높일 수 있는 방안도 고안해야 한다. 삿포로지방의 도리통 스시와 와이키기의 마루카메 우동집을 소개한다. 저렴한 가격에 초밥을 즐길 수 있게 고안된 것이 회전 초밥이다. 미리 준비한 초밥을 레일 위에 얹어 놓아 손님이 선택한 대로 나중에 접시의 색깔 별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단점은 시간이 지나면 초밥의 수분이 떨어져 맛이 덜하고 끝내 선택받지 못한 초밥이 많아지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리통스시는 테이블에 주문패드를 설치하고, 주문이 무선으로 전달되면 그 때 초밥을 만들어 신칸센 모양의 기기위에 올려 놓아 자동으로 테이블까지 전달되는 시스템이다. 손님은 신선한 초밥을 먹을 수 있어 좋고, 음식점으로서는 버려지는 생선(비용)을 줄일 수 있어 좋다. 일본의 또 하나의 대표적인 음식이 우동이다. 고급 우동집은 장인에 들 정도이다. 마루카메 우동집은 저렴한 가격에 맛 좋은 우동을 내놓기 위해 프로세스 혁신을 한 집이다. 손님이 지켜보는 한 켠에서 우동을 기계로 뽑고 다음 단계로 넘겨 주면 한 사람이 온도와 시간을 맞춰 삶고 그 다음은 일정한 무게를 저울로 달아 우동 그릇에 담아 손님에게 넘겨 주면 손님이 스스로 한편에 준비되어 있는 여러 종류의 튀김을 담아 계산하고 바로 착석해 먹기 시작한다. 우동을 만드는 과정은 표준 프로세스이고, 서비스는 셀프이며 착석하자마자 먹기 시작하니 회전율이 높다. 정부는 합리적인 자영업자 정책을 마련하고 자영업자는 스스로 혁신해야 소득주도성장이든 포용성장이든 할 수 있다. <필진소개> 김홍진님은 국내의 저명한 IT 기업을 거쳐 KT의 글로벌 & 엔터프라이즈 사장으로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현재는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를 맡고 있다. 또 행정안전부 범정부업무혁신 자문위원과 충청남도 행정혁신기획단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공무원과 대학원, 기업체를 상대로 효율적인 업무환경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해온 그는 정부 혁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표창(2016)과 충청남도지사표창(2017)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디지털전환 성공전략>(2018,조선비즈), <세상을 바꿔라V>(2017,14인 공저, 도서출반 오래), <엉뚱한 생각>)2014, 문용린외 공저, 한지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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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회색지대와 마이크로바이옴

회색은 천덕꾸러기다. 흰색이나 검은색 입장에서 볼 때 회색은 선명하지 못하다. 그래서 회색은 기회주의 이미지로 곧잘 연결된다. 중간 어디쯤에서 눈치 보다가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달라붙는다는 것이다. 회색분자를 영어로 fence-sitter라고 한다. 경계선 울타리에 앉아 형세를 관망하는 자들이다. 정치적 노선이나 사상적 경향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들을 지칭한다. 그래서인지 정치적 중도 노선은 회색지대로 치부될 가능성이 크다. 진보와 보수를 모두 아우른다거나 양 극단을 피하겠다는 선의에도 불구하고, 선명한 정체성과 뚜렷한 노선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지는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중도 노선을 걸은 정당이 성공한 사례가 없으니 말이다. 역사적으로도 우리는 회색지대를 좋게 평가할 수가 없었다. 엄혹한 일제시대에는 친일이냐 저항이냐의 선택 기로에 서야만 했고, 한국전쟁과 남북 분단을 겪으면서는 이데올로기의 택일을 강요당했다. 그러한 선택 앞에서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했던 회색지대의 대다수 민중들은 고난의 세월을 이겨내야 했다. 최인훈의 <광장>, 강석경의 <숲속의 방> 등의 문학작품은 회색인에 대한 철학적,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남북 분단과 극심한 이데올로기의 대립 속에서 그 어느 쪽에도 귀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제3국행을 택하는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 중산층의 속물주의와 경직된 이념의 세계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죽음을 택하는 <숲속의 방>의 주인공 소양. 이들 회색인의 실존적 고민은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만연한 사회에서 공동체와 화해하고 살아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 몸의 복잡한 생명현상은 인체 내의 미생물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우리 몸속에 공존하고 있는 수많은 다양한 미생물들의 유전체에 대한 연구가 이른바 제2의 게놈(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60㎏ 체중의 사람에게는 약 1000조 마리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 중 25%는 우리 몸에 유익한 미생물이고 15%는 유해한 미생물이다. 나머지 60%는 중간지대, 회색지대에 속하는 미생물들이다. 이 중간미생물들은 몸속에 유익한 미생물이 우위에 설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유익균 쪽에 가서 역할을 하고, 유해한 미생물이 우위에 서면 유해균 쪽에 달라붙어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 중간미생물은 해바라기성 미생물이라고도 불린다. 중간미생물은 회색분자이고 기회주의자인 셈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 중간미생물이 없으면 우리 몸의 균형은 깨지고 만다. 신비한 생명현상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발견은 회색지대에 대한 우리들의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재성찰을 요구한다. 사실 회색은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색이다. 흑과 백을 모두 아우르는 셈이다. 게다가 회색도 한 가지 회색만 있는 게 아니다. 수많은 다양한 회색이 존재한다. 옳고 그름으로 판별할 수 있는 삶의 영역은 분명히 있지만, 서로 다름의 차원에서 회색지대를 바라볼 필요도 또한 있지 않을까. 회색지대 인간들은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면서 기회주의자처럼 웅크려 살다가도 중요한 역사적 순간에는 자기 역할을 해왔다. 마치 우리 몸속의 중간미생물들처럼. 물론 중간미생물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익균과 같이 우리 사회에서도 훌륭한 리더들의 역할은 그래서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경직된 이분법을 뛰어넘어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멋진 공동체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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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 쓴맛】 통계의 오류, 상차림비가 ‘소폭’ 올랐다니...
aT 상차림 비용 조사, 현실반영 못해... 보다 현실적인 조사 필요

추석 명절을 약 3주 앞두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는 2018년 추석 차례상 차림비용은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과연 대한민국 주부 증에 이 통계를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번 조사는 9월 5일 기준, 전국 19개 지역의 18개 전통시장과 27개 대형유통업체 등을 대상으로 추석 성수품 28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이다.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비용은 전통시장은 23만 2천 원, 대형유통업체는 32만 9천 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6.9%, 4.9% 상승한 수준이다. 이를 근거로 aT는 소폭상승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수치만 봤을 때도 소폭 상승이 아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동안 1.4% 오를 때 6.9%, 4.9% 올랐다. 이 수치는 절대로 소폭이 아니다. 심지어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그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소비자의 구매방식에 따른 구입단위와 aT가 조사한 구입단위가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해 폭등한 배추와 무를 소비자들도 100g, 200g 단위로 정확히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다면, 낭비 없이 알뜰한 소비를 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소비자들은 배추 한통, 무 한 개로 구입한다. 구입하는 단위가 조사와는 완전히 다르다. 6.9%, 4.9%라고 해도 구매하는 양이 많아지면, 쓰는 돈의 절댓값도 커진다. aT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차림에 쓰는 무는 500g이고 총 가격은 단 1,075원이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8월말 기준 무 한 개 도매 가격은 2,993원이다. 소매가격은 더 비쌀 것이다. 무 한 개만 사도 aT 조사 결과보다 3배가 넘는 금액을 쓰게 된다. 배추의 경우 더 심하다. 상차림에 쓰는 배추는 300g, 752원이라고 적혀있지만 농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배추의 포기당 도매 가격은 7,126원이다. 거의 10배에 가까운 수치다. 탕류에 쓰는 다시마는 겨우 30g에 불과하지만 다시마를 30g만 파는 곳을 찾기는 너무도 힘들다. 소비자들은 aT가 조사한 구입단위로 정확히 상품을 구입할 수 없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그 이상을 구매해야 한다. 특히 올해 가격이 대폭 상승한 야채와 과일의 경우 그런 경향이 심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장돼있는 기준으로 구매하기 때문이다. 대체 어떤 사람이 그램(g) 단위로 정확하게 구매할까? 온 가족이 다 모이는 명절에 aT가 조사해서 제시한대로 배와 사과를 정확하게 5개씩만 구매하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렇게 조사와 현실의 괴리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aT가 조사한 추석 상차림비와 현실의 추석 상차림비는 상당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번 aT의 발표는 표본조사와 현실의 차이가 만든 전형적인 통계의 착시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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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 쓴맛】 제정 12년, 잊혀진 가맹사업진흥법 들먹이는 산업부
예산無,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란 지적 면하기는 어려울 듯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8월 31일 프랜차이즈산업의 성장과 해외진출 촉진 지원, 그리고 공정거래 강화를 골자로 한 ‘2019년 가맹사업진흥 시행계획’의 수립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시행계획 수립이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프랜차이즈산업의 진흥을 위해 2007년 ‘가맹사업 진흥에 관한 법률(약칭 가맹사업진흥법)’을 제정했다. 가맹사업진흥법에 따르면 산업부 장관이 가맹사업을 진흥하기 위해 5년마다 가맹사업 진흥 기본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 법률이 2007년에 제정됐기 때문에 지난 2012년에는 2차 기본계획이 세워졌어야 했지만 3년이나 지난 2015년에나 2차 기본 계획을 세웠다. 해마다 세워야 하는 시행계획은 그동안은 세웠는지, 또 실제 시행되고 있는지 내놓는 자료가 없으니 알 수도 없다. 그런데 갑자기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다른 부처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대책이라는 것을 내놓으니 덩달아 잠자던 가맹사업진흥법을 들춰 내니 뜬금없다는 느낌이다. 가맹사업진흥법은 모두 17개 조문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가운데 '~ 하여야 한다.'라고 의무사항으로 명시된 조문은 ▲기본계획 수립 ▲시행계획 수립 ▲산업재산권 보호시책 마련 등 3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14개 조문 가운데 ▲법률의 목적 ▲정의 ▲다른 법률과의 관계 등 총론적인 부분을 제외한 11개의 조문은 모두 '~ 할 수 있다.'로 되어 있다. ‘~ 할 수 있다.’는 것은 ‘하지 않아도 된다.’로 해석할 수도 있어 ‘~ 할 수 있다.’고 한 것을 하지 않은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를 핑계로 가맹사업 진흥 업무를 하지 않거나 소홀히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산업부는 지난 2015년 뒤늦게 마련한 ‘2차 가맹사업 진흥계획’에서 국내 가맹사업이 가진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그 문제들을 직접 해결하려 나서지 않았다. 제정 12년째를 맞은 2018년까지 이 법률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사업은 사실상 전무하다. 법률 제정이후 산업부 예산에서 프랜차이즈산업 진흥을 위한 예산은 한번도 편성되지 않았다. 예산조차 편성되지 않았는데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제정된 이후 11년, 산업부 소관의 가맹사업진흥법이 6번 개정되는 동안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의 가맹사업을 규제하는 규제법의 성격을 지닌 가맹사업법은 최근 2년 사이에만 총 6번 개정됐다. 국회는 규제법 개정에만 열을 올리고 있을 뿐, 진흥법은 거들떠보고 있지도 않다. 사실상 완전히 사문화된 법률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2019년 산업부 예산은 2015년 이후로 처음 확대 편성됐다. 그러나 여기에도 에너지신산업, 미래차, IoT가전, 바이오헬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5대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는 말뿐, 가맹사업진흥법에 대한 언급은 전혀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부가 내놓은 ‘2019년 가맹산업 진흥 시행계획’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대책'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놓는 산업부의 궁여지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가중되고 있다. 합리적인 규제와 산업을 살릴 방안이 동반돼야 프렌차이즈 산업이 성공할 수 있다. 이번 ‘2019년 가맹사업진흥 시행계획’이 또다시 그저 의무사항을 따르기 위한 전시행정으로 탁상공론에만 그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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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여름 폭염은 능이백숙으로 이기자

산삼을 캐러 다니는 심마니들은 1능이, 2표고, 3송이라고 말한다. 능이가 버섯 중에 으뜸이라는 것이다. 산삼 못지않게 귀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능이버섯을 넣고 끓인 백숙이 더운 여름 최고의 보양식으로 꼽힌다. 올여름은 역대 최악의 폭염이 예고돼 세심한 건강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능이백숙 전문 식당 중에서 기자가 직접 맛을 본 최고의 맛집을 소개한다. 주인장이 직접 채취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식재료다. 양질의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해야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다. 경기도 파주 금촌통일시장 인근에 있는 <고기랑 찌개랑>의 능이백숙은 닭을 제외한 모든 식재료를 주인장이 직접 산에서 채취한 것들이다. 백숙에 들어가는 능이와 산더덕, 그리고 엄나무와 헛개나무, 겨우살이 등 철따라 나는 각종 식재료들은 모두 산적같이 생긴 산사나이 이청길 대표가 직접 강원도의 깊은 산중에서 채취해온 것들이다. 또 백숙에 들어가는 닭은 직접 키우지는 않지만 지인이 키우는 토종닭을 백숙 주문 당일에 잡아온다. 그러니 백숙이 맛있을 수밖에 없다. 버섯찌개·버섯전·산채비빔밥 맛도 예술! 이 가게에는 능이백숙만 있는 것이 아니다. 능이 외에도 산에서 나는 여러 가지 버섯으로 만든 버섯찌개와 버섯전은 맛과 양에 비해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성비가 높다. 자연산 버섯찌개에는 7~8가지의 버섯이 들어간다. 1만 원짜리 버섯전 한 접시, 다른 식당이라면 적어도 1만 5천원 이상은 받지 않겠나 싶을 정도다. 그런가 하면 산채비빔밥 한 그릇 먹고 나면 저절로 자연인이 된 기분이 든다. 보약을 파는 축구인 출신 산사나이 <고기랑 찌개랑>은 부부가 운영한다. 산에도 부부가 함께 가고 조리도 함께 한다. 젊은 시절 중학교 축구감독을 지낸 이 대표가 산을 탄지도 벌써 20여 년이나 됐다고 한다. 큰 덩치에 산적같이 생겨도 배려심이 많고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사나이 중에 사나이라는 것이 이청길 대표를 잘 아는 분들의 귀띔이다. 이집 음식을 먹어본 사람들은 ‘보약’을 먹은 것 같다고 평가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청길 대표 부부의 음식장사 철학은 “가족을 위해 건강밥상을 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파주 토박이 이청길 대표에게 파주시민들은 가족과 같다. 부부가 파주 가족을 위해 밥상을 차린 지도 7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파주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이 가족이다. <음식점 정보> 상호: 고기랑 찌개랑 주소: 경기도 파주시 금정로 64(금촌통일시장 인근) 예약문의: 031-959-6689 ※능이백숙은 예약 필수 ※토요일은 산에 가기에 휴무지만 예약을 하면 가능